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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당신의 두뇌는 안녕하십니까? 경남수학문화관 이야기

 명예기자 리포트

경남수학문화관 이야기 

[명예기자 장원정]학력고사(1982년~1993년까지 실시한 대학입학 학력고사)를 준비하며 치른 저에게 학창 시절 시험이란 배운 내용을 머릿속에 정확히 구겨 넣어 두었다가 정해진 시간 안에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잘 꺼내는 일종의 기억력 테스트로 남아 있습니다.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살피는 게 아니라 배운 것을 얼마큼 기억하고 있는 가를 측정하는 것. 수학 과목 역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선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빠짐없이 풀면서 아예 문제 자체를 외우는 것이 고득점의 지름길이었으니 수학 시간이 흥미롭기보다는 늘 따분한 문제 풀이의 연속이던 시간인 셈입니다. 이런 저에게 2018년 3월 '경남수학문화관'이라는 이름의 공간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조금 낮선 이름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수학박물관이나 수학관 정도가 충분할 터인데 '문화'가 들어간 '수학문화관'

 

2016년 교육부 수학문화관 조성 지원 사업에 전국 시·도 교육청 중 유일하게 경남도교육청이 선정되면서 건립이 들어간 경남수학문화관(이하 문화관으로 표기)은 2018년 3월 14일(개관일을 원주율 ∏의 3.14에 맞췄다) 문을 열었습니다. 창원 중앙중학교 별관을 활용해 연면적 850㎡, 지상 3층으로 사업비 35억 원이 들어간 문화관은 놀이. 체험 기구를 즐기며 일상에 숨은 수학 원리를 이해하고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칠 때까지 반복하며 문제를 풀다가 스스로 수학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저도 이곳에서 다시 새롭게 수학과 화해할 수 있을지 기대하며 문화관을 찾았습니다.

 

경남수학문화관 이야기수학문화관 자유 관람 시간 14:00~17:00(매주 화~일, 무료) 

문화관 운영은 크게 단체 관람객이 예약제로 이용하는 오전 시간과 자유 관람객이 이용하는 오후 시간으로 나뉩니다. 문화관 내용이 어떨지 모르는 상황이라 저는 우선 자유 관람을 하기로 하고 1층 수북카페에 들러 등록을 한 후 2층 체험실로 향합니다.

 

경남수학문화관 이야기2층 체험실 입구에는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앞면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2층으로 올라서니 대형으로 제작한 필즈상(Fields Medal) 앞면이 눈에 띕니다. 캐나다 수학자 존 찰스 필즈의 유언에 따라 그의 유산을 기금으로 만들어진 수학상으로 국제 수학 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국제 수학자 대회에서 수여하는 상입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나이 제한이 있습니다. 

 

“상의 수여는 이미 이루어진 업적을 기리면서 동시에 향후 연구를 지속하도록 격려하고 다른 수학자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뜻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 존 찰스 필즈

 

이런 필즈의 유언에 따라 만 40세 이하로 수상자를 제한합니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필즈상 앞면의 두상은  필즈가 아닌 수학자들이 뽑은 위대한 수학자 고대 그리스 사람 '아르키메데스(약 기원전 287년 ~ 기원전 212년)'입니다. 두상 주위의 라틴어는 '자기 자신 위로 올라서 세상을 꽉 잡아라'는 고대 로마 시인 마닐리우스의 격언입니다. 2014년은 서울에서 세계수학자대회가 열렸던 해이기도 합니다. 

 

경남수학문화관 이야기체험실을 들어서면 큼직한 파이가 이곳의 정체성을 알려준다 - 수학문화관 개관일이 3월 14일이다

경남수학문화관 이야기수학도 놀이가 되니 절로 몰입이 된다

평일인데도 몇몇 사람끼리 곳곳에 무리 지어 있는데 초등학생 한 조가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한참을 까르르거리다가 갑자기 웃음이 뚝 끊기더니 자기들끼리 해답을 찾고자 끙끙 앓는 모습이 진지하면서도 그 시간이 괴로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즐기는 표정입니다. 몰입의 즐거움이 표정에서 여실히 보입니다. ‘어릴 때 저도 이렇게 수학을 접했다면 수학 시간이 조금은 즐거울 수 있을 텐데’라며 부러운 맘이 들기도 했습니다.

