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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공 앞에서 장애는 상관없어요”

의령 꽃미녀FC, 시카고 통합축구대회 결실


전국 최초의 여성지적장애인 축구단
의령 꽃미녀FC’. 2012년 창단 당시 드리블이 뭔지도 모르던 그녀들은 ‘10년 안에 국가대표가 되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6년 후 꿈이 이뤄졌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팀으로 뛰는 첫 통합축구 월드컵(Unified Cup) ‘2018 스페셜올림픽에서 꽃미녀FC는 동메달을 땄다. 그런데 기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국 시카고 통합축구대회 동메달

지난 7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스페셜올림픽 통합축구대회. 세계 24개국이 참가한 대회에 꽃미녀FC는 동아시아대표 자격으로 출전했다.

4강 진출을 결정짓는 인도와의 경기는 마지막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33 동점 상황에서 골든골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여기 내 패스 받아!”

공격수 서윤희(24) 선수가 상대의 수비수 사이로 날카로운 패스를 날렸다. 직접 슈팅을 해도 좋을 듯한데 일부러 흘려주는 모습에 관중들이 탄성에 이어 환호를 보낸다. 공을 건네받은 강수빈(20) 선수도 잠시 당황하는가 싶더니 곧 침착하게 발을 뻗어 상대의 골망을 흔들었다.

결과는 43, 대한민국 승! 결승골을 터뜨린 강수빈은 지적장애인 선수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통합축구는 이렇게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것을 공유한다.

 

장애인·비장애인 하나 되는 통합축구

우리 같은 비장애인의 역할은 장애인 선수들이 최대한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함께 뛰어보니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장애인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을 보면서 오히려 제 자신이 작아지더라고요.”

스페셜올림픽에 비장애인 선수로 참가한 서윤희 씨는 대학교 축구선수로 활약한 베테랑이다. 남해에서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축구를 하던 중 의령 꽃미녀FC 김일주 단장(48·의령사랑의집 원장)의 권유로 통합축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어 서 씨를 따라 왕년의 축구선수들이 꽃미녀FC와 함께 뛰기 위해 전국에서 속속 모였다. 그렇게 올해 1, 꽃미녀FC 소속 장애인 선수 6명과 비장애인 선수 5명으로 구성된 통합축구 대표팀이 탄생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그라운드 안에서 목표는 하나였다. 통합축구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는 것.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김 단장은 알고 있었다.

꽃미녀FC가 남성팀과 겨뤄도 뒤지지 않을 만큼 기량과 팀워크를 갖출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가 선수들 간의 관계가 친밀하다는 거예요.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거죠. 그런 부분이 실제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나요.”


선입견 반성, 앞으로도 함께 뛸 것

7명이 함께 뛰는 경기에서 온전히 한 팀이 되려면 장애인은 비장애인을 믿어야 했다.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이해해야 했다. 대회 출전까지 약 7개월, 이들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서로를 알아가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서 씨는 동갑내기 정미진 선수와 금세 단짝이 됐다.

한 달에 한 번씩 12일을 꼬박 붙어 지냈어요. 축구를 좋아하는 공통점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죠. 얘기를 나눠보니 또래 친구들이랑 크게 다르지 않던데요?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으로 단정 지었던 게 아닌가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5골을 넣어 득점왕이 된 서 씨는 미진이의 악착같은 수비 덕분에 득점이 가능했다며 고마워했다. 정 선수도 편하게 대해준 덕분에 오랫동안 함께 지낸 친구처럼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앞으로도 함께 뛰고 싶다고 화답했다.

축구에 대한 열정 앞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은 덧없기만 하다. 그렇다면 이들의 경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갈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 아닐까.

 

글 이한나 기자 /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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