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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루 25알씩 먹는 비타민C 예찬론자

"비타민C를 많이 먹으세요. 과다복용 부작용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다량 섭취해도 큰 부작용이 없습니다.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필요량을 측정하면 하루 50~100㎎으로도 충분할 수 있지만, 그렇게 건강한 사람이라고 자타가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되겠어요?"

윤희상(61) 마산의료원장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 당연히 윤 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은 여름방학 아이들의 건강관리 요령이 아닐까 짐작했다. 하지만 사전 인터뷰에서 윤 원장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와 비타민C'에 대해 설명하고, 비타민C를 많이 먹으라고 강조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는 우리가 흔히 '헬리코박터균'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유산균 음료 광고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이 많다.

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위장 질환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균과 비타민C를 열심히 이야기할까?

윤 원장을 만나 봤다.

순천의료원에서 경상대 의대로

인천이 고향인 윤 원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대학원에서 소아과학을 전공했다.

어린 시절 장래희망이 의사는 아니었다. 다만 3남 1녀 중 장남이었던 그에게 거는 가족들의 기대는 컸다.

윤 원장은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진 않았다"며 멋쩍어하며 말했지만, 서울대 의대를 갈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장남에게 가족들이 기대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딱히 다른 장래희망이 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의대를 갔는데, 환자를 보면서, 실습을 하면서 의사의 길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리고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 때문에 대학병원을 선택했죠."

도민일보20161005윤희상마산의료원장1윤희상 마산의료원장.

순천의료원에서 공중보건 전문의로 근무하다 경상대 의대 소식을 듣고 1988년 경상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학교실 전임강사로 옮겨왔다. 2001년 경상대학교 의과대학 부학장, 2005년 대한소아소화기영양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쭉 경기도와 서울에서만 생활하던 윤 원장은 진주는커녕 경남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다. 윤 원장과 서울에서 만나 연애 끝에 결혼한 부인 역시 진주는 처음이었다.

이들은 낯선 도시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을까. 수도권에서만 살던 부부는 남해안 작은 도시에서 적응을 잘할 수 있었을까.

"아, 좋았어요. 서울에서는 이제 못 살 것 같아요. 복잡해서요. 이곳은 어디를 가도 거의 10분 이내에서 생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진주는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서울은 조금 움직이려면 1시간은 기본이에요. 여기는 사람들의 정도 넘치죠. 마산의료원장 임기가 끝나면 다시 진주에 가서 살 겁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와 비타민C

윤 원장의 박사학위 논문은 '한국인 연령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양상에 관한 연구'라고 했다.

1988년 경상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학교실 전임강사로 발령받은 윤 원장은 당시 미생물학교실 주임교수였던 이광호 교수를 만나게 됐다. 인사차 면담을 했는데, 이 교수는 비타민C 가루 1㎏을 주면서 한 찻숟가락씩 하루 3번 식후에 복용하라고 권했다.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운명적인 순간이었다.

이후 이 교수와 비타민C를 복용해야 하는 이유 및 연구 주제에 관한 토론을 통해 의학 연구 평생의 멘토와 멘티 관계가 이루어졌다.

이 교수는 1987년부터 위염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1988년 대한미생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헬레코박터 파일로리에 의한 위암 발생과정에 관한 가설을 발표했다.
도민일보20161005윤희상마산의료원장2윤희상 마산의료원장.

"만성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 등 위장질환은 영유아 시기 위 점막에 감염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의해 시작됩니다. 이로 인한 지속적인 만성염증에 의한 활성산소 생성으로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 등으로 진행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남녀노소 모두는 활성산소 제거제인 비타민C를 복용하면 만성위염에 의한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을 방지할 수 있고 위장질환에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비타민C 부족증인 준괴혈병 및 괴혈병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가설입니다."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가 미생물학 교실을 주축으로 소아청소년과학교실과 병리학교실이 참여해 진행됐다. 그 결실 중 하나가 바로 윤 원장의 박사학위 논문이었다.

