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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적의 스토리를 쓴 경남FC 김종부 호의 여정

 2018 K리그 클래식 36전 17승 10무 9패 56득점 42실점, 리그 순위 2위, 팀 득점 공동 2위, 팀 실점 3위. 시즌 두 경기를 남긴 현재(11월 22일) 경남FC의 성적이다. 시즌 초 목표였던 1부 리그 잔류는 물론, 도민 구단으로서는 최초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을 얻어내는 대업을 달성했다. 괄목할만한 성과다.

 남은 시즌 동안 경남FC의 관심사는 울산과의 2위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2위를 차지하게 되면 2019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티켓을 손에 쥐게 된다. 플레이오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본선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말이다. 2위 달성, 다음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은 그 자체로 구단 역사에 길이 남을 어마어마한 쾌거다.

 경남FC는 도민 구단(즉 시민 구단)이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부자 구단과는 달리, 재정이 열악한 도민 구단은 팬들의 관심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면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2014 시즌 2부 리그 강등은 사실상 경남FC에게는 사형 선고와도 같았다. 당시 축구 전문가들은 역사도 짧고 인기도 없는 도민구단 경남FC가 2부 리그 강등과 함께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 예견하기도 했다. 실제로 2부로 강등되자마자 경상남도에서는 경남FC 구단 운영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한 후 해체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도 했다. 운영 규모를 축소한다는 조건 하에 간신히 해체는 면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산소 호흡기를 단 것일 뿐이었다. 구단 운영 축소는 곧, 현 전력을 추스르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을 의미했다. 승격을 위해 전력 보강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있는 선수도 팔아야 하는 실정이라니... ‘기적’ 그 이외에는 경남FC를 구원할 어떤 무엇도 존재하지 않아보였다.

 모두의 예상대로 경남FC는 2부 리그에서의 첫 시즌에 하위권 성적을 거뒀고, 팀이 부진할수록 구단 해체설은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그러던 중 80년대 초반을 주름잡았던 스타 공격수 김종부가 2015년 12월 2일 경남FC의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다.

 하지만 김종부 감독이 경남FC의 반등을 이끌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프로팀 지휘 경력이 없는 지도자에게 매달려야하는 경남FC의 딱한 처지만 조명될 뿐이었다. 아니, 사실 거의 대부분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듯싶다. 못한다고 질타하는 팬들의 목소리조차 그리웠던 게 당시 경남FC의 슬픈 현실이었다.

 하지만 김종부 감독에게는 ‘절실함’이라는 무기가 있었다. 86년 K리그 스카우트 파동을 기점으로 내리막을 탄 이후 철저하게 비주류로 밀려난 비운의 축구인 김종부에게 물러설 곳은 없었다. 아마추어팀의 지도자를 역임하던 시절, 생활고를 버티기 위해 장어구이 가게까지 내야했던 김종부 감독 입장에서 프로팀으로부터 온 감독 제안은 본인 커리어에서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다.

 30년 비주류 축구 인생을 살아온 김종부 감독의 절실함은 목표 의식을 잃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경남FC 선수단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도자의 절박함과 진정성은 선수단을 일깨웠다. 첫 시즌 동안 흐트러진 선수단 내부 분위기를 쇄신하는데 힘을 쓴 김종부 호는 2017 시즌을 앞두고 해보자는 의지로 똘똘 뭉쳐있었다.

 물론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 축구다. 김종부 감독이 해야 했던 일은 해보자는 의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팀 전술의 구심점이 되어줄 리더가 필요했다. 그러나 재정이 약한 경남FC가 스타급 선수를 데려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종부 감독은 어떻게든 가격이 싸고 잠재성이 있는 선수를 발굴해내야 했다. 그렇게 데려온 선수가 브라질 4부 리그 출신의 94년생 공격수 말컹이었다.

