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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교류

[기사교류]‘좋은 기운’ 부르는 행운목 9월의 나무 회화나무


임금의 하사품 상
()나무

회화나무는 모든 나무 가운데서 으뜸으로 치는 신목(神木)이며, 우리 선조들이 최고의 길상목(吉祥木)으로 손꼽아왔다. 선조들은 이 나무를 귀하고 신성하게 여겨 아무 곳에나 심지 못하게 했다. 특별히 공이 많은 학자나 관리한테 임금이 상으로 내리기도 했던 나무다.

예로부터 선비들이 좋아하여 선비나무로도 불렀다. 서원, 서당, 사대부가 등에 많이 심었기 때문에 학자수라는 별칭도 갖게 되었다. 지금도 여러 서원에서 노거수 회화나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국 어디나 전통을 자랑하는 양반 마을에서도 어김없이 회화나무를 만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화나무를 집안에 심으면 가문이 번창하고, 학자나 큰 인물이 나며, 잡신이 침범하지 못하고 상서로운 기운이 모여든다 하여 신목이나 정자목으로 심었다.

좋은 일을 가져오는 행운목으로 귀족들을 만나는 장소와 관직의 품위를 나타내는 뜻으로 심기도 하였다. 창덕궁의 돈화문 앞마당에는 삼공(三公) 좌석의 표지로 삼았던 회화나무 8그루가 천연기념물 제472호로 보호·관리되고 있다.

중국, 일본에서도 괴화수(槐花樹)’ 또는 용과괴(龍瓜槐)’라 하여 상서롭고 출세를 돕는 나무로 여기고 있다. 서양에서도 ‘scholar tree’라는 학자수로 알려져 있다.

 

원산지 중국, 꽃말은 망향

속명 소포라(Sophora)’는 식물학자 린네가 아라비아의 식물 이름 sophera를 바꾸어 쓴 것으로, 아랍명을 전용한 이름이다. 종소명 자포니카(japonica)는 일본이 원산지처럼 보이나 회화나무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이름은 괴화수(槐花樹)에서 유래한다. ‘로도 읽을 수 있다. ‘무엇을 그리워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회화나무의 꽃말은 망향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회화목(櫰花木)’, ‘괴화(槐花)’, ‘괴화나무’, ‘회나무’, ‘과나무’, ‘홰나무’, ‘괴목’, ‘괴수’, ‘도수괴(倒垂槐)’ 또는 수괴(垂槐)’, ‘양목(欀木)’, ‘양화목(欀花木)’, ‘길상목(吉祥木)’, ‘공자목(孔子木)’, ‘출세수(出世樹)’, ‘행복수(幸福樹)’ 등으로 불린다. 충청도에서는 호야나무라고도 한다.

비교적 꽃이 귀한 늦여름에 피는 회화나무는 낙엽 교목으로, 높이 30m 정도로 자란다. 수피는 회암갈색으로 세로로 갈라진다. 어린 가지는 녹색을 띠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잎은 어긋나기로 나며 7~17개의 홀수로 깃털형겹잎이다.

꽃은 길이 20~30정도의 원추꽃차례로 가지 끝에 모여 달린다. 수술은 10개다. 열매는 길이 5~8의 염주형으로 꼬투리가 있고 11월경에 익는다. 종자는 황록색을 띤다. 증식은 봄에 전년도에 자란 가지를 잘라 심거나 종자를 직파하거나 종자 채취 후 노천매장하였다가 봄에 파종하면 된다.

회화나무는 콩과식물로 질소고정을 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공생하여 질소 비료를 제공해 주므로 척박지가 아닌 한 비료를 줄 필요성이 거의 없다. 공해에 강한 수종으로 가로수, 공원수로도 많이 심고 있다.

8~9월 개화 시작, 연황색 꽃 장관

봄이 되면 다른 나무들은 모두가 봄빛을 맞이하듯 새싹을 내미는데, 대추나무, 자귀나무, 회화나무는 늦잠에서 깨듯 5월이 돼서야 기지개를 켜며 새싹을 내민다. 늦게 싹을 틔우니 당연히 꽃도 늦게 핀다. 8~9월 가을이 올 무렵 꽃이 피고 길게는 보름 정도 지속된다. 아까시나무와 비슷한 나비 모양의 연황색 꽃이 장관을 이룬다.

꽃과 열매에 함유된 루틴(rutin)과 베툴린(Betulin) 성분을 두고 고혈압, 콜레스테롤 저하 등 심혈관 질환 연구가 활발하다. 한방에서는 지혈, 구충작용, 진정, 토혈 및 피부병 치료에 쓴다.

최근에 비타민으로 유명한 우리 지역의 한 제약회사에서 회화나무열매 추출물로 골다공증, 심혈관계 질환, 우울증, 불면증 등 40대 후반 여성들이 폐경 이후 겪게 되는 주요 갱년기 증상 완화를 위한 비타민A, D, E 등을 함유한 4가지 복합 기능성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영동리 신목, 남사예담촌 부부목 유명

함안군 칠북면 영동리 회화나무는 500여 년 세월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482년 광주 안 씨 시조 안방걸의 22대손이며 성균관 훈도를 지낸 안여거가 영동리에 정착하면서 심은 것이라 전해지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마을을 지켜주는 신성한 나무라 믿으며 매년 음력 101일 제사를 지내고 있다.

군 보호수로 지정된 합천군 묘산면 화양리 회화나무는 수령이 250년으로 묵와고가 마당에서 역사를 같이하고 있다.

산청군 단성면 남사예담촌에 있는 X자 형태의 300여 년 된 두 그루의 회화나무는 부부가 함께 통과하면 금슬 좋은 부부로 백년해로한다는 나무로 유명하다. 남사마을의 아름다운 정서를 고이 간직한 한옥과 고즈넉한 돌담길도 걸어 봄직 하다.

밀양 표충사 사찰 입구에 두 팔을 벌리듯 서 있는 회화나무도 볼만한 나무다. 수령이 300여 년 되었으며 사찰과 관련된 나무라기보다는 서원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나무다.

 

천연기념물 5곳 등 오랜 역사 간직

천연기념물로는 창덕궁 회화나무 군(472)과 함안군 영동리 회화나무(319)를 포함하여 당진 삼월리 회화나무(317), 경주 안강읍 육통리 회화나무(318), 인천 신현동 회화나무(315) 5곳이 지정되어 있다.

슬픈 역사를 간직한 회화나무도 있다.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의 회화나무는 충청남도 기념물 제172호로, 교수목(絞首木) 또는 호야나무라고 불린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이곳 옥사에 수감된 천주교 신자들을 끌어내어 이 나무의 동쪽으로 뻗은 가지에 매달아 죽여 교수목이라 불린다. 슬픈 역사를 간직한 회화나무다.

남쪽으로 뻗은 회화나무 가지 아래서 잠이 들어 꿈꾼 이야기라는 뜻인 괴안몽(槐安夢)’은 남가일몽(南柯一夢), 일장춘몽(一場春夢)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우리들에게도 산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모두가 괴안몽이 아닐까? 철모르고 뛰놀던 동심의 시절이 새삼 그리워지는 가을이다.

·사진 나영학 한반도식물자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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