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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가을여행]함안박물관에서 악양생태공원까지

명예기자 장원정 리포트
함안가을여행g 

[명예기자 장원정]양귀비 피어나는 5월 둑방길로 여행객에게 잘 알려진 함안은 몇 년 전부터 경남을 대표하는 가을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분홍쥐꼬리새'라고도 부르는 '핑크뮬리'가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할 무렵, 경남에서 가장 발 빠르게 대단위 핑크뮬리 밭을 조성한 곳이 함안 '악양생태공원'이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인생사진 한 장을 위해서라면 내일 당장 해외여행을 떠나도 어색하지 요즘, 악양생태공원은 가을 인생 사진을 위해 경남은 물론 전국에서 몰려드는 핑크뮬리 명소가 되었다. 함안이라는 곳이 경남에서도 중간 아래쪽에 위치하다 보니 경남이 아닌 동서남북 어느 지역에서 오더라도 왕복 4시간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핑크뮬리 하나면 보고 떠나기엔 조금 아쉬운 감이 살짝 드는 건 그냥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왕 온 거, 인생사진과 함께 함안의 역사와 또 다른 풍경을 덤으로 챙기면 적어도 후회하지 않을 곳도 한번 살펴보고 핑크뮬리도 만나 보면 어떨까? 자, 떠나 보자.

 

함안가을여행
함안박물관 – 박물관 가운데 구조물은 아라가야를 대표하는 '불꽃무늬토기'를 형상화했다

 

남강 연안의 평야지대의 농업생산력을 기반으로 가야연맹의 중심국이자 마산 진동 일대를 거점으로 중국이나 일본 등과 해상 교역을 펼쳤던 아라가야(阿羅伽倻 혹은 안라安羅 )의 땅 '함안'. 한국 고대사 연구에서 가야사가 늘 변방으로 취급받았기에 함안 역시 지금껏 큰 주목을 받지 못해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가야문화권 조사·연구와 정비 사업을 국정과제의 하나로 삼으면서 함안은 주목받는 곳이 되었으니 고대 아라가야를 가장 잘 만날 수 있는 곳이 함안박물관이다.

 

함안가을여행g함안박물관은 가야 시기 유물 중심의 전시물로 꾸몄다

 

2003년 10월에 개관한 함안박물관은 현재 대여유물 140여 점과 기증, 기탁유물 1,000여 점 등 총 1,140여 점의 유물들을 전시, 수장하고 있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말갑옷', '수레바퀴모양토기', '불꽃무늬토기', '미늘쇠'등 가야 시기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하여 가야인의 문화를 제대로 만날 수 있다. 조금이라도 함안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인생사진 찍기 전에 들려보자.

 

함안가을여행g함안박물관 뒤편에 자리한 말이산 고분군 – 사적 제515호함안가을여행g 말이산 고분군

 

가야 읍내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위치한 '함안박물관'을 한 번은 찾아야 할 이유가 박물관도 박물관이지만 박물관 뒤편에 위치한 '말이산 고분군' 때문이기도 하다. 사적 제515호이기도 한 '말이산 고분군' - 말이산(末伊産)은 '머릿산'을 한자로 음차한 것으로 우두머리의 산이라는 이름이다 - 은 아라가야의 왕과 지배층의 무덤이 조성되어 있는 고분군으로 찬란했던 아라가야의 문화를 생생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적이다.  말이산 고분군에는 기원전부터 6세기 전반에 이르는 다양한 무덤이 조성되어 있어 아라가야의 성립과 발전, 멸망에 이르는 고분 문화 전반을 살필 수 있다. 가야 남부 지역의 대표적 고분군으로 대릉원으로 대표되는 신라 고분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을 주는 것과 동시에 구름 좋은 가을날 온다면 또 다른 인생 사진 한 장 남길 수도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함안가을여행입곡군립공원함안가을여행입곡군립공원 삼림욕장

 

함안군 산인면에는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 흐르는 입곡저수지가 있다. 일제 강점기 때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협곡을 가로막은 폭 4km 길이로 끝과 끝이 보이지 않는 제법 큰 규모의 저수지다. 저수지를 중심으로 한편에는 깎아지른 절벽에 우거진 송림이, 맞은편에는 완만한 경사지에 활엽수림과 침엽수림이 조화를 이룬다. 1985년 입곡저수지 일대를 군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저수지를 중심으로 공원을 조성하고 2004년에는 산림욕장을 개장한다.

 

함안가을여행9월 중순부터 10월 초순까지는 산림욕장에는 꽃무릇이 활짝이다

 

가을볕이 제법 따가운 낮 동안에 그늘 아래서 잠시 쉬어가기는 함안에서 이만한 곳이 없다. 산림욕장 곳곳에 마련된 휴게 데크에서 쉬는 곳도 좋고 조금 지루하다면 산림욕장을 포함하여 산책로 전부가 그늘이니 저수지를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좋다.