 말컹은 브라질 4부 리그 이투아누에서 다년간 뛰다가 2016년에 브라질 2부 리그 브라간티누로 이적하여 2경기를 소화한 선수였다. 브라질 내에서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무명이었다. 196cm, 100kg대의 흔하지 않은 체격 조건을 가졌으나, 이를 활용할 줄 모르는 선수였다. 엘리트 축구를 늦게 접한 까닭에 기본기와 몸싸움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던 것이 원인이었다. 조건이 좋아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따라서 완성도 높은 스타 선수가 즐비한 브라질 내에서는 말컹 같은 선수에게 관심을 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경남FC는 달랐다. 아니 달라야했다. 선수가 본인의 장점을 활용할 줄 모르면, 활용할 줄 알도록 만들어야 했다. 검증된 선수를 사오지 못하는 만큼, 검증된 선수를 만들어 써야 하는 것이 경남FC의 숙명이었던 것이다. 김종부 감독은 말컹의 잠재성을 끌어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고, 난생 처음 받아보는 관심에 행복감을 느낀 말컹도 강도 높은 훈련을 즐겁게 소화했다. 프리시즌 동안 살을 빼고, 기본기를 가다듬고, 축구에 필요한 기동성을 높이는 고강도의 트레이닝을 120% 소화한 말컹의 잠재성은 2017 시즌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시작부터 불을 뿜기 시작했다. 힘과 높이로 적진의 박스 안을 파괴한 말컹의 득점력은 K리그 챌린지 팀들에게는 시즌 초부터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선수단은 말컹의 득점을 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헌신했고, 말컹은 그런 팀원들의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일어나야 했던 경남 FC와 코칭스테프의 보살핌이 필요했던 말컹의 조합은 시너지 효과를 냈고, 이는 곧 2017 K리그 챌린지 우승 및 1부 리그 승격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2017 K리그 챌린지 우승으로 경상남도 내에서 경남FC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특히 K리그 챌린지를 휩쓴 공격수 말컹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팀 해체 직전까지 갔던 2부 리그 하위권 팀이 불과 1년 만에 2부 리그 우승과 승격을 이뤄낸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경상남도민 뿐만 아니라 K리그 팬들에게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고 현실은 현실이었다. ‘2018 시즌 강등 후보 1순위’ 이것이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경남FC의 위치였다.

 2018 시즌 김종부 호의 1차적인 목표는 1부 리그 잔류였다. 김종부 감독은 공격수 말컹을 보좌할 특급 도우미를 찾는데 열을 올렸다. 물망에 오른 대상은 일본의 축구 신동이라 불리던 세컨드 공격수 쿠니모토와 브라질 유망주였던 공격형 미드필더 네게바였다. 두 선수 모두 어린 시절 ‘한 때’ 주목받다가 잊혀졌다는 점에서 현역 시절의 김종부 감독과 닮은 점이 있었다. 누구보다 쿠니모토와 네게바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김종부 감독은 이들을 따스하게 보듬었다. 짧게나마 높은 잠재성을 인정받았던 선수들인 만큼, 자신감을 끌어낸다면 정점의 기량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김종부 감독은 확신했다.

 그런 믿음은 2018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시즌 초부터 빛을 냈다. 국내파 선수들이 수비적으로 헌신해주고, 쿠니모토와 네게바가 말컹의 득점을 도우는 시스템이 체계를 잡은 것이다. ‘강등 후보 1순위’라던 전문가들의 평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즌 초부터 경남FC의 거센 돌풍은 K리그 판도를 뒤집어놓았다. 경남FC의 기세는 시즌 내내 그칠 줄을 몰랐다. 9월 16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상위 스플릿 진출을 확정지으며 시즌 초 목표인 잔류에 성공했고, 11월 3일에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내는 위업을 달성했다(최소 3위 확보).

 경남FC는 내친김에 현재 순위인 2위를 지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티켓을 따낸다는 각오다. 경상남도 전역은 현재 경남FC에 열광하고 있다. 해체설에 시달리던 2부 리그 하위권 팀이 불과 2년 만에 리그를 대표해서 대륙 최고 대회에 출전한다는 것은 축구사를 뒤져도 나오기 힘든 기적의 스토리다. 유럽 축구의 변방 그리스의 유로 2004 우승, 2015~2016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의 우승에 충분히 비견될만한 역사적인 사건이다.

 경남FC는 우리가 체감하는 이상의 놀라운 업적을 쌓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이 꿈같은 스토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부터가 진짜 스토리의 시작이라 볼 수도 있다. 앞으로는 선수단의 노력만 가지고 나아가기가 힘들 것이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팀들이 참가하는 대회로 결코 쉽지 않다. 경상남도의 적극적인 투자와 경상남도민들의 열열한 응원이 따라야만 선수단이 험난한 여정을 버텨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기적은 함께 만드는 것이다. 또 한 번의 기적을 위해, 경남 도민들이 똘똘 뭉쳐야 할 때다. 

 

칼럼니스트_이수열 

기적의 스토리를 쓴 경남FC 김종부 호의 여정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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