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기자 김수정]이제 겨울을 준비해야겠습니다. 일조량이 줄어들고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에 몸을 웅크리다 보니 어느새 가을이 떠나는 것만 같아 안타깝습니다. 아름다운 가을날을 다 즐기기도 전에 떠나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허무한 마음이 들어 홀연히 봉황동유적지로 향했습니다.
봉황동유적지 내 복원된 가야 시대 주거지
사적 제2호로 지정된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로 고고학적 조사가 진행된 의미 있는 장소입니다. 패총 전시관, 복원된 고상 가옥 등 금관가야 시대 주거지 및 왕궁터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가야사누리길'의 일부인 것을 알리는 안내도
이미 몇 해 전부터 왕궁터 발굴이 꾸준히 진행되었고, 왕궁터로 추정되는 다수의 유물 발견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봉황대라는 별칭이 있기도 한데요, 낮은 언덕을 따라 정비가 잘 되어 있어 주변 시민들의 휴식처이기도 합니다.
고상 가옥
11월 하순에 겨우 단풍이 든 봉황동유적지의 아름다운 길
가을이 스며든 봉황동유적지, 청량감 넘치는 숲길이 펼쳐집니다. 유적지인 만큼 관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자주 만날 수 있답니다. 점심 식사 뒤 가볍게 산책하기도 좋은 곳입니다. 요즘 빈티지 감성의 유행을 따른 김해의 핫플레이스, ‘봉리단길’ 역시 이곳 봉황동유적지 바로 옆입니다. 유유자적 산책하듯 들러 타오르는 가을과 금관가야 유적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장소랍니다.
길 따라 걷고 싶은 어느 가을날설레는 단풍잎
복원된 가야 주거지 고상 가옥과 망루 그 사이로 붉게 단풍잎이 물들었습니다. 오랜 옛날 김해평야는 바다였다는 사실이 문헌을 통해 전해집니다. 해상무역이 발달한 곳, 금관가야는 철의 제국인 만큼 배를 이용한 철 제품이 주요 수출품이었습니다. 연못 위에 복원된 가야의 배가 놓여 있습니다.
가을날 오지 않았다면 알지 못한 억새군락지관리사무소 뒤편의 고즈넉한 산책길. 봉황동유적은 사통팔달, 김해의 여러 길을 잇는다.
길을 따라 언덕 위 전망대 방향으로 올라갔습니다. 다소 낮은 언덕쯤으로 보일 수 있는 곳이지만, 정상부에 다다르니 작은 운동장 같은 광장이 펼쳐집니다. 그 앞엔 ‘여의낭자와 황세장군’ 이야기가 깃든 황세바위가 멋진 장군의 모습처럼 장대하게 서 있습니다. 황세바위를 돌아 회현동주민센터 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억새밭이 펼쳐집니다. 가을에 오지 않았다면 몰랐을 억새의 존재는 가을날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얼마 전 조사가 일부 마무리된 가야 시대 궁궐터. 우측에 보이는 은행나무 앞에는 수로왕궁터를 의미하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회현동주민센터 맞은편의 ‘금관가야 궁궐터’는 최근 발굴 조사를 마무리 지었는데요, 이곳에는 최초 궁궐터인 것을 추측하게 된 근거인 비석 ‘駕洛國始祖王宮墟(가락국시조왕궁허)’가 세워져 있습니다.
봉황동유적지 종합안내도
발굴조사에서는 궁궐터로 추정되는 중요한 유물이 다수 발굴됐습니다. 집 모양 토기, 배 모양 토기 등 다양한 상류층 토기류, 말발걸이, 왕궁터, 사찰부지 등이 발굴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여러 유물 발굴을 계기로 가야사 연구와 복원사업이 더욱더 힘차게 추진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가을 낭만을 봉황대에서 즐겨봐요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