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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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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강변으로 떠나는 밀양 가을여행

명예기자 장원정 리포트

밀양강변으로 떠나는 밀양 가을여행

 

[명예기자 장원정] 북동쪽의 가지산, 북서쪽의 화악산 지맥에 접하고 동쪽으로는 재약산과 남서쪽의 종남산을 등진 밀양은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중에서도 가지산, 재약산을 포함한 영남알프스는 해발 1,000m 이상의 산악군을 형성한다. 높은 봉우리들과 산줄기의 수려한 경관 덕분에 인기 있는 등산코스가 많고 영남알프스얼음골 케이블카 역시 이곳에 위치하여 외지인뿐만 아니라 밀양 시민들도 즐겨 찾는 가을날 밀양을 대표하는 여행지이다. 하지만 영남알프스가 밀양을 포함하여 5개 시. 군에 걸쳐 위치하다 보니 영남알프스가 밀양만의 고유한 여행지가 아니라 밀양이 영남알프스 지역 중 하나로 느껴진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밀양만의 가을을 느끼려면 오히려 밀양 도심을 둘러보는 게 더 좋다. 높은 봉우리로 사면이 둘러 싸여 내륙에 위치한 밀양은 일교차가 큰 편이라 가을이면 깊은 가을 향이 느껴지니 말이다. 오늘은 이러한  도심 속에서 밀양만의 가을을 만나보고자 한다.

 

밀양강변 삼문동 구절초 - 2019년 10월 7일 모습

밀양강변 삼문동 구절초 - 2019년 10월 7일 모습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고현산(高峴山 ,1,033m)에서 발원한 동창천은 남쪽으로 흘러 밀양으로 진입하여 여러 지천과 합류하고 다시 상동면에서 청도천과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밀양강이 된다. S자형의 유로를 그리면서 계속 남류한 밀양강은 삼량진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낙동강에 합류한다. 6, 7,8월 3개월간 강수량이 1년 강수량의 65%에 해당하는 밀양이다 보니 우기 때 상류로부터 내려온 많은 토사물이 유속이 느린 현재 밀양 읍내를 지나면서 큰 퇴적층을 형성했다. 이것이 현재 밀양 중심지 삼문동의 시작이다. 밀양강 안에 위치한 삼문동은 하중도(河中島)다. 즉, 강의 유속이 느려져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섬이다. 경남에 있는 하중도로는 낙동강 하구 을숙도가 대표적이다. 밀양 삼문동은 서울의 여의도가 함께 국내에서 유인도가 된 몇 안 되는 하중도다. 

 

삼문동 송림

삼문동 송림


삼문동 송림 구절초

삼문동 송림 구절초

 

밀양강 하중도(현재 삼문동)는 우기 때면 상습 범람 지역이었기에 조선 후기 때까지는 사람들이 거의 살지 못했다. 1907년 내일동에 있던 사립개창학교(1897년 창설, 현재 밀양초등학교)가 삼문동으로 신축 이전하고 일제 강점기 이후 일본인들이 섬 주위로 제방을 쌓아 범람을 막고 이 터 위에 군청, 법원지청, 교육청 등 관청이 들어서면서 밀양 행정의 중심 구역이 된다. 조선 시대 후기 강물의 범람을 막기 위해 방수림으로 심었던 송림은 제방이 축조된 후 제방 내외로 남아서 현재 밀양시 천연보호림으로 지정되어 있다. 인근에 공설운동장과 강변 체육공원이 위치해서 현재까지도 밀양시민의 휴식처자 체력 단련장으로 큰 사랑을 받는 이곳에 밀양시는 8만 여 본의 구절초를 2013년에 심으니 2014년부터 매년 가을이면 송림 아래로 하얀 눈이 피어나게 되었다.

 

가을 새하얀 눈밭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가을 새하얀 눈밭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구일초' 혹은 '선모초'라고도 불리는 구절초 - 한자로는 ‘九節草’, ‘九折草’ 둘 다 쓴다 - 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9~11월경에 꽃이 핀다. 중국, 한국, 일본의 산과 들에 널리 자생하며 향기가 좋고 아름다워 관상용을 많이 재배하고 예로부터 월경 불순. 자궁 냉증. 불임증 등의 부인병에 약으로 쓰인 식물이다. 구절초라는 이름은 아홉번 꺾인다 하여 붙여졌다는 설과 음력 9월 9일에  - 딴 것이 효능이 좋아 - 꺾어 말려 한약재로 이용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여행자들에게는 그동안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북 정읍 '옥정호 구절초 테마공원' 군락지가 유명했지만 경남 도민에게는 다소 거리가 부담스러웠는데 삼문동 송림이 경남을 대표하는 구절초 군락지가 된 것이다. 특히 강으로 둘러싸인 덕분에 가을 아침마다 짙은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장소라 안개 낀 솔밭과 구절초 풍경은 그야말로 몽환적이니 이왕에 구절초를 만날 거라면 조금 부지런을 떨어서라도 아침에 방문하는 편이 좋겠다.

