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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맛!

[음~ 이맛!]백년가게 맛집을 찾아서 1

대동할매국수 · 화정소바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역사와 전문성을 가진 업체를 대상으로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선정한다. 지금까지 선정된 경남도내 백년가게는 14. 음식점 10, 제과점 2곳 등이다. 이 중 음식점 일부를 차례로 소개한다. 이번 달에는 김해 대동할매국수와 의령 화정소바, ()를 이어 깊은 맛의 전통을 자랑하는 국수 전문점이다.

 

김해 대동할매국수  

60년 전 장터국수 그대로

1959년 개업해 곧 환갑을 맞는 대동할매국수. 60년 세월이 무색하도록 옛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장터국수다. 하얀 면 위에 부추나물, 단무지채, 김가루, 깨소금 고명을 얹어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후루룩 면치기 하는 장터국수라기에는 정성이 많이 들어갔다. 면 그릇을 잡고 잠깐 고민한다. ‘물국수로 먹을까? 비빔국수로 먹을까?’

사실 이 집에서 메뉴를 고민한다는 것은 우습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메뉴판은 보통 4000, 곱빼기 5000이게 전부다. 뱃구레 크기대로 양만 결정하면 된다. 대동할매국수의 가장 큰 특징이다.

육수를 부어 말아 먹을지, 양념을 쳐서 비벼 먹을지는 국수 그릇을 받아들면서 시작된다. 비빔 양념장은 언제나 식탁에 있다. 일반적인 고추장 비빔장이 아니다. 참기름 듬뿍, 실파 송송 든 고춧가루 간장양념이다. 육수는 국수와 함께 누런 양은 주전자에 담겨 나온다. 비빔으로 먹다 육수를 부으면 물국수가 된다.

양은 주전자 육수는 알 만한 사람 다 아는 대동할매국수의 멸치곰국이다. 달면서 쌉싸래한 것이 중독성 있는 희한한 맛이다. 디포리, 대멸, 중멸 등 대여섯 가지 멸치를 섞어 끓인다고 한다. 부재료라고 해봐야 파뿌리 정도. 오전 5시부터 9시까지 4시간 정도 불 조절을 하며 진하게 우려낸다.

 

멸치곰국·자연건조면에 할매 손맛

요즘 사람들 쓴맛 뺀다고 멸치똥 떼내고 다시물 끓이는데, 그러면 이 맛이 안나.” 스물여덟 고운 나이에 국수장사를 시작한 주동금(92) 할머니의 60년 노하우다. 멸치 내장이 시원한 맛을 더하고, 영양가도 높여준다는 것. “멸치 내장이 칼슘 흡수도 돕는데다 비타민도 많답니다.” 2대 주자인 할머니의 조카 주징청(55) 씨가 할머니 노하우에 힘을 실어준다.

멸치곰국 맛에 반한 단골들이 하나같이 예찬하는 부분은 또 있다. 굵은 면발이다. 일반적인 중면보다 더 굵다. “국수 삶는 시간이 일반 소면의 2배입니다. 식당 운영자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일인데, 소화하기 쉽고 부드러운 식감 때문에 포기할 수가 없어요.” 조카 주 씨의 말이다. 공장국수에 비해 비싸지만 목에 걸리는 것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자연건조 국수를 쓰기 때문이란다. 햇빛과 바람에 말리는 자연건조 국수는 실내 열풍건조 국수에 비해 면이 굵을 수밖에 없다.

국수는 불어터지면 맛없어서 못 먹어. 사진 찍느라 다 불었겠네. 다시 삶아 줄 테니 맛있게 드시오. 뭣이든 맛이 있어야지. 경기 안 좋을 때 더 푸짐하고 맛있어야 돼.”

구순이 넘었어도 주방 일을 거드는 대동국수의 원조 할머니가 취재진에게 하신 말씀이 진한 육수 맛처럼 우러난다.

