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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속에 그린 삶의 위로 같은 세계

동네책방, ‘숲으로 된 성벽’

명예기자 마크

밤이 더욱 빛나는 동네책방 ‘숲으로 된 성벽’밤이 더욱 빛나는 동네책방 ‘숲으로 된 성벽’

 

오늘도 그런 공간을 찾아 나섰다. 

김해 장유 율하카페거리에는 최근 들어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넘어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독특한 카페들이 들어섰다. 

율하천따라 흐르는 곳 카페 사이에 동네책방 한 곳이 불 밝히고 있었다. 추위가 기성을 부리는 저녁시간에 따뜻한 온기가 있는 책방으로 발길을 인도했다.

 

책방 입구 안내표지판에 적힌 시적인 글들은 오고가는 이들에게 잠깐의 위로를 준다.

책방 입구 안내표지판에 적힌 시적인 글들은 오고가는 이들에게 잠깐의 위로를 준다.

 

책방 입구 안내 표지판에 적힌 소설가 김연수가 책 <우리가 보낸 순간-시>(마음산책)의 첫 장에 써넣은 말을 곱씹어 봤다.

 

시를 읽는 즐거움은 

오로지 무용하다는 것에서 비롯한다.

하루 중 얼마간을 그런 시간으로 할애하면

내 인생은 약간 고귀해진다.

 

 ‘가장 무용(無用) 한 시간’ 쓸모를 따지지 않는 무용함의 시간, 고귀함에 의미를 더한다.

창가의 글귀들도 와닿는다. 사유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C.S. 루이스

“인간은 섬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은 하나의 세상이다.”  섬에 있는 서점

 

오직 책만 파는 책방의 공간은 책 향기가 곳곳에 스며든다.

오직 책만 파는 책방의 공간은 책 향기가 곳곳에 스며든다.

 

책방이름처럼 상상의 세계를 인도하는 숲으로 된 성벽으로 향한다. 순수한 문학으로 공간을 꾸몄다. 크지 않는 공간은 밝고 단단한 구성이 책방 주인장의 성품이 여과없이 드러났다.

시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시집과 시들이 곳곳에 부부의 인생 이야기가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손님들의 배려를 위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곁들인 책 꼬리표와 오늘의 시를 분필로 적은칠판은 섬세함이 묻었다.

식탁 위에 책이 한 아름 놓인 곳을 보니 책이 마음의 양식을 표현한 듯 이색적이다. 

3,000여권의 책장에는 부부가 좋아하는 문학 중심에 두고자 시집과 소설류를 정면으로 배치했다. 어린이가 좋아하는 그림책과 동화책들은 창가에 두었다.

오직 책만 파는 책방이다.

 

책꼬리는 추천 페이지를 옮겨 놓았다.

책꼬리는 추천 페이지를 옮겨 놓았다.

 

 

올 12월 1일에 오픈하여 이제 막 한 달이 지난 책방은 밝은 불빛처럼 빛났다. 장덕권(53) 씨가 책방을 전반적으로 운영하고 아내는 직장에서 퇴근 후 도와주고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부부의 일상은 책으로 시작하여 책으로 끝나는 하루일 것이다. 부부는 5년 뒤에 이 일을 해보고자 계획을 세워 놓았다. 하지만, 예상 밖에 조금 일찍 책방을 열게 되었다.

장 씨는 25년간 영업직으로 일하다 은퇴를 하게 되었고 불경기의 여파로 고민 끝에 5년 앞당겨 책방을 열게 되었던 이유이다.

 

시(詩)집이 놓인 공간은 시적 감수성을 자극한다.
시(詩)집이 놓인 공간은 시적 감수성을 자극한다.

 

 

책을 통해 위로받고 마음을 보듬어 주는 그런 책방을 꿈꾸고자 12월에 열 계획으로 부부는 전국의 많은 책방을 찾아 벤치마킹했다. 그중에서 5월 서점연합회에서 열린 서점학교에서 이용주 대표(우분투북스)를 만나 조언을 구하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돌아와 우리만의 책방을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공사가 끝나고 책 속에 파묻혀 읽고 싶은 공간이 생겨 좋았다. 아내의 손 때 묻는 공간이 많았다. 파주의 북카페를 빌린 조명등, 칠판과 책장은 시적인 부분들을 채웠다. 아내의 좋은 것들을 만들어 주었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출판한 시집의 표지를 빌린 출입문은 세련됐고 책방은 시적의 몰입으로 표현된 공간이라 동화 속의 숲속 같았다.

