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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문화의 향기]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함양 남계서원'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 9곳이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심사하는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등재 권고를 거쳐 이달 유네스코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한다. 

경남에서는 함양의 남계서원이 포함됐다. 조선 중기 유림을 길러내고 선현을 제향(祭享)하던 교육기관이 한국을 넘어 세계문화유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남계서원, 한국서원의 독창적 구조의 시초

‘좌안동 우함양’이란 말처럼 함양은 많은 유학자를 배출한 선비의 고장이다. 함양 남계서원은 연화산을 배경으로 앞에는 남계천이 흐른다. 들판 너머 백암산과 마주보고 있어 함양 3대 명당으로 꼽힌다. 

남계서원은 성리학의 대가 일두 정여창(一蠹 鄭汝昌) 선생을 모신 곳이다. 명종 21년(1566년)에 소수서원에 이어 두 번째로 사액을 받았다.

서원은 유교적 이념과 전통 건축을 함축하고 있으며 검소함과 기개가 돋보인다. 남계서원은 급경사지의 꼭대기에 사당을 두는 등 자연을 그대로 살린 배치가 일품인데 선현이 후손을 뒤에서 품는 전학후묘(前學後墓)의 배치는 남계서원이 최초이다. 이후 한국 서원의 독창적 구조로 정착됐다.

  

한국문화의 특징이 녹아있는 교육의 장

첫 출입문인 외삼문에는 ‘풍영루(風咏樓)’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바람을 쐬고[풍] 노래를 하며 돌아오겠다[영]는 뜻이다. 한국문화의 특징을 ‘풍류’라 칭한 신라 최치원 선생의 마음과 맞닿아 있다. 외삼문 안쪽에는 유생들의 기숙사로 사용된 동재(東齋)와 서재(西齋)가 있다. 
동재는 바른 마음을 기른다는 ‘양정재(養正齋)’, 서재는 인을 함께 배운다고 ‘보인재(輔仁齋)’로 불린다. 토론장이었던 애련헌, ‘영매헌’의 마루도 딸려 있다.

서원의 중심 강당의 ‘명성당(明誠堂)’은 강학공간이다. ‘공부로 성실해지면 현명해진다’는 뜻이다. 책과 판각 등을 보관하던 ‘경판고(經板庫)’도 눈에 띈다. 명성당 뒤 오름 계단 끝에는 정여창 선생과 강익, 정온 세 분을 모시는 사당이 있다. 사당에서 내려다보는 탁 트인 전망은 유생들에게는 휴식 그 자체였으리라! 

 

한국의 서원 등재, 재도전을 통해 그 가치 인정

이번에 세계유산등재가 사실상 확정된 ‘한국의 서원 9곳’은 조선 말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원형을 지켜낸 1)사액서원들이다. 세계유산등재는 재수 끝에 이뤄낸 성과이다. 3년 전 1차 시도 때는 준비 부족으로 중도하차했다. 이후 재도전에 나서 지난 18개월 간 심사를 받았다. 그 결과 ‘한국의 서원’은 조선시대 성리학의 탁월한 증거이자 전국으로 전파된 보편성을 인정받았다. 전체와 공간 구조별 완전한 일체감과 보존관리계획 등도 등재심사를 통과한 귀중한 자료가 됐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

영주 소수서원, 함양 남계서원, 경주 옥산서원, 안동 도산서원, 장성 필암서원, 달성 도동서원,   안동 병산서원, 정읍 무성서원, 논산 돈암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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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시대 국왕으로부터 편액(扁額)·서적·토지·노비 등을 하사받아 그 권위를 인정받은 서원.

 

 

글 이지언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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