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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향기 가득한 통도사를 걷다

일주문에서 금강계단까지

명예기자 황선영 리포트

국화 향기 가득한 통도사
주차장에서 내려 통도사를 바라본다.

 

[명예기자 황선영]편해진 세상이라지만, 지켜야할 것들이 있습니다. 아니, 지켜서 더 즐거운 것들이 있지요. 통도사 가는 길이 그러합니다. 그 옛날 왕이라도 이 길은 걸어서 들어가야 했습니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으로 가는 길. 불제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세속에서 출발해 해탈에 이르는 길이라고 하지요.  

 

국화 향기 가득한 통도사
국화 향기 가득한 통도사통도사 부도원

 

지난 주말, 양산 통도사를 찾았습니다. 영축축제의 마지막 날을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때 아닌 가을장마로 가는 길 방해될까 걱정을 했었지요. 마치 소풍에 비가 올까 염려하는 아이 때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신라 선덕여왕 15년, 서기로 따지면 646년에 자장율사는 이곳에 터를 잡았습니다. 통도사가 창건된 것도 1373년이나 전의 일입니다. 

 

국화 향기 가득한 통도사
국화 향기 가득한 통도사사천왕이 지키는 천왕전

 

흔히들 통도사를 “천년고찰”이라 부르지만, 엄밀히 따지면 통도사의 역사를 373년 줄이는 일입니다. 이곳의 기둥 하나, 돌 하나,,,, 어느 것 하나 역사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이곳은 3대 사찰의 하나로써 불보사찰이라 부르지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셔서 그렇습니다. 부도원에 안치된 역대 고승들의 부도와 석비를 보면 불보사찰을 지켜 온 스님들의 내공 역시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국화 향기 가득한 통도사
국화 향기 가득한 통도사통도사의 가을이 절정이다.

 

가을은 불쑥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담장 위에 가지를 드리운 나뭇잎들은 푸른 빛깔을 잃었습니다. 통도사 경내의 여러 건물들을 화사하게 물들인 것은 가을에 피는 꽃인 국화입니다. 기온이 낮은 가을에 피어, 조상님들은 국화를 4군자 중 하나로 숭상했습니다. 천년의 세월을 견디어 온 신라석탑 앞에 장식된 국화가 이채롭습니다.

 

국화 향기 가득한 통도사국화 향기 가득한 통도사축제의 마지막 날

 

무생물인 돌과 생물인 국화, 전통석탑과 새로운 디자인의 꽃 장식, 무채색의 화강암과 다채로운 국화의 색의 대비가 새로운 조화를 만듭니다. 눈으로 꽃의 색깔을 즐기고, 다음은 코로 국화 향기를 가득 들이킵니다. 아쉽지만, 이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내년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영축문화축제는 10월 20일로 막을 내렸지요.

 

국화 향기 가득한 통도사
국화 향기 가득한 통도사g구룡지로 향한다.

 

금강계단 앞 구룡지로 발길을 옮깁니다. 자장율사가 이곳에 처음 통도사를 세울 때의 일이 전설로 전합니다. 당시 이곳은 9마리의 용이 살았던 거대한 못이었습니다. 떠나달라는 자장율사와 떠나지 못한다는 용들은 한 바탕 다툼을 벌이게 되었지요. 이 싸움은 결국 자장율사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구룡지 위 항룡교를 풀이하면 “용을 항복시킨 다리”라는 뜻입니다.

 

국화 향기 가득한 통도사국화 향기 가득한 통도사구룡지에 핀 연꽃

 

9마리 용 중 8마리가 죽었고, 마지막 한 마리는 항복합니다. 그 후, 이곳 구룡지에서 살며 불법을 수호하게 되었지요. 신비한 이야기지만,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불교의 교리에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용이란 가상의 존재라 이야기를 지은 사람이 자장율사의 신통력을 강조하는 장치로 꾸민 것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국화 향기 가득한 통도사가을빛으로 물든 통도사

 

통도사는 온통 가을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담장 위 드리워진 단풍잎에서, 구룡지 연못에 피어난 연꽃에서 말이지요. 이 가을, 불보사찰 통도사를 찾아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계곡 물소리 가득한 양산천을 따라 걸으면 천삼백 년 동안 지켜온 절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변함없는 석탑 위로 보이는 산의 빛깔이 이 가을을 알려줄 것입니다.

명예기자 황선영 리포트
 

국화 향기 가득한 통도사를 걷다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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