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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특집·기획]‘여름재해, 산사태’ 이렇게 막는다

 

 

1963년 장승포 산사태

70명 사망 올해 55주기 추모제 열려

괜한 걱정이 현실이 되는 만큼 두려운 일도 없다. 그런데 가끔은 기우가 현실이 된다. 산사태가 그렇다. 멀쩡한 산이 내 앞으로 몰려와 재앙을 낳는다면 낭패 중의 낭패다. 그만큼 불안과 공포의 기억도 오래간다. 1963년 여름, 태풍 셜리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거제 장승포에도 이틀간 500mm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하필 날도 625일이다. 아침 85분쯤 장승포동 474번지 민둥산이던 속칭 굴세미굴이 무너져 내렸다. 바다를 향해 쓸려 내린 산더미에 산동네가 매몰됐다. 산길로 등교하던 아이들도 사라졌다. 아비규환!!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주민 61명과 경찰관 9명 등 70명이 숨진 뒤였다. 100일간 이어진 장마, 애써 지은 보리마저 추수를 못해 배를 굶던 가족과 이웃들이 마을 뒷산에 깔려 숨진 것이다. 안전보다 먹는 것이 급했던 1960년대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는 추모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치러졌다. 55주기를 맞기까지 유가족도 동네주민들도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를 빌고 빌었다. 유가족 상당수는 아예 한국을 떠나거나 고향을 등지기도 했다. 그날 초등학교 4학년으로 등굣길에 참사를 목격한 원순련(67·거제대 겸임교수) 씨는 그 당시 희생자들이 학교운동장에 줄지어 누워있던 악몽을 떠올리며 이렇게 추모비에 새겼다.

여기 이 곳에 예순 한 분의 선한 사람들과 아홉 분 경찰의 영혼을 추모합니다.’

참사 직후 이미자 씨가 부른 한많은 장승포의 애절한 곡조와 가사는 전 국민에게 경각심을 일깨웠다.

 

창원 불모산, 사방공사 유형 총집합

10여 가지 맞춤식 공법 안전성 강화

장승포 산사태로부터 50년을 훌쩍 넘긴 지금, 이 땅 대한민국의 안전망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창원 불모산을 관통하는 창원-부산간 도로는 필자에게는 출퇴근길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사면보강공법을 볼 수 있다. 부산방면 4km에 걸쳐 20여 가지의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드러난 모양만 봐도 십자블록에서 계단형 옹벽, 돌망태기, 숏크리트 등 다양하다.

직벽과 경사벽의 콘크리트는 대부분 노출됐지만 주변 식물과 조화를 이룬 친환경공법도 눈에 띈다. 사면공법마다 다른 이유가 있다는 점을 짐작하게 한다.

이곳은 지난 2012, 2015년 태풍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미관과 기능을 높인 디자인 패널 옹벽이 없는 점은 아쉽다.

경남하이웨이() 노수정 과장은 옹벽 등 토목시설물은 조그만 조짐도 식별해야 하기 때문에 회색 콘크리트상태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산사태, 알아야 처방한다

산사태의 위험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루 100mm이상 강우 횟수가 늘고 있다. 여름에 연중 강우의 60%가 집중되고 가을까지 태풍이 이어지기도 한다. 국토의 64%가 산림이지만 녹화된 산림의 노령화도 산사태의 위험을 가중시킨다.

실제 2000년대 이후 산사태는 대형화 추세다. 모르면 당하는 것이 산사태이다.

 

원인과 종류

산사태는 원인도, 무너진 형태도 제각각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사면경사, 사면현상, 경사방향 등 지형적인 요인, 토질, 토층의 두께 등 지질학적 요인, 그 밖에 식생 환경, 강우량, 산불, 지진 등이다. 그래도 가장 치명적이고 빈도가 높은 요인은 인간의 난개발 탓이다.

