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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탐방

[체험&탐방]세계유산 통도사 불보산사(佛寶山寺)를 찾아서


지난
630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42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최종 결정했다. ‘한국의 산사는 양산 통도사(通度寺)를 비롯한 7개 사찰이다. “산사는 동아시아 불교의 중요한 특징이다. 신앙과 생활과 수행이 한곳에서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이 전통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이를 유네스코가 인정한 것이다.” -정병삼 숙명여대교수-

8월 초 무더운 여름날, 무풍한송 길을 걸어 통도사 탐방에 나섰다.

 

무풍한송 길 걸어 불보사찰 통도사 입장

산사의 역사를 알고 있는 옛길이다. 초입에 들어서면 굵은 소나무들이 반겨주고 영축산(일명 영취산, 취서산)에서 흘러내리는 신선한 계곡이 함께 이어진다. 발에 밟히는 촉감이 부드러운 1km쯤 되는 아름다운 길이다. 예전에는 동해에서 퍼왔다는 고운 모래가 깔려 있었다.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걸어가야 산사의 향기를 만날 수 있다. 무풍한송(舞風寒松)소나무를 춤추게 하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길이라는 뜻으로 여겨진다.

무풍한송 길 끝에 승탑과 비석이 가득한 넓은 부도원이 있다. 부도원은 절집의 역사다. 부처의 유골은 불탑, 고승의 유골은 승탑에 안치한다. 고승의 사리가 승탑에 안치된 것은 신라 말엽 9세기경 선종불교의 영향 때문이다. 부처가 입으로 말한 것을 교()라 하고, 고승이 마음으로 전하는 것을 선()이라 한다.

고승의 언행과 존재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던 시대이다. 전국에서 일어난 구산선문의 개창과 더불어 각 산문에서는 크고 화려하게 조사의 유골을 봉안하는 승탑을 경쟁적으로 조성했다.

 

佛法 세계로 가는 문, 일주문과 불이문

일주문에 담긴 뜻은 다양하지만 모든 것을 부처의 품안으로 포용한다는 의미에서 문턱이 없다. 통도사 일주문 편액 靈鷲山 通度寺는 대원군의 글씨이다. 배롱나무 꽃이 반기는 길을 따라 천왕문에 이르면 닳아서 반들반들 해진 문턱을 넘게 된다. 천왕문에서 오른쪽을 보면 극락전 벽에 피안의 세계로 인도한다는 빛바랜 반야용선 벽화가 있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벽화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범종루는 소리로써 불음을 전파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예불 시작 전에 삼라만상을 깨우는 사물의 장엄하고 경건한 의식이 있다.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면 일법진리로 통하는 제3의 불이문(不二門)이다. 불이문으로 들어와 눈을 들어보면 영축산 자락과 지붕을 살짝 들어 올린 대웅전 처마선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한 폭의 산수화를 만들어 준다.

 

고색창연한 대광명전 비로자나불의 미소

대웅전과 금강계단의 유명세에 가려 중로전의 관음전과 용화전, 단아한 건축물 대광명전은 지나친다. 용화전 앞에는 부처의 제자인 가섭존자가 미륵불에게 바칠 발우를 화강석으로 조각하여 안치했다는 봉발탑(보물 제471)이 있다. 무거운 돌 뚜껑이 덮여있는 발우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해 틈새에 동전을 꽂아 보기도 하고 손으로 밀어 보는 사람도 있단다.

대광명전은 중로전에서 중심이 되는 건물로 통도사에서도 오래된 건축물이다. 고려 말 건축으로 배흘림기둥의 안정감이나 웅장함이, 주위를 누르는 위엄에 있어서도 대웅전을 제외하면 통도사 내에서 가장 우수한 건축물이다. 단청을 하지 않아 수수한 고색을 유지하고 있다.

대광명전에는 비로자나불상이 봉안되어 있어 비로전이라 부르기도 한다. 통도사에는 많은 불상이 있는데 미소 경연대회를 한다면 대광명전 비로자나불상에게 대상을 주어도 지나침이 아니라고 한다. 대광명전에서 은은하고 인자한 불상의 미소를 보면 부부싸움을 하고 온 사람도 그냥 웃음이 배어나와 화해를 한다고 한다.

 

4개 편액 걸린 대웅전과 국보 금강계단

통도사에서 가장 중심인 공간이 대웅전과 금강계단(국보 제290)이다. 정방형의 법당 외부 4면에는 다른 절집에서는 흔하지 않은 각각 다른 편액이 걸려 있다. 동쪽은 대웅전, 서쪽은 대방광전, 남쪽에는 금강계단, 북쪽은 적멸보궁이다. 각각 다른 이름의 편액이지만 표현이 다를 뿐 의미는 같다.

부처의 진신사리가 봉안됐기 때문에 적멸보궁이고, 사리탑은 금강불괴의 계율 근본도장이라 금강계단이다. 또한 진리의 몸인 법신불이 상주하는 대화엄의 근본 도량이라 대방광전이다. 대웅전은 석가모니 세존을 모신 곳을 말하는데, 대웅이란 원래 석가모니불을 가리키는 말이다.

현재의 대웅전은 조선 인조 23(1645)에 중건되었으며 정면과 측면의 구분 없이 모든 방향이 정면으로 보이는 독특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 대웅전의 멋은 모퉁이 부분이 위로 살짝 솟아올라 날아갈 듯 들어 올린 추녀 처마선의 곡선에 있다. 통도사를 안고 있는 영축산의 능선과 어울려 건축적 아름다움은 배가된다.

부처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승탑이 있는 금강계단은 계를 수여하는 의식의 장소이다. ‘통도사란 이름에도 승려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금강계단을 통과해야 한다는 창건의 근본정신이 깃들어 있다.

종무소 혜덕 스님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서 7개 사찰 모두 조계종 총무원의 지시를 받는다고 했다. 세상도 변했지만 예전보다 사람들도 따뜻한 정이 없어졌다고 했다. 예전에는 대웅전 옆에서도 금강계단이 잘 보였는데 가려져 있어 아쉬웠다. 사람들이 절집에 가는 것은 절의 향기를 맡으러 간다. 절집의 진정한 향기는 참선하고 법문을 행하는 스님들이 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은 부처, 불법과 함께 삼보(三寶)로 꼽힌다. 그런 스님들의 향기를 절집에서 만나고 싶다. 그것이 진정한 산사의 세계유산 가치라고 여겨진다.


고승의 높은 뜻 느껴보는 구룡지와 극락암

대웅전 서편에 항상 물이 샘솟고 있는 작은 연못이 있다. 자장율사가 여덟 마리 용은 날려 보내고 오직 대가람을 지킬 한 마리 용이 살도록 연못을 만들었다고 전한다. 연못에는 수련이 떠있고 아담한 돌다리가 있다.

고요한 달밤 연못 옆 배롱나무에 걸린 구름의 그림자가 연못 속에 비치는 모습이 한 마리 용과 같아 깜짝 놀라기도 한단다.

통도사 20여 개의 암자 중에서 극락암을 거르지 않는 것은 지인 강모 씨가 출가를 했던 인연이 깊다. 경봉스님 밑에서 수행을 했으나 속세 어머니의 간곡한 모정 때문에 허락을 받아 산사를 떠나왔다.

그러나 강 씨는 스승의 옳은 가르침을 잊지 못하고 있다. 암자에는 당대의 선승 경봉스님이 주석했던 삼소굴과 여여문이 있다. 경봉스님의 초상화가 삼소굴에 있다. 고승의 높은 향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글 심재근 명예기자 /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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