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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특집·기획]공유경제가 답이다

 


철길 건너편 호프플레인 슬럼가를 문화의 거리로 바꿀 수 없을까?”

 

2011년 유럽 최대의 무역항 로테르담의 슬럼가 호프플레인을 문화도시로 개발하는 육교설치사업이 발표됐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했다. 30년이 걸려도 어렵다고 했다. 이때 시민들이 나섰다. ‘내 손으로 만드는 로테르담(I Make Rotterdam)운동에 시민들이 지갑을 열었다. 3개월 만에 8000여 명이 동참했고 10만 유로가 모였다. 8차로 철길이 갈라놓은 도심 슬럼가를 사람 사는 동네로 바꾼 기적을 창조했다. 바로 시민이 동참하는 도시재생, 크라우드펀딩형 공유경제의 시작이었다.

 

거제시 공용차량 공유사업 시작

우리 주변에는 공유경제의 사례가 없을까?

최근 시작된 거제시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시청 관용차를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 물론 주말과 공휴일에만 가능하다.

최근 석 달간 시범운영한 결과 벌써 25건에 탑승 인원이 140명을 넘어섰다. 신청 자격을 제한했는데도 호응이 좋아 3월부터 승용차 1대를 추가했다. 공유경제라는 거창한 구호 없이도 시청 차량 타고 나들이 가자는 쉬운 말에 시민들이 호응하고 있다.

이종혁(40·거제시 중곡동) 씨는 지난 3·1절 연휴에 일가족 7명을 태우고 인천을 다녀왔다. 왕복 600km를 승용차 2대로 가야 할 상황에서 거제시 11인승 관용차를 이용했다.

버스전용차로로 편하게 다녀왔고 비용도 20만 원가량 절약했다는 그의 반응은 짧았지만 강했다.

 

김해시 공구대여백화점 운영

김해로 발길을 옮겼다. 회현지기 공구백화점! 회현동경로당과 붙어 있어 찾기도 쉽다. 이곳에서는 110여 종의 공구를 동민들에게 무료로 빌려준다. 가정용 공구에서 전문가만 다룰 수 있는 고가장비까지 다양하다. 홈페이지와 전용 앱(App, 회현지기) 등 이른바 플랫폼을 갖췄다. 1만여 명의 회현동 동민에게는 대형 공구함이 생긴 셈이다. 조작이 어렵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스스로해결단(단장 전제인) 소속 재능기부자들이 나선다. 지난 36일 스스로해결단의 현장출동을 따라갔다.

임갑숙(75) 할머니가 주방 형광등 스위치와 욕실 선반 교체를 요청했다. 전기드릴 등은 공구백화점에서 빌려왔다. 임 씨는 이제 걱정거리가 해소됐다며 밝게 웃었다. 봉사를 마친 황성우(48) 씨가 한마디 건넨다. “할매, 안자 됐능교?”

취재는 마쳤는데 50m 거리에 공구도소매점 간판을 보자 괜히 눈치가 보였다.

 

밀양 마을공동주차장 운영

밀양으로 차를 몰았다.

삼랑진IC를 빠져나가 도착한 화성동마을주차장. 트윈터널주차장을 겸한 곳이다. 차량 120(장애인용 4)가 이용할 수 있다. 내 집 앞 주차장 대신 마을입구에 공동 주차장을 만든 것이다. 이웃 간 주차시비를 자주 목격한 탓에 공유주차장을 만든 지혜가 돋보 였다.

 

경남도 공유경제학교 개학 공유경제 모델 정립

지난 228, 창원컨벤션센터 602호실, 공유경제학교라는 플래카드가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경남도청 손영근 사무관의 짧은 인사말에 학생들이 호응한다. 사실 학생들은 경남 18개 시군에서 참석한 공유경제 담당자들이다. 서울디지털재단 김시정 박사의 강의가 물 흐르듯 흐른다. 서울시의 다양한 사례가 소개된다. 공구백화점 491, 주차공간을 나눠 쓰는 모두의주차장’ 6000면 등이 공개될수록 경남과의 격차가 벌어진다.

 

세계적 트렌드 공유경제

공유경제는 세계적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1984년 하버드대 경영학과 마틴 와이츠먼 교수는 침체된 경제의 타개책으로 소유가 아닌 공동 소비 방식의 공유경제(The Share Economy)를 주창했다.

2008년 로렌스 레식 교수는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쓴 협업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방식으로 개념을 다듬었다. 그 이후 공유경제의 이름으로 세상은 변하고 있다. 스페인 칼다카오에서는 버려지는 음식물을 냉장고에 담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이른바 끈끈이 냉장고(Solidarity Frige·사진)로 푸드뱅크형 공유경제를 확산시켰다.

영국은 흉물스럽던 화력발전소를 테이트 모던 미술관(Tate Modern Museum)으로 바꿔 세계 최고 미술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독일의 환경수도로 변신한 프라이부르크 보방지구(Vaubang)는 공용주차장에서 시작한 마을살리기프로젝트의 신화이다. 도시 부자마을의 공기를 산동네 빈민가로 흘려보낸 콜롬비아 메데인 코무나스의 기적도 바로 공유경제의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공유경제 사회적 합의로 정립해야

그런데 아직 그 개념은 정확하지 않다. 정확히 말해 진화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기부에서 이익으로 동기가 변하고 있다. 비영리에서 영리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그 사적 이익의 범위는 폭리가 아니라 최초의 기부정신을 담아내고 있다. 어쩌면 새로운 자본주의의 얼굴을 만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공유경제가 어렵다면 잠만 자실 분이라는 광고 문구를 떠올려보자. 남는 방을 빌려준다는 내용이다. 공유경제를 예견한 오래된 과거 같은 것이다. 사실 경제는 경세제민의 줄임말이다. 경세제민(經世濟民), 세상을 경영하고 백성을 구제한다.

그래서 공유경제는 관에서 시작하는 마중물사업도 있고 민간차원의 사례도 있다. 개인이 시작한 영리형 공유경제도 있다. 김해시나 거제시의 사례는 마중물형이다. 창원시의 누비자자전거도 마찬가지다. 개인주택을 숙박용으로 제공하는 에어비엔비나 우버택시는 영리형이다. 최근 대타협점을 찾아가는 서울시의 출퇴근용 나눔카는 민간 영리형이다.

 

새로운 공유경제 충돌 불가피

공유경제의 개념이 세련미를 갖춰가면서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이 추가됐다. 지구환경을 유지하려면 공유경제는 필수라는 논리이다. 공유경제 기업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전통가치와 동종업계의 기업들과 충돌도 잇따르고 있다. 도덕에서 출발하지만 법으로 마무리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공유경제 역시 법은 도덕의 최대한이라는 법언(法言)을 떠올리게 한다.

경남도는 거창군과 양산시에 이어 공유경제 조례를 만들고 있다. 입법예고가 끝나면 문구를 다듬고 시군 사례조사 등을 거쳐 경남은 공유경제다를 널리 홍보해갈 예정이다. 지난 2월 시작한 공유경제학교의 학생도 도민으로 확대하는 등 이른바 사회적 경제를 주도해 갈 계획이다.

 

 ·사진 최석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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