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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버스커와 뮤지션

올해 나이 31살, 매일 오후 1시가 되면 식사를 대충 하고 음악 작업실로 향한다.
기타와 젬베 수업을 마친 후 새벽 2시가 넘도록 개인 앨범 준비를 하며 녹음실에 틀어박혀 작업을 한다.

많은 음악인 들이 그러하듯 노래를 조금 잘한다는 이유로,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배우기 시작해서 음악을 하게 되었다는 건 흔한 스토리이다. 나도 그렇다.

그렇게 시작한 음악으로 몇 해 전 창원MBC 라디로 <정오의 희망곡>에서 'SONG FOR YOU'란 코너에 캐스팅되어 1년간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셀피쉬’란 밴드로 활동을 시작하여 지역인디밴드 세션으로 참여하기도하며 여러 활동을 하였다. 음향장비가 갖추어진 무대에 오르고 거리에서의 버스킹을 하며 정말 많이 노래했다.
지금은 ‘DANO’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작곡가, 때로는 가수로 활동하며 경남의 창원, 마산, 진주부터 서울과 강원도 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닌다.

오늘 이야기 해보고 싶은 것은 무분별한 버스킹과 음악관련 이야기이다.

20대 중후반 때의 일이다. 창원에서 제일 ‘핫’하다는 상남동 분수대에 같은 팀 멤버와 젬베, 기타를 가지고 가서 휴대용 앰프에 기타와 마이크를 연결하여 노래를 시작했다.
그때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연습했던 것을 들려주고 소통하는 것이 상당히 재밌었다. 거기다 지폐와 동전으로 가득찬 팁박스는 쏠쏠함도 느끼게 했다.

버스킹을 하며 재밌었던 만큼 다양한 에피소드가 생겨났다.
한창 노래를 하고 있을 때 젊은 20대 초반 친구들이 동전을 얼굴에 던지며 "마, 노래 한번 불러봐라"라며 다소 매너없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또 누군가 민원을 넣었는지 관할 지구대에서 경찰들이 나와 훈계를 하고 공연이 도중에 중지된 일도 있었다.

최근에 어느 뮤지션의 이야기를 들었다. 누군가 버스킹이 시끄럽다고 신고를 해서 경찰이 왔다고 했다. 그 뮤지션은 익명의 그 누군가에게 굉장히 화를 냈다. 나도 비슷하게 겪은 일이지만 그런 반응이 당황스러웠다.
음악은 많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기쁘게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시끄러운 소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물며 어느 가수가 와도 몇 시간 씩 노래를 한다면 누구나 지겨울 것이다.
예전만 하더라도 경찰도 중지해달라고 조심스럽게 웃으며 말하였는데 지금은 무분별한 버스킹으로 험한 분위기까지 연출되는 등 별의 별일이 많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생각해보니, 내 노래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줬을 거라는 게 참 부끄럽다.

버스킹을 하며 MR을 틀고 노래를 하든 악기를 연주하며 공연을 하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건 안된다. 몇 년 전만해도 상남동분수대에서 버스킹을 하는 친구들은 어쿠스틱 사운드 음악을 중심으로 늦은 시간대는 볼륨을 낮추거나 앰프를 끄고 공연했다. 버스킹 문화가 활성화 된만큼 버스커들이 성숙해져야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서울홍대에서 이미 해왔던 거지만)

오랜만에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어 상남동을 갔었다. 7080아저씨버스커, MR버스커(MR을 틀고 노래하는 자를 칭함), 통기타 버스커 등 하나의 분수대를 둘러싸고 스피커 전쟁 중이었다. 몇 년 전에 활동 하였을 때는 서로의 버스킹 시간대를 피하거나 볼륨을 서로 조절하였다. 요즘은 버스커끼리도 서로 배려하지 않나 보다.

MR을 틀고 버스킹을 하는 공연을 볼 때 면 많은 생각이 든다. 한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화면의 가사를 뚫어지게 보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거리에 나와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려주고 싶은 뮤지션이라면 최소한 보면대를 준비하여 가사집이나 휴대폰을 올려두고 부르든지 가사를 외워서 불러야 하지 않을까.

“내가 낸데?!” 라는 마인드의 버스커, 부족한 가창력에 관객과 소통을 뒤로하고 타 버스커들과 전쟁 아닌 전쟁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본 탓일까, 그런 모습을 부정적으로 밖에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나에게 그들이 "내 취미인데 네가 무슨 상관인데?" 라고 하면 나도 할 말은 없다. 그건 그들의 취향이지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

난 앞으로 버스킹을 할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서울을 왕래하며 지금까지 내가 했던 모든 게 약간은 부정된 느낌이다.

나는 이제 작곡 공부 겸 작곡가로 데뷔하기 위해 서울로 간다.
최근에는 곡미팅을 했고 신인가수의 데뷔곡을 준비하고 있다. 유행이 너무도 빠르게 바뀌고 있고, 내가 만든 노래가 타 가수가 부르게 될 텐데, 약간은 쓸쓸 하기도 하다. 이제는 인디밴드에서 보컬과 기타가 아닌 작곡가로 활동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가끔씩 나의 노래도 부르겠지만)

그들에게 훈계를 하거나 참견을 할 생각은 없다.
나도 잘 몰랐던 세계였고 하지만 버스킹의 어떤 암묵적인 룰과 자기가 했던 행동들이 시민들에게나 동료 뮤지션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이야기를 하자면 뮤지션은 자기만의 창작물이 있어야 한다.
노래를 하든 춤을 추든 미술을 하든 어느 장르든 창작물이 없다는 것은 그냥 취미 일 뿐.

칼럼진_노영섭_네임텍

버스커와 뮤지션 저작물은 자유이용을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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