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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

[행복한 여행]그 섬이 열린다…거제 저도(猪島)

 

 

대통령 별장 섬, 47년 만에 빗장 풀어

문재인 대통령 시범 개방공표

경남 거제시에는 가볼 만한 섬들이 더러 있다. 거제도가 본섬이라면 부속섬 중 다리가 놓여 있는 칠천도, 가조도가 돌아볼 만한 곳이며, 섬 안의 섬인 외도, 내도, 이수도, 지심도 등이 있는데 모두 관광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그런데 민간 출입이 통제된 섬이 있었으니 대통령 별장이 있는 저도(猪島)’가 그곳이다.

장목면에 위치한 이 섬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30일 전격 방문했다. ‘바다의 청와대라는 의미로 대통령 별장 청해대(靑海臺)’로 불리던 이곳이 드디어 빗장을 풀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민간 개방이 이날 공표됐다.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통령 별장 지정 이후 47년 만이다.

 

어떻게 대통령 별장 됐나?

저도는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에 있는 약 476000.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 중간 지점 해상에 있다. 누운 돼지 모양을 닮아 저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저도는 군사 요충지였다. 진해와 부산 해역과 육상을 보호하는 요충지로서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부터 군 기지로 활용됐다. 일제는 지하벙커를 만들었고, 1945년 광복 뒤에는 연합군이 사용하기도 했다. 1954년 해군이 접수하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휴양지로 쓰인 게 청해대의 시초인 셈이다. 그렇게 저도에 살던 주민들이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도 여름휴가를 여기서 보내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일부 주민들이 농경을 하며 거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1972년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되면서 남은 주민들도 완전히 본섬으로 밀려났다. 청와대는 청해대를 짓고 주민들의 논밭까지 수용해 골프장도 조성했다. 출입 통제를 넘어 인근 어민의 삶도 통제됐다. 대통령 휴가 기간 전후는 물론, 군 장성들의 휴가철에도 어선 운항이 차단됐다. 당대의 엄혹함은 남해안 한 작은 섬에도 그대로 투영됐던 것이다.

그런데 거제 출신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3년 취임하면서 청해대 해제 조치가 내려졌다. 문민정부는 어민들의 어업권도 돌려줬다. 다만 군사 요충지라는 점은 유지됐다. 국방부 소유로 해군이 계속 관리한 것이다. 민간 출입 통제는 여전했고, 2008년에 다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별장으로 재지정되기에 이른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곳에서 휴가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저도 국민 개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거제시는 국방부 측과 협의회를 구성해 개방 범위와 시기 등을 조율해왔고, ‘거제시발전연합회(회장 김수원)’도 기자회견과 저도 해상 퍼포먼스 등 전면 개방을 거듭 촉구하며 힘을 보탰다. 이어 문 대통령은 올해 730일 방문에서 저도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면서 빠르면 올해 9월부터 국민에게 개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도 개방이 지역경제 및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경남도와 거제시에 철저한 준비도 당부했다.

이에 따라 저도는 9월부터 1년 동안 시범 개방된다. 군 소유 대통령 별장이 있는 곳이 민간에게 개방되는 것은 20034월 노무현 대통령 당시 충북 청남대(靑南臺)’를 개방한 뒤 16년 만이기도 하다. 시범 개방 기간 중 매주 5(, , , , ) 오전 10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하고, 매일 관광객 600명만을 대상으로 여객선을 2차례 운항할 예정이다. 다만, 해군의 겨울철 정비 기간(11~다음 해 3) 등은 탐방이 제한된다.

거제시는 시범 개방을 앞두고 유람선사 공모 등 준비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저도를 둘러싼 거제 북부권 관광 뱃길에는 현재 지역 유람선사 2곳이 영업 중으로, 유람선사 1곳이 추가로 취항할 예정이다. 해군은 저도 시범 개방 일자를 916일로 못박았으나 관련 절차 등으로 예정일보다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개방 범위는 어디까지?

개방 범위는 산책로와 전망대, 해수욕장(모래 해변), 골프장 일부로 알려져 있다. 청해대(대통령 별장)를 비롯해 군 휴양시설 등 군사 관련 시설은 여전히 비공개다. 9월 중 개방되면 섬 전체에 자생하고 있는 해송, 동백, 팽나무 등 울창한 수림을 머금은 산책로와 거가대교 등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200m 규모의 모래 해변이 볼거리가 될 것 같다.

간난신고(艱難辛苦) 끝에 국민 품으로 돌아온 저도의 시범개방이 반쪽 개방으로 끝날지 완전한 개방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Interview   마지막 저도 주민 윤연순 할머니 

 

대통령도 뵙고

  다시 들어가니 감회 새롭더라

 

지난 7월 30일 저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 식수를 했던 저도의 마지막 주민윤연순(84) 할머니를 만났다그는 1973년 저도에서 밀려난 이후저도와 거가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하유마을에서 47년을 살았다.

“()대통령이 오실 줄은 몰랐지손주까지 우리 식구들이랑 김경수 지사와 탐방 인원은 먼저 들어가 있었고야외로 나가자 해서 나갔더니 대통령이 와 있으시더라고.”

윤 할머니는 거제 장목면에서 태어나 스무 살에 시집을 갔다. 7남매 가운데 5남매가 저도에서 났다가족들이 함께 저도에 들어간 시기는 1950년대 말이나 60년대 초로 보인다.

시아버지께서 저도에서 논 11마지기로 농사를 지으셨지언제부턴가 박정희 대통령이 가족들과 휴가를 오시더라고매미 잡으러 뛰어다니던 어린 아들 박지만도 봤고.”

농사가 흉작이면 박 전 대통령이 시아버지에게 농사 관련 안부를 묻곤 했다고그러던 중 이른바 청해대’ 건립이 시작되더라고 했다윤 할머니의 기억에는 수차례 나눠서 건축 공사가 진행됐다고 한다대통령 별장지로 논밭이 잠식되다 보니 대체 수단도 주어졌다.

처음엔 젖소를 키워보라고 했는데젖소는 안 되겠고… 누렁소도 아닌 검정소를 열 마리 주더라고… 그런데 이 검정소가 영 신통찮아… 뻘에 빠져 죽고…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난감했지 참.” 나중엔 누렁소 열 마리를 받았다고 한다.

하나 둘 밀려난 저도에서 윤 할머니 가족이 마지막 주민이었다청해대 건축 당시엔 해군들이 할머니 집에서 숙박도 했고골프장 건립 때는 밥을 지어주기도 했단다구술에 따르면 강제 이주에 합당한 보상은 없었던 듯했다생계용 어업 허가를 받았지만 간첩 사건으로 허가가 소멸됐다다행히 어선어업을 영위할 수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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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의 효심이 윤 할머니의 삶을 지탱시킨 동력이 된 듯했다.

윤 할머니 가족은 본섬으로 나오면서 지금 거주하는 집을 당시 가격으로 70여 만 원에 샀다집 마당에선 약 1.4km 거리의 저도와 거가대교가 한눈에 보인다.(사진그저 그렇게 감내하고 살아야 했던 시절 탓인지 윤 할머니의 구술은 내내 담담했다.

내 생전 저도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 줄 몰랐지… 대통령을 이렇게 만날지도 몰랐고… 다시 국민에게 돌려준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고 그렇지.”

 

  

전의승 명예기자  사진 옥건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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