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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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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아라가야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산책

12월에 걷는 말이산 고분군

황선영 명예기자 리포트
 

 말이산 고분군g말이산 고분군으로 오르는 길

 

[명예기자 황선영]죽은 다음에 사람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혹자는 무로 돌아간다고 하고, 혹자는 종교의 가르침을 인용해 천국이나 지옥으로 간다고 말하겠지요. 그 옛날 아라가야의 지배자들 역시 비슷한 고민을 했습니다. 작은 언덕이 늘어선 듯 보이는 고분군은 그 대답입니다.

 

 말이산 고분군g푸른 빛 사이로 보이는 겨울의 빛깔

 

부쩍 추워졌지만, 말이산 고분군은 아직 푸른빛이 남아 있습니다. 뿌리 내린 잡초 위에 흰 빛은 서리입니다. 밤과 낮의 기온 차이로 4계절 이슬이 맺히는데, 겨울이 되면 이 이슬이 얼어붙게 됩니다. 농사꾼에게 서리는 재앙입니다. 농작물이 냉해를 입기 때문입니다. 양지 바른 곳의 풀들은 아직 푸르지만, 그늘이 드리운 곳의 풀들은 겨울 색에 가깝습니다.

 

 말이산 고분군무덤 사이의 여백을 채우는 억새 무리

 

무리지어 바람에 나부끼는 풀들이 보입니다. 바로 억새입니다. 널리 알려진 갈대와 비슷하게 생겨서, 사람들은 자주 억새를 갈대와 혼동합니다. 갈대와 억새를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강가나 습지에 사는 것은 갈대이고, 물이 없는 곳에 자라는 것이 억새이지요. 수십 기의 무덤들이 이어지는 사이사이에는 소나무와 대나무, 억새가 여백을 채우고 있습니다.

 

 말이산 고분군고분군은 아직도 발굴이 이어지고 있다. 

 

말이산 고분군은 아직 발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아라가야 고분 45호에서 출토된 토기는 고고학자들을 놀라게 했지요. 사슴 형상의 토기였습니다. 45호 고분 발굴 보다 사슴 모양 토기에 대한 보도가 늦은 이유가 있었지요. 세월 때문에 깨어진 토기는 유물 수습 과정에서 제 형상을 찾게 되었습니다. 사슴 형상 토기의 굽에는 아라가야의 불꽃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말이산 고분군g
 말이산 고분군g옛 아라가야 왕족의 무덤 사이를 거닌다. 

 

말이산 고분에 누워있는 사람들은 그 옛날 이곳 함안을 대대로 지배했던 아라가야의 왕족들이었습니다. 이 거대한 무덤은 그 당시 아라가야의 위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계가 없던 시절의 일입니다. 대규모 토목공사는 대부분 사람의 손으로 해야 했습니다. 말이나 소가 동원되어 사람의 손을 더는 식이었습니다. 

 

 말이산 고분군g아직 남아 있는 가을꽃

 

다시 처음 한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사람은 죽어 어디로 갈까요?" 아라가야의 왕족들은 자신들이 누리던 권세를 저 세상에서도 누리고자 했습니다. 무덤 속에는 생전에 쓰던 물건들로 가득 채웠지요. 당대에는 귀중품이었던 철로 만든 무기와 갑옷을 넣었습니다. 각종 토기 또한 함께 넣었지요. 아라가야의 백성들이 쌓은 거대한 무덤 속은 이렇게 채워졌습니다.

 

 말이산 고분군
 말이산 고분군g함안을 한 눈에 내려다본다. 

 

그들이 원했던 것처럼 생전의 영화를 사후에 누릴 수 있었을까요? 이렇게 보면 이 노력은 헛된 것이었지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아라가야의 영광을 알게 해 주었으니, 아무 의미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가야는 자신의 손으로 역사서를 쓰지 못했습니다. 아라가야를 포함해 가야를 돌아보는 유일한 수단은 바로 가야 사람들이 남긴 유물들입니다.

 

 말이산 고분군아라가야의 비밀을 간직한 옛 무덤

 

함안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을 지납니다. 말이산 고분군을 걸을 때면 옛 시간 속으로 걷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아라가야의 지배자들이 이곳을 무덤으로 만든 때의 시간 말이지요. 저 무덤 속에 감춰진 비밀들은 언제 드러날까요? 아라가야 45호 고분군에서 사슴 토기가 발굴되었듯, 발굴이 계속된다면 아라가야의 비밀 역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그때가 오면 다시 말이산 옛 가야의 무덤 사이를 거닐 것입니다.

황선영 명예기자 리포트
 

그 옛날 아라가야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산책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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