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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실종자 수색에 드론 띄우다

경남경찰청 기획예산계장을 맡고 있는 이병석(43) 경정 업무 공간은 좀 특별나다. 책상 주위에 웬 장난감들이 빼곡하게 진열해 있다. 다름 아닌 '드론(카메라 달린 무선 조종 비행체)'이다. 개인 돈 수백만 원을 들여 산 것들이다. 모르는 이들이 보면 이 사람 정체가 뭘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그에게 드론은 가장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지적 호기심에서 시작

지난 8월 경남경찰청 내에 드론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경찰관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포함해 250여 명이 참여했다. 이병석 경정이 주도했고 회장 또한 맡았다. 그가 드론과 인연을 맺은 것은 1년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경찰대학에서 드론 특강을 들었습니다. 찌릿한 지적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올해 2월 부산에서 있었던 드론 박람회에 참가하면서 완전히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국내에 있는 드론 관련 서적 24권을 탐독하고, 또 실제 드론 조종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도민일보20161220이병석경남경찰청기획예산계장1이병석 기획예산계장 경정.

평소 성격상 단순한 취미생활에 머물지 않았다. 업무에 접목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실종자 수색에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서는 이미 경찰이 민간인 도움을 얻어 활용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경찰이 전문성을 키워 독립적으로 할 수 있다면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가 지금 드론에 매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간 전국 실종자가 3만 7000명에 달합니다. 장기실종자 1명을 찾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5억 7000만 원 가까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또한 사람이 일일이 수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산악이나 특수한 장소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이 때문에 드론 접목은 이전까지의 실종자 수색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동아리 내 경찰관 회원들을 중심으로 드론 수색 훈련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이미 모의 수색을 거쳐 실제 현장에 투입되기도 했다. 다행히 실종자가 일찍 발견되었기에 아직은 구체적인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

현재는 촬영 목적의 일반 드론을 이용하고 있다. 이에 열화상카메라·인공지능 등이 장착된 '실종자 수색 전문 드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경찰청이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시제품이 나와 그 이듬해에는 일선 현장에 보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민일보20161220이병석경남경찰청기획예산계장2이병석 기획예산계장 경정.

그는 드론 강의·세미나에 참석하느라 더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찰관들 인식 변화가 느껴진다고 한다. 이전까지 드론을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던 것에서, 하루빨리 보급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드론 이론서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는 수색뿐만 아니라 경비·교통·수사 등 경찰 업무 전 분야에 드론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 경정 덕분(?)에 기획예산계 직원들 모두 드론 열공에 빠졌다. 이 대목에서 "일거리를 안겨줘 미안할 따름"이라며 동료들 눈치를 살짝 본다. 이러한 동료들 노력이 어우러져 경찰청 주관 정부 3.0 우수사례에서 기획예산계가 발표한 '드론폴리스 네트워크'가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 경정이 맡은 기획예산계 업무 범위는 매우 포괄적이다. 경남경찰이 추진해야 할 기본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중점 추진 과제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운 후 그것에 대한 성과를 평가한다. 돈 쓰임새를 알차게 짜는 것 또한 당연히 포함한다.

지금 그가 드론은 빠져있는 것 또한 외도(?)가 아니다. 새로운 신기술을 업무에 적용하는 것이기에 야심 찬 기획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저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심심한 걸 참지 못하고 뭔가 이것저것 일을 벌이려는 쪽이죠. 그런 면에서 기획 일이 적성에도 딱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도민일보20161220이병석경남경찰청기획예산계장3이병석 기획예산계장 경정.

전국 최초 법 적용 성과

드론 이야기가 길어졌다. 하지만 그의 경찰 이력에서 들어볼 이야기는 매우 많다.

그는 경찰대 합격 이후 마산 남성동파출소장을 시작으로 경찰청장·경찰청차장·경찰대학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다시 경남경찰청으로 돌아와 외사계장·외사정보계장·외사수사대장·홍보팀장, 마산중부서 경비교통과장 등을 지냈다.

