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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특집·기획][특집] ‘감성대화’ 가족을 살린다!

즐거운 곳에서 날 오라 하여도

내 마음 쉴 곳은 내 집뿐이지

그런데 대화가 사라진 집이라면 어떨까? 딱딱한 거주공간(hard house)에서 달콤한 가정(sweet home)으로 되돌아갈 방법은 없는 것일까? 휴대전화에 빼앗겨 버린 가족을 되찾는 해법을 찾아보자. 그래도 5월은 가정의 달이 아닌가!

 

대화로 찾은 남편과 아내

남편 김관호(가명·42) 씨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짜증이다. 깜박 잊고 신발 정리를 안 했더니 딱 걸렸다는 식의 막말을 쏟아낸다. “여자가 돼가지고 정리도 제대로 안하고, 집이 이게 뭐야!”

아직 잘 다녀왔냐는 인사도 건네지 못한 아내 이정희(가명·38) 씨는 밥 도!”라는 남편에게 미안함은 고사하고 울컥 화가 치민다. 사실 그녀는 이런 남편의 모습에 익숙해졌지만 오늘도 서운함은 가슴에 응어리로 남았다.

김 씨 부부는 고민 끝에 가족상담소를 찾았고 개별 상담을 했다. 아내 이 씨는 상담사에게서 처음으로 남편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었다. 일찍 부모님을 여읜 관호 씨는 형님 밑에서 자랐다. 스스로 눈칫밥을 먹는다 여겼던지 학교에서 돌아와 현관에 못 보던 신발이 있으면 밖으로 나가 저녁 늦게야 돌아왔다. 결국 그날 저녁은 먹지 못했다. 남편에게 현관에 흐트러진 신발은 어릴 적 아픔을 불러온 자극제였다. 상담 이후 관호 씨와 정희 씨는 과거와 오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부부 관계가 개선된 것은 물론이다.

 

부부 3쌍에 1쌍 대화시간 30분 미만

가족 간의 대화는 엄청난 힘을 지닌다. 한 조사에 따르면 평소 주 4회 이상 식사 중 대화를 하는 가족은 그렇지 않은 가족보다 2배 이상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 가족 대화 시간이 많을수록 아이들의 사회 적응력도 높았다. 반면, 대화가 원활하지 못한 부부는 15년 이내 이혼할 확률이 94%에 이른다. 그만큼 가족 사이의 대화는 행복한 삶의 지렛대이자 디딤돌이다. 하지만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부부 3쌍에 1쌍은 하루 30분도 채 대화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부부 대화의 기본
나 전달법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성장 배경과 가치관이 다른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은 당연하다. 조은아동가족상담소 황경란 소장은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의 차이는 갈등 그 자체보다 대화 능력이라며 부부 간 대화 비법을 공개 했다.

부부대화법

첫째,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파악하라

위 사례처럼 부부는 배우자를 통해 어릴 적 결핍을 채우려는 욕구가 있다. 또는 어렸을 때 누렸던 환경을 상대에게 당연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진 등을 보며 서로 어린 시절을 공유한다면 막혔던 대화의 벽도 허물 수 있다.

 

둘째, ‘전달법을 사용하라

내 생각에는’, ‘내 느낌에는를 주어로 시작하라. ‘너 메시지를 사용하면 상대방은 비난당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 “당신은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없잖아대신 내가 혼자 아이들 공부를 봐주려니 너무 힘들어라고 말한다면 생각도 감정도 잘 표현하면서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셋째, 구체적인 사실로 말하고 대안을 제시하라

나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기대하는 바를 상대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나 지금 화났어보다 약속한 시간보다 1시간이나 지났고 연락도 없으니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화나”, “다음에 늦을 때는 적어도 30분 전에는 꼭 알려줘라고 대안까지 제시한다면 싸움이 아닌 대화로 풀 가능성이 높다.

 

넷째, 상대를 존중하라

관호 씨처럼 배우자에 대한 존중 없이 신발이 정리되지 않은 점만 비난한다면 상대방은 제대로 된 자기표현을 할 수 없고 들을 수도 없다.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가장 대화다운 대화를 하는 전제조건이다.

 

 

 

 

 

부모와 자녀를 이어주는 대화

어릴 적 시시콜콜한 일까지 다 쏟아내던 자녀라도 어느 시점이 되면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답답해진 부모는 말을 걸어보지만 아이들은 짧은 대답만 하고 입을 다물어 버린다. 어쩌다 길어진 대화도 언성을 높이며 중단되는 경우도 늘어난다. 꼭 성장통 때문만은 아니다. 창원시 진해청소년상담복지센터 노미애 팀장은 대화에 실패한 모자의 사례를 소개한다.

 

실패한 대화 사례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13)에게 엄마(45)아들~ 학원은 갔다 왔어? 학교 숙제는? 준비물은 없어?”라고 묻는다. 아들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라고 문을 꽝 닫으며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너는 엄마가 물어보는데 그렇게밖에 대답 못하니?” “......” 대꾸도 않는 아들에 대해 엄마는 ЪОμζ외계인 언어라도 빌려오고 싶은 심정이다.

노 팀장은 자녀와 원활한 대화를 하려면 부모부터 달라져야 한다며 자녀와의 성공대화법을 소개했다.


 자녀와의 성공 대화법

첫째, 마음의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한다

사례대로라면 아들 사랑해라는 엄마의 마음은 아들 입장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아들~ 오늘 조금 늦었네. 평소보다 늦어서 엄마가 걱정이 됐어라고 말했다면 아이의 반응은 달라졌을 것이다.

 

둘째, 자녀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마라

죄책감은 부모와 자녀의 대화에서 큰 걸림돌이 된다. 노 팀장은 부모는 자녀의 잘못된 행동을 보면 본인이 잘못 가르쳤다는 죄책감을 갖고 아이를 계속 지적하고 고치려고 한다며 부작용을 경고했다.

 

셋째, 아이의 속마음을 알아줘라

동생에게 너 죽을래라고 말하는 형을 보면 부모는 대개 화를 낸다. 대신 화가 많이 났구나. 동생이랑 무슨 일이 있었나보다라며 속마음을 읽어준다면 자녀도 안정을 찾고 싸움이 아닌 대화를 하려 할 것이다.

 

넷째,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

아이들에게는 비난보다 격려와 지지가 약이다. 시험을 망친 아이에게 공부 안 하더니 그럴 줄 알았다대신 성적이 안 나와서 실망했겠다. 마음만큼 잘 안될 때도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로 다가가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사랑의 말이 가족의 행복을 부른다

스피치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황순석 대표는 사랑이 담긴 말이 최고의 대화술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명쾌한 가족 대화법 5계명이다.

 

첫째, 따지지 말고 이해하자

둘째, 긍정적인 말이 가족의 운명을 결정 짓는다

셋째, 아름다운 질문은 아름다운 대답을 얻는다

넷째, 눈으로 말하면 사랑을 얻는다

다섯째, 사람은 누구나 합당한 대우를 받고 싶어 한다

 

가족 간의 대화에는 특별한 기술보다 그냥 사랑하면 된다는 황 대표의 조언이 투박하지만 정답처럼 느껴진다.


배해귀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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