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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공감]추억은 묵고 맛은 먹고 창녕 수구레국밥

백년가게 이방식당

 창녕 수구레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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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이방식당은 1980년 9월 15일에 개업한 장수가게이다.

 

이달 15일, 만39번째 생일을 앞두고 큰 선물을 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전통맛집 백년가게로 선정했다.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이방식당의 진가를 인정한 셈이다. 백년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도 담았다. 1980년 개업 당시 문정자(78) 씨가 운영하다 지금은 며느리 최은영(49) 씨가 대물림했다.

 

 창녕 수구레국밥
 

 

수구레국밥은 배고픔을 달래준 서민음식

 

원래 이 식당 자리에는 식육식당이 있었다. 식당 건물은 이방에서 최고 좋은 집이었다고 한다. 이방 5일장이 열리면 장터 4군데 정도 난전에서 할머니들이 수구레국밥을 팔았다고 한다. 장날이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어르신들이 막걸리 한 잔에 수구레국밥 국물 한술을 안주 삼아 드셨다고 한다. 배불리 못 먹던 시절 추억의 음식이었다. 사실 수구레국밥은 흔치 않은 이름이라 낯설기도 하고 ‘어떤 맛일까?’ 궁금해 하실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필자도 수구레국밥은 경남 창녕으로 귀농해서야 알게 된 음식이다.

 

수구레는 소의 가죽 껍질과 쇠고기 사이의 아교질을 일컫는 부위로 씹 히는 맛이 일품으로 알려져 있다. 수구레 국물은 수구레와 선지, 콩나물, 파 등을 푸짐하게 넣고 가마솥에 오랫동안 삶아 깊은 맛과 시원한 맛 거기에 칼칼한 맛이 보태져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술 먹은 다음 날 해장국으로 아주 훌륭한 국밥이 아닌가 싶다.

 

  

2030도 사로잡다 … 피부에 좋은 핫(hot)한 국밥

 

사실 수구레국밥은 젊은 2030세대에게는 아주 생소한 이름의 음식이다. 수구레가 뭔지도 모르지만 선지도 좋아하지 않는 젊은 층들이 과연 이 맛을 알고 찾아와서 먹을까 싶었다. 하지만 요즘은 개인방송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맛집을 검색해 찾아가는 시대인 만큼 수구레의 효능을 보고 ‘피부에 좋다’는 댓글을 타고 젊은 여성들도 잘 먹는다고 주인장이 귀띔한다. 특히 인기 예능프로그램에서 창녕 수구레국밥을 다룬 이후 전국적으로 유명해져 최근 그야말로 핫(hot)한 음식이기도 하다.

 

함께 간 친구는 처음 찾아간 낯선 국밥 집이어서일까 약간 긴장한 듯했다. 다행히 수구레국밥 이외에도 메뉴가 다양해 수구레국밥 한 그릇과 석쇠불고기 1인분을 주문하고 기다리니 백년가게 이방식당의 내부가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가게이지만 오래되지 않은 느낌과 청결함이 주인장의 성품을 알려주니 음식 또한 청결하고 깔끔하게 요리되어 나올 것 같다. 그리고 백년가게 2대 주인장 며느리의 숨은 실력들이 보이는 예술작품들도 여기저기 보였다.

 

 창녕 수구레국밥 

 

 드디어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동행한 친구에게 먼저 먹어보라고 권했더니 한참을 고민하다 첫 숟갈을 떠먹는다. 근데 내가 왜 긴장이 되는 걸까? 나도 한술 떠먹었다. 늘 먹어보던 육개장의 맛처럼 느껴지면서 육개장의 맛보다는 더욱더 시원한 맛이 입속을 맴돌고 그 뒤로 칼칼함이 따라 온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낯선 맛 속에 수구레가 들어가 있다. 수구레 하나를 조심히 먹어 본다. 왠지 기름덩이를 먹는 느낌이라 찝찝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었는데 반전! 쫄깃한 식감이 “아닌데!”를 외치게 한다. 선지가 보인다. 냄새가 많이 날듯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느끼게 해 준다. 역시 음식이란 다양한 걸 먹어 봐야 아는 법! 의외의 시원함이 친구의 입맛도 사로잡은 듯하다. 옆 테이블에는 연로하신 어르신께서 맛있는 수구레국밥과 석쇠불고기를 네 명의 딸에게 맛보이기 위해 오셨다고 한다.

 

 창녕 수구레국밥 

 

 

“아버님! 여기가 그리도 입맛에 맞으세요?”

 

“응, 요즘처럼 입맛 없고 더울 때 수구레국밥 한 그릇이면 속이 다 든든하지”라며 네 딸에게 속마음을 얘기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정겹다. 사진을 찍으려다 드시는 모습이 너무 정겨워 분위기를 해칠까 싶어 그만둔 것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백년가게의 숨은 일꾼

 

모두가 좋아하는 수구레국밥으로 재탄생하기까지 오늘의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 숨은 이가 따로 있다. 바로 최규동(53)씨다. 1대 문정자 씨의 아들이자 2대 최은영 씨의 남편이다. 최 씨는 이름난 음식점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맛보고 비법을 연구하면서 이방식당에 맞는 맛을 찾아냈다. 어머니 시절에는 기름기와 칼칼함이 먼저였다면 지금은 다양한 약초와 재료를 활용해 육수를 만들고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트렌드에 맞는 입맛을 찾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다 한다. 그리고 인근 농민들의 양파, 마늘, 파 등 좋은 재료만을 사용하고 지역 농산물을 이용함으로써 상생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하니 백년가게의 비결은 ‘이웃과 함께하는 마음’에 있는 것 같다.

 

음식 하나가 지역의 관광활성화를 돕고 마을을 발전시키고 오지도 북적이게 만드는 사례를 우리는 종종 보고 있다. 이곳 백년가게 이방식당이 앞으로 해 나가야 할 길이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근 대구, 창원, 부산 등지에서 많은 분들이 찾아오고 포장까지 해간다니 지금처럼 노력하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주변에 산토끼 놀이동산과 우포 잠자리나라가 가깝고 이방장이 서는 날엔 시골 5일장의 정취와 정겨움도 느낄 수 있고 살아 숨 쉬는 일억 사천만 년의 우포늪도 인근에 있다. 수구레국밥도 먹고 주변 관광도 할 수 있으니 이게 바로 입도 즐겁고 눈도 즐거운 일석이조가 아닌가 싶다.

 

‘음식은 문화이고 나눔이다’라는 창업주의 경영이념에 따라 2대인 며느리와 아들은 지역사회에 경로잔치를 열기도 하고, 불우이웃에게 식사를 제공하며 나누는 삶을 실천 중이다.

 

  창녕 수구레국밥 

 이방식당

 

창녕군 이방면 옥야길 1

 

☎ 055)532-5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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