 

책방에 스며든 밖의 풍경의 여운에 누구나 시인이 된다.

책방에 스며든 밖의 풍경의 여운에 누구나 시인이 된다.

 

 

26년간 김해에 살면서 이곳을 지날 때마다 매력에 매료됐다고 했다. 율하천과 용지봉으로 이어지는 산들의 느낌이 좋고 분위기에 이끌리기엔 충분했어 공간을 열었다.

장덕권 책방지기는 아직은 매출이 적지만 들어오는 손님들의 반응에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커피 마시는 가게인 줄 알고 들어오지만 막상 책방만의 공간이 우리동네에 있다는 것에 만족하는 표정들이 많았다.

 

이곳을 찾은 한 손님은 “학습지, 참고서나 문제집이 아닌 순수 문학서적을 파는 책방에 마음이 들고 아늑한 공간에서 오랫동안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겨 좋았다고” 말했다.

 

책방의 이름은 기형도의 시 <숲으로 된 성벽>를 모티브로 잡았다. 

책방의 이름은 기형도의 시 <숲으로 된 성벽>를 모티브로 잡았다. 

 

숲으로 된 성벽 


 저녁 노을이 지면 

 신들의 상점엔 하나둘 불이 켜지고 

 농부들은 작은 당나귀들과 함께 

 성 안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성벽은 울창한 숲으로 된 것이어서 

 누구나 사원을 통과하는 구름 혹은 

 조용한 공기들이 되지 않으면 

 한걸음도 들어갈 수 없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그 성 


 어느 골동품 상인이 그 숲을 찾아와 

 몇 개 큰 나무들을 잘라내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본 것은 

 쓰러진 나무들뿐, 잠시 후 

 그는 그 공터를 떠났다 


 농부들은 아직도 그 평화로운 성에 살고 있다 

 물론 그 작은 당나귀들 역시 

 

 

‘숲으로 된 성’이 그 성을 상상해낼 수 있는 마음을 지닌 자들의 것임을 말해준다. 시인도 그 성에 살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아내는 20대에 이 시를 좋아했다. 이런 공간의 그리움 속에 숲으로 된 성이 책방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늘 공간을 꿈꾸고 꾸미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살았다. 

 

 

창가에는 어린이가 좋아하는 그림책과 동화책이 있다.
창가에는 어린이가 좋아하는 그림책과 동화책이 있다.

책방 한 켠에 마련된 책모임 공간은 언제나 열려 있다.

책방 한 켠에 마련된 책모임 공간은 언제나 열려 있다.

 

 

책의 선정 기준은 아내가 주로 맡았다. 책모임에서 읽은 책이나 좋은 책들을 선별하여 목록을 짜고 읽은 책 중 좋은 구절은 책 꼬리표를 만들어 두었다.

책방 한 켠에 마련된 책모임 공간은 읽은 시집과 책이 꽂혀있고 커피 향이 익어가는 달달함이 가득 차 있다.

책방을 열고 이 공간에서 첫 독서모임도 가졌다. 가칭 ‘숲성 독서회’로 다양한 연령층의 4명이 모였다. 작은 인원이지만 오랜 만난 사람처럼 책의 매개로 다양한 생각들이 전해졌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책방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책방

 

 

장덕권 책방지기의 앞으로 계획은 “매월 독서모임과 분기별 작가강연, 심야책방을 열어 밤새워 책을 읽고 싶고 시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시 낭독회도 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타로로 알아보는 2019년 나의 12달’이라는 주제로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따뜻한 겨울밤을 보내고 싶다면 동네책방 ‘숲으로 된 성벽’에서 삶의 위로와 책과 사람, 공간이 주는 상상의 세계로 인도한 것처럼 그곳의 하루는 의미가 있다.

 

* 숲으로 된 성벽 : 김해시 덕정로 204번길 6(관동동 475-9)

 명예기자 강상도

 

그리움 속에 그린 삶의 위로 같은 세계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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