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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로 떠나는 하동 늦가을 여행

 

명예기자리포트쌍계사로 떠나는 하동 늦가을 여행

여행지로서의 '하동'을 생각하면 우선적으로 봄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이른 봄 섬진강 주위로 피어나는 매화, 화개 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이르는 십 리 벚꽃 길은 대한민국에서도 봄 여행지로서는 으뜸으로 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따뜻한 남쪽 지역으로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온다는 얘기는 가을이 가장 늦게 찾아온다는 말과 같습니다. 가을 하동하면 북천 코스모스 축제가 열리는 9월이 대표적이겠지만 경상남도에서 가장 늦게 가을이 찾아오는 지역 중 하나이기에 늦가을 여행지로도 무척 매력적인 곳입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하동 늦가을 여행지로 쌍계사를 찾아볼까 합니다.

쌍계사로 떠나는 하동 늦가을 여행쌍계사 가는 길목에서 만난 계곡 풍경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십 리 벚꽃 길로 해마다 봄이면 상춘객들로 극심한 교통 체증은 물론 발 디딜 틈조차 없는 길입니다. 하지만 벚꽃 엔딩과 더불어 이상하리만치 이곳을 찾는 일반인의 발걸음도 뚝 끊긴다는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이러다 보니 11월 들어 쌍계사로 단풍 구경 간다고 그러면 주위에서 하는 말이 거긴 봄에 가야지 왜 때 아닌 가을에 가냐며, 타박 아닌 타박을 듣기도 하는 데요 쌍계사 가을 풍광이 그리 우습게 볼 게 아닙니다. 쌍계사를 돌아 지리산을 오르다 만나는 불일폭포는 지리산을 쫌(?) 걸었다 하는 이라면 반드시 한번은 가을에 찾아야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답니다. 실제로 가을이면 쌍계사에서 불일폭포에 이르는 길은 등산객으로 꽤 북적입니다.

쌍계사로 떠나는 하동 늦가을 여행여름 쌍계사 일주문쌍계사로 떠나는 하동 늦가을 여행가을 쌍계사 일주문 – 일주문 주위로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다

조금 소란스러웠던 쌍계사 입구 주차장을 지나 계곡으로 들어서면서 서서히 속세와 작별을 고하더니 이윽고 일주문에 당도합니다. 여름날 짙은 녹음 덕에 잠시나마 무더위를 식혀주었던 은행나무가 어느새 노랗게 물든 모습을 보자 쌍계사에도 가을이 찾아 왔음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쌍계사로 떠나는 하동 늦가을 여행쌍계사 가을을 대표하는 팔영루 앞 은행나무와 9층 석탑

쌍계사로 떠나는 하동 늦가을 여행

보통 쌍계사를 대표하는 가을 풍경으로 천왕문과 팔영루 사이에 놓인 은행나무를 주로 꼽습니다. 특히 절정을 넘어 9층 석탑 주위로 노란 은행잎이 빼곡히 깔린 모습이 가장 매력적이겠지만 여기 은행나무가 덜 노랗더라도 실망은 금물, 쌍계사 가을은 뭐랄까... 딱 이 모습이라기보다는 곳곳에 가을이 숨어 있어서 찾는 사람이 임자라는 느낌입니다.

쌍계사로 떠나는 하동 늦가을 여행쌍계사 주위로 곳곳에 가을이 숨어 있다쌍계사로 떠나는 하동 늦가을 여행쌍계사 ~ 불일폭포'로 이어지는 가을 풍경은 쌍계사를 가을에 찾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다

게다가 쌍계사의 좋은 점이 쌍계사 가을 풍경이 아쉽거나 조금 더 깊은 가을을 만나고 싶을 때는 서두에 언급했다시피 불일폭포로 이어지는 등산로로 향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조금 걷는 수고야 물론 하겠지만 불일폭포로 오를수록 그야말로 짙은 가을을 만날 수 있으니 한 번에 초가을부터 늦가을 풍경까지 진짜 가을 픙경을 싹 다 만나는 것이지요.

쌍계사로 떠나는 하동 늦가을 여행불일폭포 가는 길 - 마족대쌍계사로 떠나는 하동 늦가을 여행불일폭포로 오를수록 짙은 가을이 기다리고 있다쌍계사로 떠나는 하동 늦가을 여행불일폭포

이런 이유로 저는 가을 쌍계사를 찾으면 항상 불일폭포를 만나러 갑니다. 왕복 4km 거리가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지겠지만 뻘뻘 땀 흘리며 오르는 여름 산행에 비하면 이 시기 가을 산행은 거의 신선놀음이라고나 할까요. 가볍게 입고 오르면 걷는 동안 더운 게 아니라 따뜻해지니 일 년 내내 이렇게 걸으면 좋겠습니다. 이에 더해 풍경까지 아름다우니, 힘들 틈이 없는 거지요.

쌍계사로 떠나는 하동 늦가을 여행쌍계사 삼존석불

불일폭포를 둘러보고 다시 쌍계사로 내려오니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서서히 어둠이 깔리는 동안 세상 사람들 다 빠져나간 경내를 홀로 거닐어 봅니다. 가을 아침 산사도 좋지만 늦은 오후 산사 풍경도 무척 매력적입니다. 쌍계사는 대웅전 뒤편 삼존 석불에서 맞는 일몰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합니다. 낮에는 태양 빛이 강하게 내리쬐다 보니 석불 모습이 잘 살지 못했다면 일몰 즈음에 서쪽으로 넘어 가는 빛을 받으면 그야말로 표정 하나 하나가 생생히 살아나서 바라보는 제가 열반에 이를 것만 같은 황홀한 찰나를 맞게 되더군요.

쌍계사로 떠나는 하동 늦가을 여행

일주문 노랑 은행나무에도 어둠이 찾아옵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완전한 어둠이 찾아오기 전 이제 속세로 내려갈 시간입니다. 이미 가을은 저 만치 가버렸다고 생각하지만 11월에도 경남의 아름다운 가을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 제대로 가을을 만나지 못했다면 따듯한 하동에서 진짜 제대로 된 가을을 만나길 바랍니다. 

명예기자 장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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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로 떠나는 하동 늦가을 여행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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