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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천년여행, 고사찰을 찾아서 - 겨울 밀양 표충사

온라인홍보 명예기자단 장원정

경남의 천년여행, 고사찰을 찾아서 - 겨울 밀양 표충사

경남의 천년여행, 고사찰을 찾아서 - 겨울 밀양 표충사1


한반도의 가장 남쪽에 자리한 경상남도는 남해안의 영향을 많이 받아 겨울이라는 계절은 포근하고 따뜻한 편입니다. 하지만 해안과 떨어진 경남의 내륙 지방은 이런 통념과는 달리 눈이 자주 내리는 지역입니다. 경남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거창과 합천은 말할 것도 없고 낙동정맥의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영남알프스 지역 역시 겨울 기간에 자주 눈을 만날 수 있는 장소입니다.

 

경남의 천년여행, 고사찰을 찾아서 - 겨울 밀양 표충사2눈 내린 양산 통도사 모습경남의 천년여행, 고사찰을 찾아서 - 겨울 밀양 표충사3양산 통도사 설중매


이 중에서도 양산 통도사는 겨울 동안 눈이 조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아름다운 설경과 1월 말부터 피어난 홍매화 위로 내려앉은 새하얀 눈, 이른바 설중매를 보고자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눈 하면 강원도를 먼저 떠올리지만 워낙 기온이 낮은 관계로 2월까지 하얀 눈 속을 헤치며 움트는 생명을 만나기가 쉽지 않기에 설중매를 보고자 강원도에서 오히려 경남 양산까지 내려오는 이들이 있을 정도니 겨울 동백부터 설중매까지 다양한 겨울 풍경을 만나기에 좋은 곳이 바로 경상남도인 겁니다.

경남의 천년여행, 고사찰을 찾아서 - 겨울 밀양 표충사4영남알프스를 사이에 두고 통도사와 표충사가 나란히 위치한다


양산이나 김해 도심에 겨울비가 내리는 경우 영남알프스 쪽에는 눈이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눈 내리는 날 통도사는 많이들 찾는 편이지만 통도사보다 훨씬 많은 눈을 만날 장소는 영남 알프스 안에 위치한 밀양 표충사입니다. 영축산과 재약산을 두고 통도사와 마주 보고 있는 표충사는 산'내'에 자리한 덕분에 같은 눈이 내리더라도 산'외'에 자리한 통도사보다 훨씬 많은 양의 눈이 내립니다.  게다가 기온이 낮은 덕분에 내린 눈이 통도사 보다 훨씬 더디게 녹는다는 장점이 있어 경남에서 제대로 눈을 만나보자 한다면 통도사보다 표충사가 훨씬 나은 장소입니다.

경남의 천년여행, 고사찰을 찾아서 - 겨울 밀양 표충사5여름 표충사

경남의 천년여행, 고사찰을 찾아서 - 겨울 밀양 표충사6배롱나무 붉게 물든 여름날의 표충사

경남의 천년여행, 고사찰을 찾아서 - 겨울 밀양 표충사7눈 내린 표충사

 

보통 일반인들에게 여행지로서의 표충사는 배롱나무 붉게 물든 여름날을 많이 떠올리는 편입니다.  배롱나무와 더불어 재약산 층층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이 남계천을 이뤄 표충사 앞으로 흘러내리니 피서지로서도 무척 매력적인 것이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눈 내린 표충사를 단연 으뜸으로 칩니다.

 

경남의 천년여행, 고사찰을 찾아서 - 겨울 밀양 표충사8사천왕문 하단에 자리한 표충서원. 표충사. 성보박물관 - 사천왕문 하단에 좌우로 넓은 공간을 펼쳐진다.


표충사를 한 번이라도 방문한 분들은 알겠지만 경남을 대표하는 여러 사찰과는 다르게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문으로 가다 보면 무척 넓게 탁 트인 공간을 만나게 되는데요. 오밀조밀한 가람배치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낯선 풍경입니다.

