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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특집·기획]풀뿌리경제, 소상공인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죽하면 문을 닫았겠습니까?

22개월 만에 식당 폐업

마산에서 오리식당을 하던 A(50) 씨가 최근 폐업신고를 했다. 식당을 연 지 22개월 만이다. 월 매출이 2500만 원까지 오르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부터 내리막에 접어들더니 지난달에는 450만 원으로 추락했다. 1200만 원이 버틸 수 있는 한계점이다. 6명이던 종업원을 다 내보내고 가족들로 버텨 왔었다. 언젠가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게 희망고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개업 당시 7000만 원의 빚을 안고 시작했다. 건물주의 도움으로 1억 원 상당의 보증금 없이 월 275만 원의 가겟세를 내왔지만 이마저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건물주는 월세마저 포기하며 장사를 계속하게 도와줬다. 공실률이 늘어가는 주변 상가의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이해했다 한다.

왜 문을 닫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장사가 안 돼서요. 손님이 없으니까요!”

미안한 마음을 담아 다시 물었다.

장사가 안 되는 것은 사장님의 책임 아닌가요?”

그는 빠르게 인정했다. 그러면서 반격했다.

맞지요. 맞지만 소상공인 가게를 살리는 방법도 있잖아요.”

그의 주장은 이랬다. “대형가맹점이나 대기업 계열 가게가 다양한 할인책으로 손님을 끌 듯이 소상공인 가게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도 혜택을 주자. 연말정산 때 소상공인 가게 이용실적을 세액 공제에 반영하고 전통상품권을 대량 구매하거나 이용자에게 정부 차원의 혜택을 주자고 제안했다.

정부의 소상공인대책이 대출에 집중된 것도 꼬집었다. “대출정책은 결국 빚을 늘리는 것이다. 장사가 잘돼서 매출을 늘려주는 것이 더 반갑고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최고 대책은 매출증대

소상공인을 위한 최고의 대책은 매출증대라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다 보니 대화는 자연스레 카드수수료로 옮겨갔다. 그도 최근에 나온 제로페이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의 가게는 소형점포여서 카드수수료는 우대혜택을 받아 0.8%만 부담했다. 월 평균 60~70만 원을 냈고 연말 부가세신고 때는 50만 원을 돌려받았다.

그래도 카드수수료 부담이 적지않다고 했다. “연 매출이 클수록 제로페이의 덕을 많이 보겠죠.”

지난해 경남에서 폐업신고를 한 자영업자는 47898, 2016년보다 6008(14%)이 늘었다.

이들의 고충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안타까움을 안고 카드수수료가 부담스럽다는 창원의 한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200만 원 카드수수료 부담

제로페이 기대 반 걱정 반

창원 상남동에 자리한 보쌈집, 8월 둘째 주 점심시간에 10여 명의 손님이 보였다. 미리 전화를 해 놓은 덕에 지난 7월 카드수수료를 집계해 줬다. 147만 원, 여기에 카드단말기수수료, 일명 VAN사 수수료 30만 원을 합치면 177만 원이 카드수수료로 나갔다. 휴가철인 것을 감안하면 한 달 평균 200만 원이 나가는 셈이다. 종업원 한 사람의 인건비여서 부담이 적지 않다. 최저임금 상승까지 생각하면 걱정이 더 커진다. “카드수수료가 없다면 그나마 한 걱정 덜지요.”

주인의 궁금증도 제로페이에 모아졌다. 카드수수료가 없는 ‘0페이로 되면 좋지만 손님의 결제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아닌지 염려했다. 지금도 빨리 결제해 달라고 성화인데 시간이 더 걸린다면 차라리 포기하겠다고도 했다. 현금이 남아 있어야 지불할 수 있다는 체크카드 형식의 제로페이에는 보완을 요청했다. 손님의 80~90%는 카드고객이고 50대가 주고객층이어서 제로페이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도입될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소상공인 정책간담회

봇물 터진 현장의 목소리

오늘은 정책홍보보다 소상공인 대표 여러분들의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시간은 길어져도 좋습니다.”

