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충사로 가는 길 위의 산책길은 오래된 고목들이 여행객을 반겼다. 우뚝 솟은 소나무의 기상이 가을빛을 맞으며 더욱 고상한 아름다운을 담아냈다. 

옛이야기의 고전 향수를 느끼며 걷는 이 길은 가을향이 짙게 베였다. 낙엽 밟는 바스락 소리에 가만히 기대어보면 가을에 대한 아쉬움이라 할까? 떨리는 설렘이 멀어만 가는 인상을 심어 주었다. 

노랗고 빨간 낙엽이 쌓인 땅 위로 기분 좋은 흙냄새가 나고 눈을 즐겁게 황홀함을 내어 줬다. 

노랗고 빨갛게 물든 잎들이 어느새 나무 위에 내려앉았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가을 햇살이 숲을 비추는 기운이 고즈넉하다. 표충사 계곡에서 내려오는 시냇물 소리에서 마음의 잔잔함이 울려 퍼진다. 

가을은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단단한 무엇인가를 내어준다. 삶을 비유하지만 가을은 늦춤이요. 낭만의 계절이다. 또는 내려놓음의 참된 깨달음이 되어주기도 한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가을 햇살이 숲을 비추는 기운이 고즈넉하다. 

만추의 솔향에 깊게 짓눌린다. 

표충사로 들어가는 입구는 예사롭지 않았다. 654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 분위기에 휩쓸린다. 

일주문을 지나 우거진 천년 숲길 사이로 가을이 짙다. 재약산 산기슭 아래 표충사가 자리 잡고 있어 그 분위기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재약산의 멋진 가을 색깔이 표충사를 오색 감으로 빛나게 엮어졌다. 

천년의 사찰은 만추의 서정에 더할 나위 없이 황홀하다. 

경내에 가을이 가득 내려앉은 풍경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에 충분했다. 보물 제467호인 삼층석탑도 긴 세월 바람이 빚은 무수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표충사는 수많은 세월 동안 재약산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의 애환을 보듬어 주며 수호신처럼 늘 그 자리에서 지켜보고 있다. 

우뚝 서 있는 삼층석탑은 가을빛으로 담아냈다. 

병풍처럼 펼쳐진 재약산을 안고 있는 표충사를 거닐며 자연의 아름다운 경관과 절이 주는 위안이 마음의 여유로움을 가져 볼 수 있다. 신비로움을 간직한 표충사의 가을은 짧기에 더욱 아쉬움이 큰 만추의 시간이다. 

향기로움이 짙은 산사의 만추 

그 아쉬움은 가을 밥상으로 달래며 곱씹어 보았다. 달달함이 입안에 오래 채색된 느낌이다. 

가을 밥상에도 가을스러움이 내려앉았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도 어여쁜 단풍이 한 폭의 장관이 열리고 걸음걸음마다 탐스러운 열매들이 유혹했다. 만추의 짧은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산사의 고즈넉함의 분위기에 휩싸이기도 하고 가을빛으로 가득 품은 호젓한 옛길에서 마음을 편안하게 위로받을 수도 있다. 

표충사의 들머리에서 깊은 계곡까지 낙엽이 쌓인 길을 거닐며 산사에 무르익은 만추의 황홀한 정취를 만끽하면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