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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다섯째 혜강이의 100일

하동 신노량마을 다둥이네

 


하동군 다섯째 아이 출산’, ‘합천 삼가면 일곱째 출산 경사’. 저출산 시대에 다둥이네 소식은 자꾸 들어도 질리지 않는 희소식이다. 자녀 하나를 낳으면서도 가질 시기를 저울질하고, 낳기도 전부터 육아 걱정을 하는 젊은 세대에겐 이해되지 않는 꿈같은 소식이기도 하다. 지난 5월 다섯째 아이를 출산한 하동군 금남면의 다둥이네를 찾아 그 꿈같은 이야기를 들어본다.

 

 노량항에 퍼지는 아이들 웃음소리

햇빛이 쨍한 8월 한여름 더위 속에 하동군 금남면 신노량마을의 다둥이네를 방문했다. 무더위를 무색하게 하는 5남매의 낭랑한 웃음소리가 우리를 먼저 맞아주었다.

혜주야, 혜주야. 좀 떨어져 봐. 간지러워. 히히히.”

오빠, 오빠, 나 잡아. 히히히.”

오빠에게 매달려 까불어대는 여동생은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생기발랄하다. 이영호(38), 최은지(36) 부부의 첫째인 종하(12)와 넷째 혜주(4)가 마치 커플체조라도 하는 듯 엉켜 논다. 둘째 혜련(9)이는 유치원 갈 채비를 마친 셋째 혜성(6)이 손을 잡고 나온다.

노량항 하동수협공판장 마당으로 줄줄이 나온 아이들은 잠시도 가만있질 못하고 뛰어다닌다. 이어 아빠 영호 씨와 백일(百日)을 앞두고 있는 다섯째 혜강이를 안고 엄마 은지 씨가 집 밖으로 나왔다. 뜨거운 햇볕을 피해 그늘로 피신한 어른들은 지칠 줄 모르는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에 그저 웃는다. 한 녀석을 불러 세우면 또 다른 녀석이 대열에서 빠져나가 저만큼 가버린다.

오늘 사진촬영이 쉽지는 않겠어요.” 모델들의 지나친 발랄함 때문에 촬영이 제대로 될까 걱정인 이윤상 작가. 그의 얼굴에도 아이들이 퍼뜨리는 해피바이러스에 전염된 미소가 번진다.

애들이 예뻐서 자꾸 낳게 돼요

순천이 고향인 부부는 동네오빠·동생이었다. 특별한 연애스토리도 없이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했다. 순천에서 첫째와 둘째를 낳고 첫째가 7살이 될 때까지 살았다. 하동에 터를 잡게 된 것은 활어 위판 중매인인 남편의 직업 때문이었다. 순천에서 하동을 오가던 영호 씨를 신노량마을 하진석 이장이 불러들였다. 이장님 옆집에 살며 셋째, 넷째, 다섯째까지 낳았다.

여기가 촌이어도 살기 좋아요. 없는 게 없어요. ··고가 다 있고, 순천의 애들 본가와 외가까지는 30분이면 갑니다.” 영호 씨는 첫째 종하부터 막내 혜강이까지 순서대로 나이를 묻는 기자에게 셋째부터는 계획에 없었다는 말을 한다. 남편 말에 손사래를 치며 애들 듣는데서 그런 말 하면 안 된다는 은지 씨.

하동으로 이사하고 얼마 안 돼 셋째를 가졌어요. 시집이고, 친정이고 다 낳지 말라고 말리셨어요. ‘어떻게 다 키울 거냐. 거기다 첫째 종하가 뱃속에서 거꾸로 크는 바람에 둘째 혜련이까지 제왕절개로 낳았거든요. 몸이 못 따라주면 못 낳는 거지 했는데, 의사선생님이 낳을 수 있다고 해서 용기를 냈어요.”

 

시골마을이라 가능한 다둥이 육아

셋째를 낳고 보니, 너무 좋더란다. 첫째와 둘째를 낳고 키울 때는 너무 힘들어서 애들 예쁜 줄을 모르고 살았는데, 셋째는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단다. 홀린 듯이 넷째를 낳고 다섯째까지 낳았다.

첫째와 둘째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다들 아실 거예요.

애 키우기 힘들잖아요? 그런데 셋째, 넷째는 수월하더라고요. 이제 다섯째 혜강이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품에 안은 혜강이를 보며 밝게 웃는 은지 씨. 그러면서도 아이 낳기 두려워하는 젊은 부부들의 사정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어른도 아이들도 다 바쁜 요즘이잖아요. 아이들한테 가르칠 건 왜 그리 많은지. 사교육비용을 생각하면 둘 낳는 것도 쉽지 않지요. 시골에 살기 때문에 다둥이가 가능한 것 같아요. 학생 수가 적은 시골학교의 장점을 우리 아이들이 다 누리고 있어요. 여기서는 학교가 많은 부분을 해결해 주거든요.”

엄마의 말에 종하가 고개를 끄덕인다. 종하가 다니는 노량초등학교 전교생은 20명 남짓. 학년에 상관없이 전교생이 서로를 다 챙긴다. 도시 학교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지만 훨씬 건강한 아이로 자란다고 부부는 믿고 있다.

 

“건강하게 자기역할하는 어른으로 자라길

큰 아이를 보고 작은 아이가 배우므로 늘 첫째 종하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된다고. 그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부부. “그저 무탈하게 건강하게 자라서 어른으로서 자기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한편 혜강이는 하동군이 다섯째 아이 이상에게 지급하는 출산장려금 2000만 원의 첫 대상으로 앞으로 10년간 해마다 200만 원씩 나누어 지급받게 된다. 출산장려금 얘기에 그것 때문에 아이를 출산하는 부모는 거의 없을 거라며 부부는 웃고 만다. 혜강이 탄생이 뉴스처럼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럽다던 부부는 아이들의 모습을 전문 작가의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는 생각에 경남공감취재에 응했다.

 

글 황숙경 기자 /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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