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eongnam Art Museum
경남도립미술관, 《새로운 시의 시대》전시 열려
- 3.15의거 60주년을 맞아, 역사적 사건에 새롭게 접근하는
《새로운 시의 시대》展 개막
- 역사적 사건의 다변적 의미를 제시하는 동시대 예술가들 참여
-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다루어 동시대미술관으로서의 정체성 확립
경남도립미술관(관장 김종원)은 오는 2월 20일부터 5월 17일까지 3층 전시실에서《새로운 시(詩)의 시대》전시를 개최한다. 전시에는 강태훈, 박찬경, 서용선, 이서재, 정윤선, 최수환, 홍순명 총 7명의 작가가 참여한다.《새로운 시의 시대》는 3.15의거 60주년을 맞이하여 개최되는 전시지만, 3.15를 단순히 기념하는 전시와는 다르다. 무엇을 기념할 경우 사건을 역사화하고 그 교훈을 공유하는 정형화된 틀에 묶일 가능성이 높다. 해당 사건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할 어떤 진실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3.15를 기념하기보다는 3.15를 비롯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우리가 모르고 있던 것을 감지하고 드러내는 방향으로 준비되었다.
《새로운 시의 시대》는 3.15를 과거에 발생한 하나의 사건으로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리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열린 해석의 지표로 바라본다. 결국“역사에서 미처 드러나지 못한 원형적 동기나 실체가 무엇인지, 그 파장은 오늘날 우리의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작동하고 있는지를 동시대 미술로 사유”해보고자 하는 전시기획의도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시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세계를 감지하고 이것을 식별/구별하면서 현재를 인식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도립미술관 3층 4,5전시실과 중앙홀에서 열리는데 전시 관람은 5전시실, 중앙홀, 4전시실 순으로 보는 것이 좋다. 도입부인 5전시실은 홍순명 작가의 <사이드 스케이프> 연작과 이서재의 <집의 역사>로 시작한다. 명확하지 않은,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있고 그 파장을 직관하고 기억해야할 것들이 감지되는 곳이다. 이어 실제와 허구를 오가며 역사를 재구성하는 박찬경 작가는 <시민의 숲>을 출품했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혼란스럽고 비극적인 한국현대사에서 목소리 없이 죽어간 사람들을 애도하고자 제작되었다. 최수환 작가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이 설치/점유된 전시공간을 해석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이는 반복되는 역사적 사건의 기념 또는 기억 중 이미 존재하는 것과 새롭게 존재할 것의 상관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두 작가의 작업은 사건 그 자체만으로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드러내고자 한다.
3층 중앙홀에는 강태훈 작가의 영상설치 작업 <Dead-end#2>와 <죽음 위의 갈라쇼> 등이 전시된다. 이 작업들을 통해 작가는 참담한 역사적 사건만큼 비극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를 살아가는 현실을 다시 들여다보도록 요청한다.
이어지는 4전시실은 군집화 된 사람을 통해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업으로 구성된다. 정윤선 작가의 <무주의 맹시>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현장 설치작업이다. 각종 오브제를 활용해 극단적 상황에서 발동하는 인간의 군중화를 시각화할 예정인데 구현의 결과물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서용선 작가는 동학농민운동, 세계대전, 한국전쟁 등과 같은 역사적 사건과 도시의 인간 군상 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아마도 우리는 이러한 군상 시리즈와 역사적 사건 속의 인물을 통해 지금 우리 삶에 대해 스스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지도 모른다.
살펴보았듯이 이 전시는 긍정과 부정의 역사적 산물을 나열하거나 혁명적인 순간을 기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저 거대한 담론의 역사에서 미시적이고 사유 불가능했던 현상들을 예술적 상상으로 끌어올려 새로운 가능성으로서 역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다. 기존에 통용되어 온 자유, 민주, 정의 등으로 이름 지어진 시들의 역사적 가치를 세심하게 따져보고, 그 본질에 다가서려는 시도. 이것이 이번 전시가 조심스레 바라는 방향이다.
※ 전시기간 ; 2020. 2. 20. ~ 5. 17.