경남의 천년여행, 고사찰을 찾아서 - 겨울 밀양 표충사9절에 서원이 자리하고 있다

경남의 천년여행, 고사찰을 찾아서 - 겨울 밀양 표충사10서원 옆에 자리한 표충사 - 놀랍게도 한자가 사寺(절)가 아니라 사祠(사당)다


조금 궁금해서 자세한 봤다면 무척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서원과 사당이 절 안에 있는 겁니다. 전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유교와 불교가 공존해 있는 겁니다. 요즘으로 비유하자면 교회 안에 절집이 있거나 절집 안에 교회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인 겁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임진왜란 때 승병으로 큰 활약을 펼쳤고 임란 이후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포로로 끌려갔던 조선인 3천500여 명을 데리고 온 것으로 잘 알려진 사명대사의 출생지가 밀양입니다. 사명대사의 입적 후 그를 기리고자 사명대사의 영정을 모신 표충사(表忠祠)가 그의 생가 근처에 세워집니다. 하지만 병자호란으로 사당이 황폐해지자 밀양부사였던 김창석이 숙종 40년(1714년)에 표충암(表忠庵)으로 재건합니다. 이후 표충암은 중창을 거듭하며 사액서원에 준하는 사액사당으로 승격되어 국가의 보호를 받는 최초의 서원 사찰이 되고 순조 5년 무렵(1805년)부터 표충서원(表忠書院)이라는 현판이 걸립니다. 헌종 5년(1839년)에 이르면 표충사와 표충서원이 원래 자리에서 지금의 재약산 자락으로 옮기게 되는데요. 지금 자리에는 원래 영정사(靈井寺)라는 절이 있었습니다. 19세기에 들어 영정사가 거의 폐사 지경에 이르게 되자 영정사 중창을 위해 표충서원의 이전을 생각해 낸 것이지요. 결국 영정사는 표충사(表忠寺)로 이름을 고치고 원래 표충사가 누리던 모든 혜택과 관가의 보호를 받으며 크게 중흥하게 됩니다. 대신에 원래의 표충사는 폐사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 표충사에는 표충사와 표충서원이 함께 공존하게 된 것입니다.

경남의 천년여행, 고사찰을 찾아서 - 겨울 밀양 표충사11사명대사 생가지에서 무려 100리가 떨어진 곳에 그를 모신 사당이 있다


이러한 사연을 모르고 밀양에 있는 사명대사의 생가를 방문한 이가 표충사에 그를 기리는 사당을 만난다면 무척 의아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선시대에 누군가를 기리는 사당이라면 의례 그가 태어나고 그의 선영이 있는 고향 마을에 세워지는 법입니다. 이런 사실을 비추어 보자면 사명대사의 사당은 그의 생가에서 무려 100리나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무척 예외적인 경우인 거지요. 거기에 이런 역사적인 배경이 있었던 겁니다. 이러한 사연 덕분에 보통 사찰에서는 만날 수 없는 서원과 사당이 넓게 자리하고 있으니 눈이 내린다면 정말 색다른 사찰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표충사입니다.

경남의 천년여행, 고사찰을 찾아서 - 겨울 밀양 표충사12눈 내린 표충사 - 경남에서 만나는 설국


물론 이러한 내용을 모르더라도 눈 내린 풍경을 즐기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사천왕문에 이르기 전 보통 사찰에선 만날 수 없는 탁 트인 풍경과 사천왕문을 들어서면서부터 만나는 아름다운 사찰 풍경까지, 일석이조의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게다가 경남에서 가장 눈이 자주 내리는 지역이라 설경 만나기가 그리 어렵지 않으니 개인적으로 겨울이면 매번 만나는 풍경이 바로 눈 내린 표충사 풍경입니다. 지난 1월 18일 역시 양산과 밀양 도심에는 비가 왔지만 어김없이 이곳 영남 알프스 자락에는 눈이 내렸습니다. 이날 저는 밀양 얼음골로 가서 눈 구경을 실컷 하다가 왔는데요. 도심에 겨울비가 내릴 때 혹시 눈이 그립다면 영남 알프스와 밀양 표충사를 살짝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

 

장원정


 

 

 

경남의 천년여행, 고사찰을 찾아서 - 겨울 밀양 표충사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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