산사태 종류로는 집중호우로 흙, , 물이 함께 쏟아지는 토석류(Debris flow), 절벽이나 급경사에서 바위가 떨어지는 낙석(Rock fall), 벽체가 통째로 쏟아지는 전복(Topple), 경사면이 서서히 아래로 밀려오는 변형(Creep) 등이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는 토석류, 1963년 장승포 산사태는 변형으로 볼 수 있다.

 

예방과 예찰

산사태의 예방은 시기와 규모를 100% 맞추지는 못해도 전조현상과 지형, 지질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예찰의 경우 주의해서 볼 것이 있다. 개구리나 지렁이, 민달팽이가 자주 관찰되면 사면의 지반이 다습해진 증거이므로 유심히 살펴야 한다. 산마루나 임도에서는 지면이 갈라진 크랙(crack)을 발견하면 즉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형 산사태는 항상 전조가 있다.

 

복구와 예산

산사태의 복구는 재발을 막고 추가 진행을 차단하는 것이 목표이다. 예산까지 감안한다면 불과부족,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공법의 선택이 필수이다. 돌이나 콘크리트, 흙포대를 이용한 식생토낭 등을 놓고 선택해야 한다.

절개지 등 절벽 구간의 붕괴의 경우 락볼트나 쏘일네일링, 식생토낭을 병행하기도 한다. 특히 식생토낭법은 식물이 자라는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산사태 대비나 복구를 위한 시공에서는 보통 계획안전율을 계산한다. 보통 1.5~1.2사이로 조절하는데 1.2 이하면 변형이 나타난다고 봐야 한다. 안전율을 높일수록 예산도 많이 든다.   

급경사일수록 잘 붕괴한다?

급경사라고 무조건 붕괴 위험이 큰 것은 아니다. 붕괴빈도가 높은 경사도는 40°~50°이다. 완만한 경사지도 절토했다면 급경사지보다 붕괴 빈도는 더 높다. 완만하다고 방심할 수 없는 이유다.

절토지는 평소 잔디 등으로 풍화를 막아주고 지하수나 지표수를 안전하게 빼내는 사전 조치가 필요하다. 요약하면 자연사면은 급경사, 절토사면은 완경사일수록 붕괴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 조언

시공업체 등 토목 전문가들은 대규모 붕괴는 지질구조, 소규모 붕괴는 토질과 관계있다고 조언한다. 사면 붕괴의 원인은 대체로 세 가지로 정리한다. 물성(토질, 암질)과 지질구조(지층구성, 단층 등) 그리고 물(지하수, 지표수)이다.

그린폭스 김병태 대표는 물은 공통 원인일 수 있는데 물성과 지질구조가 붕괴의 규모를 결정한다며 예방이 복구보다 낫다고 강조했다.


 


경남도
, 10월까지 산사태 상황실 운영

 

김경수 지사는 지난 79일 첫 간부회의에서 도지사가 직접 챙겨야 할 4가지 가운데 여름재해, 도민 안전을 강조했다. 경남도는 오는 10월까지 산사태 대책 상황실을 운영하면서 시군별 비상연락망도 동시에 가동한다. 산사태의 충격을 감안해 사전 모니터링과 예찰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산사태 취약지역 주민대피훈련도 실시했다. 도내 산사태 취약지역은 2515, 임도는 430km에 이른다.

도내 전역 103곳에서 사방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원인별 맞춤식 심사를 거쳐 시공법이 선정됐다. 경남에서는 최근 5년간 산사태 인명피해가 없었다. 세 개의 태풍과 집중호우가 몰아쳤던 지난 2012년을 제외하면 태풍이 해걸이 형태로 비껴간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그렇다고 집중호우마저 비껴간 것은 아니다.

최근 10년간 경남은 11차례의 집중호우와 6번의 태풍으로 산사태가 잇따르면서 546ha 이상 피해를 입었고 1114억 원의 복구비가 들었다.

 

 

 


·사진 최석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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