지난 87, 경남도청 신관 중회의실!

김기영 경남도청 경제통상국장이 11개 시군 소상공인 대표들에게 마이크를 넘긴다.

18개 시군 소상공인 담당자, 경남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 지원 기관 관계자들도 모였다. 임진태 경남도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시작으로 성토와 호소가 뒤섞인 제안들이 쏟아졌다.

 

경남도와 시군에 소상공인 전담부서가 없다는 게 경남의 소상공인정책의 현주소 아닌가?”

소상공인 지원조례를 만들어달라.”

법적 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를 경남도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우하라.”

경남도와 소상공인이 출자한 소상공인신용협동조합을 신설해 달라.”

경남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수수료를 꼭 받아야 하는가. 그것도 왜 5년치를 한꺼번에 받나?”

제로페이도 좋고 최저임금 인상도 좋은데 소득이 없는데 다 무슨 소용인가?”

소상공인 가게를 이용하는 공직자는 승진 인센티브를 주자.”

소상공인 통계는 3년 전 자료를 사용하고 있다. 최신 통계를 확보해 달라.”

2시간에 걸친 간담회가 끝났지만 임 회장과 김 국장의 스탠딩간담회는 장외로 이어졌다. 대화의 주제는 경남소상공인신협에 모아졌다.

임 회장은 초기 자금은 경남도에서 150억 원, 42만 경남소상공인들이 5~6억 원을 출자하고 경남신보에서 끊어온 보증서로 소상공인들에게 대출하자. 시중은행보다 낮은 이자율로 빌려주면서 운영비를 벌 수 있다. 장기적으로 경쟁 은행들의 이자율도 끌어내릴 수 있다는 논리였다. 김 국장이 적잖이 코너에 몰린 듯했다.

 

경남도 소상공인정책 재정비

전담부서 확대 갑질신고센터 신설

경남도는 소상공인에 대한 대책을 보완해가고 있다. 그 바탕에는 소상공인이 경남의 풀뿌리경제이고 이들의 자존감 이른바 기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청와대에 자영업비서관이 신설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실제 경남의 소상공인은 전체 사업체의 87.6%, 근로 인력의 38%42만 명에 이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부담을 고려하면 경남도정의 경제살리기대책도 소상공인에게 비중을 둘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경남도인수위원회가 내놓은 경남도정 4개년 계획도 이를 반영한다. 올 연말까지 추진할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전담부서 개편, 올 연말 조직개편에서 소상공인전담부서가 과단위나 2개 담당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경남상생조례도 제정된다. 대기업 등과의 불공정 거래에 따른 불이익을 덜어주는 법적 장치이다. 이로써 갑질신고센터도 신설된다. 경남1번가에서도 갑질사례를 모아 공동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또 매출 1억 이하의 1인 자영업자에게 고용보험료의 50%7월 납부분부터 소급지원한다. 경남도는 노란우산공제 희망장려금과 공동구매 전용보증제도를 경남지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확대적용하기로 했다.   


경남페이 시범도입 내년 1월 시행 예정

관심을 받고 있는 경남페이도 시범도입된다. 경남페이는 제로페이, 0페이가 기본개념이다. 소상공인들이 물고 있는 카드결제수수료를 없애주는 새로운 카드결제방식이다.(62면 카드뉴스 참조)

카드결제 과정에서 카드사를 거치지 않는다. 대신 소비자는 새로운 앱을 깔고 사업주는 QR코드를 설치한다. 스마트폰 기반의 플랫폼 개발, 은행측의 수수료 포기 등 거쳐야 할 과정이 산적해 있다. 경남페이의 본격 시행은 내년 1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카드결제수수료가 OECD국가에서 가장 높다며 인하를 촉구해왔다. 경남도는 제로페이확산을 위해 지역상품권을 전자상품권으로 발행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사진 최석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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