※ 전시장소 : 경남도립미술관 3층 4,5전시실 및 전시홀
※ 참여작가 : 강태훈, 박찬경, 서용선, 이서재, 정윤선, 최수환, 홍순명 총 7명
※ 전시담당 : 이미영 학예연구사
※ 개막축하행사는 잠정 연기합니다. 추후 개최 시 별도 공지 예정입니다.
이 보도자료와 관련하여 보다 자세한 내용이나 취재를 원하시면 도립미술관 운영과 김재환 학예연구사(055-254-4633)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
붙임 1. 전시관련 정보
■ 전시연계프로그램
▶전시감상
<전시 함께 보기>
진행: 미술관장/큐레이터/작가
2020. 03. 12. - 05. 14. 목요일 오후 3:00
3/12, 3/19, 3/26, 4/9, 4/16, 4/23, 5/7, 5/14
▶강연
<기록하는 카메라, 저항하는 필름>
강연자 : 이나라 영상미학박사, 동의대전임연구원
2020. 04. 21. 화요일 오후 3:00
※ 상세 일정은 홈페이지 공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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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 관람안내
▶관람시간
하절기(03-10월) 10:00-19:00 / 동절기(11월-02월) 10:00-18:00
▶휴관일
정기휴관 :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 추석
임시휴관 : 전시준비기간
■ 관람료
대상 | 금액 | |
개인 | 단체(20인이상) | |
성인 | 1,000원 | 700원 |
청소년, 군인 | 700원 | 500원 |
어린이 | 500원 | 300원 |
▶경남도립미술관 자체 기획전시가 아닌 경우는 관람료가 상이할 수 있습니다.
▶7세 미만 어린이,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복지법에 의한 장애인과 그 안내인 무료
■ 주차
운영시간 내 무료
경남도립미술관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지로 296
055-254-4600
붙임 2. 전시 리플릿 글
3·15의거 60주년 기념전 <새로운 시의 시대>
역사는 주목을 받을 만한 인류 행위에 대해 그 행적을 시로 노래하고 기억함으로서 불멸화를 시도해 왔다. 동시에 공동체 건국을 통해 그 정신을 기리고자 했다. 또한 역사는 시대적 정치 상황과 문화적 정서를 바탕으로 거듭 분류하고 편집하여 구체적인 보편성을 가지는 위대한 사건과 그렇지 못한 사건으로 구분 짓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처럼 시대는 역사를 우리의 삶으로 불러들여 긍정 부정의 담론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과오는 오늘날 우리 주변을 여전히 서성이고 있고, 역사적 비극이 이름을 달리하여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을 부정 할 수는 없다.
역사는 거대 담론이기 이전에 인간과 인간의 삶이며, 일상이고, 오늘이다. 그것은 변함없는 결과물로서가 아니라 가능성과 불가능 사이에서 유동하며 인류가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를 결정해 나가는 중요한 단서이자,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촘촘히 현재의 자신과 연결되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한다.
<새로운 시의 시대>는 3.15의거 60주년을 맞아, 역사는 과거에 존재했던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 그리고 다음 세대를 전망할 수 있는 다변적 의미를 가진 기표로 작용할 수 있음에 주목하여, 역사에서 미처 드러나지 못한 원형적 동기나 실체는 무엇이며, 그 파장은 오늘날 우리의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작동하고 있는지를 동시대 미술로 사유해보고자 기획되었다.
전시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세계를 감지한 후 그것을 식별하거나 구별해내며 비로소 현재를 인식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4. 5 전시실과 중앙홀에서 열리며, 도입부인 4전시실에서 홍순명의 사이드 스케이프 연작과 이서재의 새겨진 이미지와 문장들로 축적된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의 파장과 기억해야 할 것들을 감지한다. 이어 실제와 허구가 오고가며 역사를 재구성하는 박찬경의 <시민의 숲>, 순환되는 역사를 움직임으로 시각화하는 최수환의 작업은 사건 그 자체만으로 말해지지 않는 것들을 드러낸다. 전시 중앙홀에 위치한 강태훈의 <Dead-end#2>을 비롯한 사물들은 현실에서 의식하지 못했던 사회 구조의 이면이 개인의 태도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사유하게 한다. 5전시실에서는 공간의 주체자로서 군중의 움직임에 가담하여 역사적 현장의 감각을 불러내는 정윤선의 <무주의 맹시>와 환원된 역사 속에서 우리 모습과 마주하는 서용선의 인간군상에서 현재의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며 인식의 단계에 접근한다.