특히 외사과 근무 시절 기억에 남는 사건들을 많이 처리했다.

“1조 원 이상 피해를 볼 뻔한 대기업 산업스파이를 검거한 적이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모두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법 적용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전국 최초로 산업기술보호법을 적용했습니다. 산업자원부 공고·고시에 보면 '핵심기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동안 법 적용을 못 하고 있었던 거죠. 법 공부를 해가며 이뤄낸 성과입니다. 하나의 선례가 되어 보람된 마음이 컸죠.”

2006년에는 유사휘발유를 제조·유통한 60여 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당시 전국 최대규모인 2600만 리터로 시가로 따지면 260억 원어치에 해당했다.

또한 같은 해 학위증명서부터 출생·사망진단서까지 위조한 '외국인 가짜 유학생' 280여 명을 적발했다. 이 일로 교육부가 발칵 뒤집히면서 대학교에서 신입생을 편법으로 받던 관행이 사라졌다. 2007년에는 국내 최대 장기밀매 사범 67명을 무더기로 붙잡기도 했다.
도민일보20161220이병석경남경찰청기획예산계장4이병석 기획예산계장 경정.

뭔가를 해야 하는 '하고잡이'

마산이 고향인 이병석 경정은 마산중앙중-창원경상고를 거쳐 경찰대학에 들어갔다. 어릴 적부터 꿈은 줄곧 경찰관이었다.

“인터폴이라고 하죠. 멋있다는 생각에 국제경찰관이 되고 싶었어요.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경찰관이 되면 좋겠다'는 말씀을 남기시면서, 꿈은 확고해졌죠. 다행히 성적이 나쁘지 않아 경찰대에 들어갈 수 있었고요.”

뭔가를 끊임없이 하려는 성격은 어릴 적부터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축구·태권도·합기도 등 운동이라면 빼놓지 않고 열심히 했다. 대학 때는 아마추어 권투선수로도 활약했다. 서울시 아마추어 신인선수권대회 미들급에서 우승까지 한 경력을 자랑한다. 이때 유명 상표 신발을 신고 뛰었는데, 이후 해당 회사가 만드는 월간지 표지모델을 하기도 했다.

또한 대학 때는 그룹사운드 보컬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는 고등학교 적성 검사 때 경찰·군인 쪽으로 100점 만점이 나왔다고 한다. 실제 경찰관 생활을 20년 가까이 한 지금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조직 생활에 잘 맞는 것 같아요. 때때로 집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일이 많아 가족에게 미안한 것 빼고는 뭐, 정말 후회 없는 직업을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날 힘든 일이 있더라도 '소맥(소주·맥주)' 한잔이면 피로가 싹 가신다고 한다. 때때로 동료들을 집에 데리고 가 아내에게 술상을 차리게 하는 간 큰(?) 남편이기도 하다. '밖에서 마시는 것보다 백배 낫다'는 이해심 많은 아내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경정은 경찰대 졸업 후 25살 때 이른 결혼을 했다. 현재 대학생·고등학생인 아들 둘을 두고 있다.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아빠는 늘 바쁜 사람이니까"라며 이해 아닌 이해를 해 줬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를 "빵점 아빠, 빵점 남편"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한다. 그럼에도, 다시 일 이야기로 이어지자 눈빛이 반짝거린다.

“자리에 욕심 안 내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능력을 갖춰놓고 있으면 어느 분야에서든 저를 필요로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럴 때 조직의 구원투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 그리고 드론 분야에서는 제대로 된 전문가가 되고픈 욕심이 있습니다. 지금은 경찰대 드론연구센터장이라는 작은 직책을 갖고 있는데요, 훗날 드론 관련 부서가 만들어지면 국장이 한번 돼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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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수색에 드론 띄우다 저작물은 자유이용을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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