 

경남수학문화관 이야기수학적 배경이 없으면 체험실 내용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경남수학문화관 이야기자유관람을 하더라도 해설을 반드시 신청하자

체험실을 전체적으로 들러본 후 시간에 맞춰 해설 안내를 신청했습니다. 해설사와 함께 다시 둘러보면서 느낀 점은 이 공간은 그냥 둘러보는 것과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는 것은 소리 없이 영화를 보는 것과 소리를 들으며 영화를 보는 것의 차이만큼 크게 난다는 사실입니다. 실생활과 연관된 다양한 수학적 문제를 풀어보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수학적 이론을 이해하는 공간이라 수학적 지식이 없으면 무척 난감하기도 하고 무의미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경남수학문화관 이야기g수학이 필요한 시간

경남수학문화관 이야기수학박물관  - 곳곳에 숨은 수학적원리를 이해하는 공간이다

해설사의 도움을 받으며 하나하나 다시 찬찬히 체험실을 살펴봅니다. 학익진을 구사할 경우 모양도 모양이지만 적군과의 거리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왜군이 가진 조총의 사정거리보다는 떨어져 있는 동시에 조선 판옥선의 화포 사정거리 내에 왜선을 두어야지 학익진이 효과를 보는 겁니다. 즉 판옥선과 왜군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먼저 알아야만 하는 겁니다.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훈도'라고 관리가 조선 시대에는 중앙과 지방 관아에 있었는데 임진왜란 당시 판옥선에 함께 탔습니다. 그럼 과연 이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정확히 왜선과 판옥선의 거리를 구하였을까요?

 

경남수학문화관 이야기g몬티홀 문제 - 당신의 로또 당첨 확률을 높일 시간

당신이 한 게임 쇼에 참여하여 세 문 중 하나를 고를 기회를 가졌다고 생각해봐라. 한 문 뒤에는 자동차가 있으며, 다른 두 문 뒤에는 두 문 다 염소가 있다. 당신은 1번 문을 고르고, 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사회자는 염소가 있는 3번 문을 연다. 그는 당신에게 "2번 문을 고르고 싶습니까?"라고 묻는다. 당신의 선택을 바꾸는 것은 이득이 되는가?

- 몬티홀 문제

 

이처럼 다양한 문제들에 숨어 있는 수학적 원리를 칠판이 아닌 몸과 머리를 직접 쓰는 가운데 외우는 게 아니라 이해를 하다 보니 해설이 다 끝이 난 게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다양한 문제들이 있지만 어찌 보면 개개인마다 호기심이 가는 문제들은 따로 있을 겁니다. 그러니 체험실 모든 문제를 가지고 궁리하기 보다는 취향에 따라 궁금한 문제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도 문화관을 즐기는 방법이 되겠습니다.

 

경남수학문화관 이야기 

체험실 마지막 공간은 시각적인 체험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2008년 독일 오버볼파크 수학연구소가 제작한 수학전시 프로젝트 IMAGINARY는 국내에서는 NIMS(수리과학연구소)와 여기 문화관 두 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시입니다. 늘 골치 아프게 여긴 수식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다양한 수학 이론을 시각화해서 영상 언어에 익숙한 세대가 직관적으로 느끼고 파악하게 해 줍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수학을 떠난 지 이십 년 만에 짧은 반나절이만 오로지 수학에 흠뻑 빠진 시간이자 수학적 사고 과정을 통해 발견적 추론의 재미가 뭔지 어설프게나마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삐걱거리며 힘겹게 굴러가던 두뇌가 닦고 조여 다시 생생히 돌아가는 느낌이랄까요? 아무래도 겨울 방학을 맞아 두 딸과 함께 다시 방문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경남수학문화관

-개관일 : 화요일~일요일

-관람시간 : 오전 10:00~13:00 학교단체 및 주말수학데이 예약자 관람

          오후 14:00~17:00 자유 관람

-휴관일 : 매주 월요일, 국경일 및 설날, 추석(어린이날은 개관)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http://gnse.gne.go.kr/gnmc​) 

명예기자 장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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