행복한경남

여행스케치

여행스케치

[경남의 천년여행, 고사찰을 찾아서] (3) 남해 금산 보리암에서 맞는 일출

명예기자 마크

 

[명예기자 장원정] 남해 금산은 683년 신라 원효대사가 이 산에 초당을 짓고 수도하면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이후 산 이름은  보광산, 초당 이름을 보광사라 부른다. 이후 조선 태조 이성계가 젊은 시절 이 산에서 백일기도 끝에 조선왕조를 개국하자 영세불망의 영산이라 하여 온 산을 비단으로 두른다는 뜻으로 금산으로 바꿨다고 한다. 정상에 있는 보리암은 강화도 보문사, 낙산사 홍련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기도처의 하나로 경남에 사는 이라면 모두가 가 보지는 못했더라도 이름을 들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기도 하다.

 

남해 금산은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 공원이다

남해 금산은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 공원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남해 다도해 풍경

정상에서 바라본 남해 다도해 풍경

 

남해 금산은 이런 특별한 장소인 동시에 각종 기암괴석이 빚어낸 뛰어난 절경을 가진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 공원으로 일 년 내내 불교 신자는 물론이고 등산객,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볼거리가 38경에 이를 만큼 매력적인 풍광이 즐비한 금산이지만 단연 으뜸으로 꼽는 풍경은 일출경이다. 불타오르는 여명이 바다에서 솟구쳐 오르는 금산의 일출은 3년 동안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전해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장엄한 광경을 그려 낸다. 이왕 금산을 찾을 요량이면 이런 일출을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 미세먼지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전에 일출을 맞으러 금산으로 떠나 보자.

 

주간에는 주로 아래 복곡 제1주차장에 주차 후 셔틀 버스로 이동하나 새벽에는 보리암 바로 아래 제2주차장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

주간에는 주로 아래 복곡 제1주차장에 주차 후 셔틀 버스로 이동하나 새벽에는 보리암 바로 아래 제2주차장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


제2주차장에서 1.5km 정도 걸으면 보리암에 다다른다

제2주차장에서 1.5km 정도 걸으면 보리암에 다다른다

 

남해 금산에 오르는 등산 코스는 크게 4가지가 있지만 일출을 맞으러 금산을 찾았다면 차가 올라갈 수 있는 복곡 저수지쪽을 이용하면 된다. 주간에 차를 가지고 금산을 찾았을 경우 수많은 인파 탓에 대부분 복곡 제1주차장에서 주차 후 셔틀 버스로 이동한 경험이 있을 테지만 금산 38경 중 으뜸인 일출경을 만나러 온 이들이라면 평소와는 달리 보리암 아래 복곡 제2주차장까지 직접 차를 가지고 올라오면 된다. 올라온 후 1.5Km 남짓 가벼운 산행이면 장엄한 일출을 맞을 준비는 모두 다 한 것이다. 물론 3년 간 덕을 쌓은 후 말이다.

 

해뜨기 직전 보리암 풍경

해뜨기 직전 보리암 풍경


서서히 남해 바다로 동이 터온다

서서히 남해 바다로 동이 터온다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 ‘남해 금산’ (이성복, 문학과지성사, 1986) 

 

금산에서 동이 트는 모습을 마주할 때면 잠시 시간과 공간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것 같은 아득함을 느끼는 건 모두가 마찬 가지인가 보다. 오래된 미래와 찾아올 과거가 한데 엉겨 붙었으니 누군가는 관음보살을 친견하였고 누군가는 새 왕조의 미래를 보았고 또 누군가는 돌 속으로,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 버렸으니 말이다.

 

보리암에 머물던 신자들이 일출 시간에 맞춰 하나둘 해수관음보살 앞으로 모여든다

보리암에 머물던 신자들이 일출 시간에 맞춰 하나둘 해수관음보살 앞으로 모여든다


붉은 기운을 온전히 담기에 카메라도 속수무책이다

붉은 기운을 온전히 담기에 카메라도 속수무책이다

 

오늘은 일출을 마음과 눈이 아닌 카메라로 담기로 했으니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리암 뒤로 바삐 올라간다.  보리암이 적당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삼각대를 세우고 동이 터오는 모습을 담으로 카메라로 담아보지만 이런 풍경 앞에선 카메라도 속수무책이다. 풍경 사진가들의 '색이 넘친다'는 표현이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남해 금산 보리암에서 맞는 일출

남해 금산 보리암에서 맞는 일출


다도해 위로 해가 떠 올랐다

다도해 위로 해가 떠 올랐다

 

3월 21일이 춘분이다.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가 길어진다는 춘분은 이란력을 쓰는 페르시아 문화권에서는 새해의 첫날이기도 하다. 새해 시작 후 작심삼일을 반복하며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봄을 맞은 이라면 정성 들여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진다는 보리암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다시 한 번 맘을 다지기 바란다.

명예기자 장원정 

[경남의 천년여행, 고사찰을 찾아서] (3) 남해 금산 보리암에서 맞는 일출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경남의 천년여행, 고사찰을 찾아서] (3) 남해 금산 보리암에서 맞는 일출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목록
월간 인기 기사
최근기사
경남소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