이 전시는 긍정과 부정의 역사적 산물을 나열하거나 혁명적인 순간을 기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거대한 담론의 역사에서 미시적이고 사유 불가능했던 현상들을 예술적 상상으로 끌어올려 새로운 가능성으로서 역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다. 자유, 민주, 정의 등으로 이름 지어진 시들의, 역사적 가치의 실체를 세심하게 따져보고, 그 본질에 다가서려는 시도가 될 것이다.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를 쓴다는 것은 야만적인 행위이다.’라고 한 아도르노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절망적인 이성 앞에서 무력해지고, 아름다운 세계를 향해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그 의지를 상실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는 유지되고 우리는 살아 있다. 역사가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가치의 본질과 의미는 무엇인지, 인간의 삶에 대한 원천적인 문제와 더불어 질문하고 써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삶의 의무가 아닐까? 비록 그것이 명백하게 기술할 수 없는 편린에 불과할지라도 넓고 깊은 역사라는 바다에서 산호와 진주를 채취하는 것처럼 작지만 간직하고 싶은 시를 쓸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시는 모든 것을 기술하지 않음으로 오히려 본질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오늘의 삶을 당당하게 지어나가기를 기대한다.
작품설명
새로운 시의 시대 1.
홍순명_ 풍경 앞에서 사라지는 가능성들
홍순명은 실제 풍경이 아닌 사건과 사고의 현장을 담은 보도사진을 활용하여 사이드 스케이프 연작을 그려낸다. 보도사진을 그대로 옮겨 그리는 것이 아니라 부분, 옆, 가장자리를 발췌하여 확대한다. 먼저 우리는 부드럽게 발린 중성색의 물감들이 캔버스 위에서 연기나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평화로운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 화면에서 전쟁, 재해, 테러, 기아, 난민 등의 정치적 현장을 담아내는 보도사진의 직접적인 흔적을 찾아낼 수는 없다. 그러나 회화의 전통적 아우라를 간직한 작가의 화면은 중심으로서 체계화 되지 못한 주변들도 동일한 무게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며,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은폐된 문제들이 온화하고 부드러운 색채와 질감 속에서 조용히 피어오르는 것을 감지하게 만든다. 또한 이러한 작가의 태도는 미처 끌어올리지 못하고 수렴하지 못한 역사적 사건의 이면을 사유할 수 있는 틈을 제공한다. 동시에 보도사진 역시 본질이 가려진 어떤 현장의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총체적이고 완전한 이미지로 바라보는 수용자의 태도에 대한 비판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새로운 시의 시대 2.
이서재 利敍齋_ 기억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이서재 利敍齋 는 '이롭게 펼치는 집'이라는, 집의 이름이며 또한 작가의 이름이다. 이서재는 서울 경복궁 서측에 자리하며 우리의 풍토와 뿌리를 이해하고 전통문화로부터 받는 영감들을 통해 다양한 방법의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 재료로 우리 풍토의 그림을 그리고, 흙 빚어 그릇을 만들고, 일상을 음악으로 기록하는 작업과 한국적 정서와 문화와 지리를 연구하고 그려내고 기록하는 작업들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그 모든 일들이‘ 집 ’이라는 개념으로 묶여 집이 가지는 지속가능성, 이 땅과 우리 뿌리의 정체성, 사회의 부분이며 또 전부인 프렉탈적 구조성, 삶의 전부를 대변하는 역사성까지 고려하며 가장 기본적인 삶의 시작에서 예술의 뿌리를 찾아 이웃과 대중이 함께 하는 작업으로 이어간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새기고 축적하는 방식으로 역사의 서재를 만들고 그 형식을 우리의 뿌리그림에서 차용함으로써 멀고도 멀지않은 이전과 이후의 ‘오래된 미래’를 그려낸다.
경남도립미술관, 《새로운 시의 시대》전시 열려 저작물은 자유이용이 불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