 

2018년 3만 여 본을 심어 조성한 핑크뮬리 정원(2019년 10월 7일 모습)

2018년 3만 여 본을 심어 조성한 핑크뮬리 정원(2019년 10월 7일 모습)


핑크뮬리 정원은 밀양강 삼문지구 다목적광장 옆에 있다

핑크뮬리 정원은 밀양강 삼문지구 다목적광장 옆에 있다

 

밀양 삼문동은 물길에 둘러싸인 하중도라 어디서 출발하든 강변 산책로를 따라 한 바퀴를 돌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밀양시는 삼문동 둔치 전부를 구역 별로 나누고 다양한 조경수와 초화류를 심어 특색 있는 강변 공원으로 조성했다. 2018년에는 다목적광장 옆 느티나무 숲 일원에 핑크뮬리 3만 본을 심어 핑크뮬리 정원을 조성하였다. 

 

핑크뮬리와 코스모스 주위로 다목적 광장 바닥분수와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핑크뮬리와 코스모스 주위로 다목적 광장 바닥분수와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다목적 광장 코스모스 정원

다목적 광장 코스모스 정원

 

원래 이곳은 다목적광장에 바닥분수가 설치되어 있어 주말이면 가족 단위 시민들이 자주 찾는 장소이자 이미 대단위 코스모스 정원이 들어서 있어서 가을이면 코스모스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즐겨 찼던 장소였다. 몇 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불어 닥친 핑크뮬리 열풍에 힘입어 함안 악양생태공원 핑크뮬리 정원이 전국에서도 이름난 가을 명소로 급부상한 점을 생각한다면 조금 늦은 감도 없진 않지만 경남에 괜찮은 핑크뮬리 정원이 하나 더 생겼다는 사실에 반가움이 앞선다.

 

10월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느티나무 그늘 쪽은 핑크뮬리 대부분 쓰려지고 말았다

10월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느티나무 그늘 쪽은 핑크뮬리 대부분 쓰려지고 말았다


느티나무 그늘 쪽은 핑크뮬리보다 구절초를 이어서 심기에 더 알맞은 장소다

느티나무 그늘 쪽은 핑크뮬리보다 구절초를 이어서 심기에 더 알맞은 장소다 


핑크뮬리는 코스모스 정원을 좀 줄이더라도 이쪽에 조성하는 것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핑크뮬리는 코스모스 정원을 좀 줄이더라도 이쪽에 조성하는 것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핑크뮬리 정원의 1/3 정도가 느티나무 아래 그늘 쪽이다 보니 생육 환경이 그리 좋은 편은 못된다. 이러다 보니 그늘 지역과 양지바른 지역의 핑크뮬리 성장 속도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10월 들어서 양지쪽은 서서히 핑크 빛으로 익어가는 반면 그늘 쪽은 거의 핑크 빛으로 물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느티나무 그늘 따라서는 구절초를 이어서 더 심는 편이 좋았겠다. 핑크뮬리는 양지바른 코스모스 정원 쪽 한 구역을 이용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풍성할 수도 있었겠다.

 

타 지역보다 늦게 물드는 밀양강변 핑크뮬리(2018년 10월 20일 모습)

타 지역보다 늦게 물드는 밀양강변 핑크뮬리(2018년 10월 20일 모습)

 

보통 핑크뮬리가 10월 초순, 중순이 절정이라면 여기 밀양강변 핑크뮬리는 현재로는 10월 하순이 지나야지 절정에 이른다. 어디든지 첫해 심은 핑크뮬리는 전체적으로 늦게 물드는 편인데 두 해째인 올해도 10월 태풍의 영향 탓인지 밀양강변 핑크뮬리는 여전히 더디게 물들고 있다. 함안 핑크뮬리 정원의 규모와 생육 상태에 비하면 아쉬운 감도 들지만 인근의 영남루와 삼문동 구절초와 함께 둘러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밀양을 대표하는 가을 여행지로 지금보다 앞으로 더 기대되는 장소다.

 

휘돌아 치는 밀양강 위로 자리 잡은 '금시당'과 금시당 은행나무

휘돌아 치는 밀양강 위로 자리 잡은 '금시당'과 금시당 은행나무

 

밀양강이 밀양 읍내로 들어가기 전 크게 휘돌아 용호龍湖를 이루는 곳이 있다. 이 용호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한 '금시당'은 조선시대 후기 전통적인 건축물로 영남지방 선비 가문의 대표적인 정자 건물(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28호)로 평가 받는다.

 

금시당 은행나무 - 밀양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가을 풍경이다

금시당 은행나무 - 밀양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가을 풍경이다

 

이곳에는 금시당을 세운 이광진(1513-1566) 선생이 손수 심었다는 45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유서 깊은 금시당이라 일 년 내내 꾸준히 발걸음이 이어지지만 은행나무가 황금빛으로 변해갈 무렵이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절정을 이루는 곳이니 밀양강변을 따라 밀양 가을을 만나는 이라면 함께 둘러봐야 한다.

영남알프스 억새와 얼음골 케이블카 그리고 얼음골 사과는 예나 지금이나 밀양의 가을하면 가장 먼저 떠 올리는 이름들이지만 너무 익숙한 이름이란 조금 감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밀양의 새로운 가을을 만나고 싶다면 도심 속 밀양강변을 거닐며 곳곳에 숨어 있는 가을을 한번 찾아보길 바란다. 

 

명예기자 장원정 리포트

밀양강변으로 떠나는 밀양 가을여행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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