윤 원장은 이 연구를 계기로 소아청소년과 중에서도 '내시경, 소아 소화기·영양'을 세부전공으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영아 때 주로 감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와 비타민C 관계를 좀 더 알아보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위 점막에 감염돼 서식해 만성 활동성 위염이 발생하면 인체 식세포가 위 점막 고유판에 중무장한 채로 몇십 년간 머무르면서 활성산소를 생성합니다. 이런 활성산소는 일차적으로 체내 비타민C를 소모시키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된 사람이 충분한 비타민C를 섭취 못 하면 위액뿐 아니라 체내 비타민C 농도가 감소합니다. 활성산소는 세포막 지질, 각종 단백질 및 효소, DNA 등 세포 각 성분에 무차별로 직접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타민C는 인체에 유용한 대표적인 항산화제입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에 대해 윤 원장은 "지금은 인식 개선 등으로 감염률이 아주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제가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 20세 이상 인구 중 90%가량이 감염됐다고 했어요. 성인 대부분이 감염된 것과 마찬가지였죠. 지금은 20~30대의 30%쯤 될 거예요."

윤 원장은 주로 어릴 때 밀접 접촉을 통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된다고 밝혔다. 성인도 감염 가능성이 있지만, 위산이 강하기 때문에 균이 체내에 들어와도 정착하기 어렵다는 것.

"만 2세는 돼야 어른 수준이 됩니다. 그전에는 위산 분비 능력이 약합니다. 영아에게 뽀뽀를 하거나, 대변에도 균이 있는데 손 씻기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등의 상황에서 감염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영아 감염률도 많이 줄었습니다. 예전에는 어른이 음식을 씹어서 아이 입에 넣어주면서 감염이 많이 됐죠."

병원에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자 치료는 항생제로 하게 된다. 윤 원장은 항생제 치료와 더불어 비타민C를 꾸준히 섭취하며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민일보20161005윤희상마산의료원장3윤희상 마산의료원장.

요로결석 환자 비타민C 과다섭취 주의해야

그런데 비타민C 과다복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타민C 하루 필요량은 정설로 괴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용량인 하루 50~100㎎으로 충분하다는 견해와, 현재 비타민 권장량의 100~1000배인 10~100g으로 하자는 메가 용량 비타민 학설이 있습니다. 이 두 견해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으며, 적어도 피상적으로는 정설이 옳은 것으로 인정되어 왔으나, 메가 용량 주장이 소멸되지 않았습니다. 경상의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연구팀은 지난 20년간 비타민C를 하루 10~100g 복용해 왔습니다. 그 결과 비타민C의 효용과 부작용에 관한 정보가 크게 잘못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윤 원장의 비타민C 예찬론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비타민C를 과다복용하면 요로결석 등의 위험이 있다는, 메가 용량 학설에 반발하는 쪽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주의할 점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요로결석입니다. 요로결석이 잘 생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특히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면 소변이 진해져 더 안 좋을 수 있습니다. 이때는 물을 많이 마시면 됩니다. 단, 소변이 천천히 내려가는 등 요로에 구조적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비타민C를 주의해서 먹어야 합니다. 위가 나쁠 때 비타민C를 과다복용하면 속 쓰림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사람은 식후에 복용하면 됩니다."

윤 원장은 일반인도, 아이들도 비타민C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활성산소 제거와 건강관리를 위해 평소 비타민C를 많이 먹는 것이 좋습니다. 비타민C를 먹으면 입맛이 돌기 때문에 아이들 성장에도 도움이 되겠네요. 비타민C를 많이 먹으세요. 굳이 고가의 비타민을 구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렴한 가격의 제품도 괜찮아요. 그게 힘들면 비타민C 함유량이 많다고 알려진 녹차를 많이 마시세요."

하루 비타민C 25알 복용

비타민C 예찬론자라 할 수 있는 윤 원장 자신은 비타민C를 얼마나 먹고 있을까.

깜짝 놀랄 대답이 돌아왔다.

"비타민C 1000㎎ 알약을 저녁에 25알 복용합니다."

1000㎎ 25알이라면 25g이다. 비타민C는 시기 때문에 씹어 먹기 힘들고 물과 함께 삼켜야 한다. 25알을 모두 먹자면 그것만으로도 한 끼 식사는 거뜬할 정도로 배가 부르지 않을까.

