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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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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기 시작한 장산숲에서

 

 

 

 

 

 

음력으로 치면 이제 막 접어들기 시작한 봄 절기 때문일까, 봄이 잠깐 길을 헤메서일까. 물가 옆 숲은 봄이 조금 늦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나무를 심으며 숲을 가꾸며 마을을 장식하곤 했는데, 고성군 마암면 부근에 위치한 장산숲 역시 아담한 연못을 따라 심어진 나무들로 길이 조성되고 숲으로 보존되고 있는 곳이다.

 

 

장산숲은 600여년 전 김해 허씨 집안에서 관리했다는 숲으로, 1987년 5월 경상남도 기념물 제 86호로 지정되어 있다. 600년이라는 유서깊은 기간만큼 장산숲이 위치한 마암면 주변에는 고가나 서원도 적지 않아 방문하고 역사를 느껴볼 공간이 많다. 

 

 

숲의 유래에 대해 살펴보자면 장산숲은 지금으로부터 약 600여 년 전 조선 태조 때 호은 허기 선생이 마을의 풍수지리적 결함을 보충하기 위해 조성한 비보숲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비보라는 단어는 풍수지리상에 나쁜 기운이 깃든 산과 개울 등에 탑, 장승 등을 세워 나쁜 기운을 억누르고 약한 기운을 도와 보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랜 기간 숲이 자리해온 곳인 만큼 숲 곳곳에 탑의 흔적과 무언가 세워졌던 기둥의 흔적을 찾아보기 쉽다.

 

 

장산숲을 처음 조성했을 때는 그 길이가 1㎞ 달하며 긴 길이를 자랑했지만 지금은 길이 100m, 너비 60m로 약 6,000㎡밖에 남아있지 않아 아쉽다.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고 숲 중앙의 연못과 신선사상을 바탕으로 만들어 놓은 작은 섬과 정자는 숲의 분위기를 한층 더 매력있게 만드는 요소임이 충분하다. 이른 봄, 연못 위를 메우며 동동 떠있는 작은 수련들은 매서운 겨울을 보내고 싹틔울 날을 기다리는 모습도 반갑다.



또한 장산숲은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촬영지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 정자로 들어가는 길 앞에 세워진 안내판을 보고 있자면 드라마 그때의 영상이 절로 상상된다. 드라마 촬영지로써 더욱 유명세를 얻고 많은 이들의 손길 발길이 닿은 흔적이 느껴진다.


 

연못에 놓인 정자에서 운치를 즐기거나 숲 둘레길을 한바퀴 돌다 보면 숲 중앙에 위치한 독특한 돌평상들이 눈에 들어온다. 인위적이지 않은 돌들로 평평한 자리를 만들어낸 모습에 잠시 쉬어가며 휴식을 취하기 딱 좋다. 서늘하다가도 불쑥 다가온 따스한 봄에 사람들이 하나 둘 발걸음하며 숲속 맑은 공기와 햇살 사이로 쉼을 즐기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길을 따라 우뚝 솟은 나무들과 여름이 오면 풍성한 잎들로 하늘을 가릴 무성한 가지들 사이에 있자니 숲 속은 평온하기 그지없다.

 

 

장산숲을 장소로 종종 생태학습 프로그램이 실시되는 모습을 보곤 했을 정도로 다양한 곤충들과 동물들, 식물들로 가득한데, 실제로 장산숲에는 느티나무, 서어나무, 긴잎이팝나무, 소태나무, 배롱나무, 쥐똥나무, 검팽나무, 이팝나무, 검노린재 등 남부 온대 지방에 자라는 고유 수종들 250여 그루가 식재되어 있어 생태적으로도 주요한 환경유산이라 볼 수 있다.


 

장산숲은 2009년 제 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마을숲 부문에서 아름다운 공존상(우수상)을 수상한 곳이기도 하다. 그 말을 증명하듯 오랜 세월을 보내며 튼튼한 뿌리를 통해 끊임없이 자라는 나무들이 장관을 이루어낸다. 장산숲에서는 봄을 맞아 새싹을 틔워내며 꽃을 피우며 싱그러운 자연의 힘을 보이고 있다. 잠깐 쉬어가기 좋은 곳 장산숲에서 푸르른 녹음으로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아직 쌀랑한 날씨탓에 연두빛 아가잎들도 이제서야 봄을 알리며 하나 둘 깨어나고 있다. 금세 사라지고 곧 다가올 더위에 무성한 잎들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며 나그네들의 방문을 반길 장산숲의 여름을 기대해본다.

 

 


 

봄이 오기 시작한 장산숲에서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봄이 오기 시작한 장산숲에서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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