 

함안가을여행g입곡군립공원을 대표하는 출렁다리함안가을여행g출렁다리 뒤편 팔각정에서 바라본 입곡저수지

 

특히 공원을 대표하는 출렁다리 쪽은 형형색색의 바위와 기암절벽이 그대로 보존되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출렁다리와 더불어 출렁다리 뒤편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장면 역시 입곡군립공원에서 만나는 멋진 장면이니 놓치지 말자.

 

함안가을여행g2017년 10월 준공한 '악양생태공원'함안가을여행주말에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2012년 용역 의뢰를 시작으로 2014년 착공한 '악양생태공원'은 2017년 10월에 준공 하였다. 138억 원의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악양생태공원은 위치가 외진데다가 공원 진입로가 1차선인 탓에 대형 차량의 교행이 어렵고 공원 진입을 위해선 마을 안길을 거쳐야 해서 과연 관광객이 찾기나 할지 공사 당시 여러모로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는 달리 2017년 준공과 함께 임시 개장을 하자마자 핑크뮬리 공원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SNS을 통해 가을 경남에서 가장 핫(?)한 장소로 등극한다.

 

함안가을여행사진 상단에서부터 '핑크뮬리', 골드뮬리', '코스모스’함안가을여행악양생태공원 핑크뮬리 – 햇볕이 잘 들어야 제대로 된 핑크빛을 띤다

 

서양 억새, 분홍 억새라고도 하는 '핑크뮬리'는 미국이 원산지로 알려진 볏과의 식물로 여러해살이풀이다. 핑크뮬리는 햇볕이 잘 들고 배수가 좋은 곳에서 잘 자라고 건조에 강해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시들지 않는다. 이런 특징 중에서 다시금 눈여겨봐야 할 점은 볏과라는 점이다. 볏과는 햇볕이 잘 들어야 한다는  게 생육에 무척 중요하다. 가을날 햇볕이 좋아야 벼가 누렇게 익는 것처럼 핑크뮬리는 햇볕이 잘 들어야 이른바 '핑크핑크'하게 익는다. 핑크뮬리가 인기를 얻으면서 각 지자체가 앞 다투어 유휴지에다가 핑크뮬리를 심지만 막상 가을날 제대로 핑크색을 내는 핑크뮬리가 드문 건 충분한 일조량이 확보되지 못해서이다. 이런 점에서 악양생태공원은 핑크뮬 리가 자리기에 무척 좋은 환경을 가졌다.

 

함안가을여행g
태풍 '미탁'이 오기 전 모습(2019년 9월 29일)함안가을여행
우려와 달리 10월 태풍 '미탁'에도 해를 입지 않았다(2019년 10월 7일 모습)

 

핑크뮬리 학명이 ‘Muhlenbergia Capillaris’이다. Capillaris는 '머리털의', '모발 같은'이라는 의미다. 이름에서 짐작되듯 거센 비바람에는 무척 취약하다. 우려와 달리 이번 10월 태풍 '미탁'에도 피해가 없었던 걸로 봐서는 이곳의 생육 환경이 좋다는 의미다. 그만큼 튼튼하고 건강한 핑크뮬리를 만날 수 있다.

 

함안가을여행g서쪽으로 둑이 있어 일몰 시간 때 빛을 조금 일찍 둑이 가려 핑크뮬리에 그림자가 드린다

 

제대로 된 핑크뮬리를 만나지만 조금 아쉬운 점도 있다. 서쪽으로 둑이 높다 보니 일몰 시간에 핑크뮬리에 충분히 빛이 스미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둑에 빛이 가리면서 핑크뮬리 밭으로 길게 그림자가 드리우니 일몰 시간에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 찍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조금 섭섭할 법하다. 

 

함안가을여행g둑길에는 코스모스가 한창이다함안가을여행일몰 시간에 맞춰 둑 위에서 일몰을 맞는 편이 좋다함안가을여행g생태공원 일몰

 

따라서 해가 질 때까지 핑크뮬리 밭에 머무는 것보다 일몰 시간에 맞춰 둑 위를 걷는 편이 좋다. 둑 위에서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를 길게 감상하면서 코스모스를 배경으로 또 다른 일몰 사진을 담을 수 있으니 말이다. 

가을하면 코스모스에서 메밀꽃을 거쳐 꽃무릇을 지나 국화를 넘어 핑크뮬리까지 대중적인 가을꽃도 늘 변해왔으니 핑크뮬리의 인기도 언젠가는 식을 테지만 당분간은 인기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가을날 함안에 들렀다면 핑크뮬리와 더불어 다양한 모습의 함안을 만나고 가길 바란다.

 명예기자 장원정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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