"더 많이 먹다가 줄인 겁니다. 비타민C를 몇십 년 동안 먹어왔습니다. 이 정도 먹어도 아무 부작용 없습니다. 또 평소 녹차를 즐겨 마십니다."

그 외 건강관리법을 소개해 달라고 하니 '걷기'를 추천했다.
도민일보20161005윤희상마산의료원장4윤희상 마산의료원장.

"걷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45세 이후에는 평생 뱃살이 심하게 증가하지 않는 균형 있는 식사와 매일 걸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걷는 것을 대신할 불로장생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윤 원장은 하루 얼마나 걷고 있을까?

이 질문에 그는 약간 난색을 표했다. 슬그머니 웃는 모습이 '많이 걷지 않는다'는 대답이 나올 듯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진주에 살 때는 많이 걸었는데, 마산의료원으로 온 후에는 많이 못 걷습니다. 그야말로 '노력 중'입니다. 출퇴근은 걸어서 하는데, 집이 너무 가까워요.(윤 원장 자택에서 병원까지 거리는 500m 남짓으로 보였다.) 병원 내에서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걸어 다니려고 합니다."

비록 어릴 때 의사를 꿈꾸지는 않았지만, 다시 태어나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윤 원장은 "의사가 될 것"이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앞으로 꿈은 무엇일까.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의사이고 싶습니다. 사람은 혼자서 걷지 못할 때 죽더군요. 그러므로 악착같이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그동안 모아놓은 많은 자료들로 논문을 만들고 싶습니다."

병원에 시니어센터 만들고 싶어

마산의료원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장군동4가에 위치하고 있다. 1914년 진주 자혜병원 마산 분원으로 발족해 1919년 도립 마산병원으로 바뀌었고, 1975년 도립 마산의료원으로 승격 개원했다. 1983년 지방공사 경상남도 마산의료원으로 발족했으며, 1996년 경상대학교 병원과 위·수탁 운영 협약을 체결했다.

마산의료원은 현재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정형외과·신경과·신경외과·재활의학과·비뇨기과 등의 진료과가 있으며, 중환자 병상을 포함, 288병상을 운영 중이다.

윤 원장은 2013년 12월 마산의료원장으로 취임했다.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마산의료원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6억 3400만 원으로 10년 만에 흑자 전환하기도 했다.

"직원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2014년 2월부터 토요일 근무를 했어요. 처음에는 효과도 크게 없었고, 노동 강도가 높아져 일부 반발도 있었지만, 위기의식을 갖고 경영 개선을 위해 전 직원이 함께 노력하니 차츰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윤 원장은 마산의료원의 가치는 공공성과 공익성이라고 했다.

"공공성과 공익성을 높이고 유지하기 위해 지역 민간병원에서 비용 등의 이유로 수행하기 어려운 의료 부분을 수행하겠습니다. 메르스 사태와 같은 감염병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일차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가 기준에 부합하는 독립음압병동을 건립하고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또 저소득층 지원 공공 의료를 취약계층 건강권 수호지원사업과 외국인 근로자 및 다문화가정 진료지원 사업으로 이원화해 집중할 계획입니다."

마산의료원은 기존 건물을 허물고 바로 뒤쪽에 새 건물을 지었다. 9월 신축 기념식을 예정하고 있다. 기존 건물 자리에는 태양광 시설과 주차장을 만들었다.

이 부분에서 윤 원장은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윤 원장과 인터뷰 한 시기에는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을 때로, 넓고 평평하게 다져진 땅을 보고 공원이 아닐까 짐작했다.

"아니에요. 공원이 아닙니다. 지상 주차장입니다. 사실 그게 아쉽습니다. 그곳에 어떤 시설을 만들고 싶냐고요? 주차장을 지하에 건설하고 시니어센터를 짓고 싶습니다. 이곳은 마산에서도 버스 여건이 참 좋은 곳이에요. 실버 플레이 그라운드라고 시니어센터를 만들어 어르신들이 와서 놀이 및 복지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당당한경남배너

하루 25알씩 먹는 비타민C 예찬론자 저작물은 자유이용을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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