 

김해시 대동면 동남로45번길 8

055)335-6439

 


의령 화정소바

힘들지만 아무렇게나 못하지

화정소바는 의령전통시장의 소바 식당가에 자리 잡고 있다. 1978년 개업해 어느덧 40년을 넘긴 음식점이지만, 가게 모습은 최신상이다. 대를 이을 결심으로 식당 일에 뛰어든 김동환(34) 대표의 젊은 감각이 더해진 결과다.

8년 전, 화정소바 맛의 주인공인 어머니 이종선(64) 씨가 위암 수술을 받고, 아버지 김선화(62) 씨가 혼자 가게를 꾸려나가는 모습을 보고 힘을 보태겠다고 생각했다는 김 대표. 지금은 누나 김나영(39), 동생 김윤희(32) 씨까지 함께하면서 가족사업이 됐다.

화정소바가 의령토박이 맛집이 된 이유는 한결같은 맛 때문이다. 이종선 씨의 손맛에 2015년 메밀국수 제면으로 대한민국 음식명인이 된 김선화 씨가 그 중심이다. 매일 아침 6시부터 반죽육수소스 만들기로 40여 년을 하루같이 보내온 창업주 1대 부부의 고집이 백년가게 화정소바를 만들었다.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김선화 명인은 빙긋 웃는다. “힘들지만 아무렇게나 손님상에 내지는 못하지.” “자녀들한테 맡기시지 그러냐?”는 말에는 이종선 씨가 손사래를 친다. “아직 다 못 맡겨요. 손님 맞는 것만도 바쁜데, 맛내는 것까지 우리만큼 신경을 못 쓰지.”

 

최고의 맛이 손님에 대한 예의

화정소바가 추구하는 최고의 맛은 건강한 맛이다. 그래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은 재료. 의령군 화정면 출신인 김선화 명인이 6600의 고향 텃밭에서 키우는 20여 종의 야채가 주요 식재료다. 여름철 손님이 많을 때는 남의 밭에서 사오기도 하지만 손수 키우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텃밭에는 화정소바만의 비법 나무도 있다. 석류나무다. 석류로 식초를 담가 비빔소스에 쓴다. 쏘는 맛 대신 부드럽고 향긋한 신맛이 특징이다.

화정소바의 대표메뉴는 비빔소바, 냉소바, 온소바 그리고 메밀짜장면이다. 비빔소바가 석류식초로 화사한 맛을 낸다면, 냉소바와 온소바는 육수의 담백하고 구수한 맛으로 승부한다. 2시간여 우린 멸치육수를 사용하는데, 불 조절이 관건. 끓는 정도와 색을 보고 불 조절과 함께 물을 가감한다. 육수 간은 고명으로 올리는 소고기장조림 국물이다. 화정소바의 시그너처라 할 수 있는 소고기장조림 고명은 담백하면서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장조림을 건져낸 국물로 육수 간을 맞춘다.

독특한 메뉴는 메밀짜장면. 기름에 볶지 않고 물에 볶아 만든 짜장소스가 메밀면과 어우러져 보들하게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면은 주문과 함께 그때그때 뽑아낸다. 밀가루 국수보다 찰기가 부족한 메밀면은 즉석에서 바로 뽑아야 제맛을 낼 수 있기 때문. 후끈한 주방 안에서 즉석에서 면을 뽑는 일이 쉬워 보이지 않는데, 김선화 명인이 한마디 한다. “최고로 맛있게 드실 수 있게 하는 것이 손님에 대한 예의지.”

소바는 메밀국수를 뜻하는 일본어. 일제 강점기에 들어와 소바라는 이름이 자연스레 음식명이 됐다. , 일본식으로 쯔유에 찍어먹는 판 메밀국수가 아닌, 우리나라 전통 막국수 형태라는 것이 다른 점이다. 여름 성수기에는 하루 1000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화정소바의 인기는 높다

 

의령군 의령읍 의병로189-3

055)573-4193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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