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청소년수련관 전경

[명예기자 조현광]졸업 시즌을 맞이한 요즘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각 학교마다 졸업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거창에서는 초, 중, 고,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날짜는 다르지만 읍, 면 곳곳에서 졸업식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특별한 졸업식이 있어서 찾아가봤습니다. 지난 14일 거창청소년수련관에서 초등학생 할머니들의 졸업식이 진행됐는데요, 졸업식장에 참석한 가족들이 부모가 아니라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이 축하하는 특별한 졸업식이었습니다.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실 경과보고

경과보고를 통해 할머니들의 문해교실 교육광정을 들었는데요,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실은 입학하여 3년간 수업을 받으며 다양한 활동으로, 영화감상, 백일장 시화전, 각종 전시회, 현장학습 등 배우고 나누고 즐기는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5,590명이 문해교실에 참여하여, 2017년 2월에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실 첫 졸업생을 배출하고 2018년 2월 2회 졸업식, 2019년 2월 3회 졸업식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올 해 부터 진행하는 찾아가는 문해교실 18개 교실에 176명 참여하고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실에는 60여명이 참여한다고 합니다.

거창부군수의 졸업장 수여 모습졸업장초등학력인정서거창교육지원청 교육장의 학력인정서 수여 모습

이날 졸업식은 초등학력인정서와 졸업장 수여, 교육활동이 담긴 동영상 감상, 졸업생 대표의 소감, 감사패 전달 등 식순에 따라 진행 되었으며, 꽃다발을 전달하고 가족이나 문해교실 강사들과 함께 졸업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생애 첫 졸업의 기쁨을 맞이하는 할머니들의 뒤늦은 졸업을 축하했습니다.

이광옥 거창부군수 축사 모습거창교육지원청 이정현교육장 축사 모습 

올해 졸업생의 평균 연령은 75세라고 하는데요, 최고령이 87세라고 하니 배움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졸업하시는 어르신들께 물어봤습니다. 글을 배우니 어떤 점들이 달라졌는지? 어르신들이 말씀하시길 “ 경제적으로 가난했었고 여자라는 이유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어서, 살면서 서러울 때도 많았고 불편하게 살아왔었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은행에 가서 통장도 만들고 간판도 읽고, 버스도 마음대로 탈 수 있어서 좋다. 특히 대도시에 가서 자녀들의 집을 찾아갈 수 있는 게 가장 큰 보람이고 행복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동안 얼마나 힘들고 불편하게 사셨을지 공감되는 말씀이셨습니다.

졸업생 대표가 문해학습 강사에게 감사패 전달 졸업생 대표의 소감 발표

졸업생 대표가 문해학습 강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직접 쓴 편지를 읽고 감사패를 전달했는데요,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리가 불편해서 의자에 앉아서라도 소감을 발표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소감문 내용

“처음 등교할 때는 ㄱ, ㄴ도 몰라서 두려움과 함께, 배운다는 설레임으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3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졸업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공부하고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게 해주신 거창군과 우리들을 성심껏 지도해주신 담임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무지렁이 우리 늙은 학생들을 한 번도 힘든 내색 없이 진심으로 지도해주신 덕분에 오늘 영광의 졸업장을 안게 되었습니다. 이 인연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웃음의 길을 함께 걸어준 반 친구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친구들이 졸업해서 비록 같이 공부할 기회가 없겠지만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어떤 식으로든지 같이 공부한 추억을 잊지 않을 겁니다. 이 자리를 축하해 주시기 위해 오신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졸업식노래 부르는 모습졸업생과 관계자 단체 사진동기와 기념사진 찍는 모습

거창군에서는 2019년 초등, 중학학력인정 프로그램을 5개 교실을 운영하여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며, 졸업생 20명 중, 7명의 학습자가 경상남도에서 최초로 운영하는 거창 중학학력인정 문해교실에 진학할 예정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