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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

[행복한 여행]가을바다, 그곳에 등대가 있다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는 많은 아름다운 10월이다. ‘어디로 가볼까?’ 가을 타는 마음은 이래저래 바빠진다. 정처 없이 떠날 만큼 용기도 없는 소심한 그래도 확실한 행복을 찾는 여행자라면 등대여행을 떠나보자. 마음의 항로를 환하게 밝힐 수 있는 여로(旅路)를 소개한다

 


구조라항의 연인등대
몽순이·몽돌이

구조라는 거제도 동남쪽 자라목처럼 툭 튀어나온 반도의 이름이다. ‘구조라라는 지명 자체가 자라목을 닮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구조라반도를 가운뎃점으로, 엎어진 3자를 그리는 해안은 망치몽돌해수욕장, 구조라해수욕장, 구조라항, 와현해수욕장, 예구항, 공곶이까지 이어진다. 거제대로로 구조라해안의 3자를 베끼듯 달리다 보면 자연스레 구조라항 전체를 조망하게 된다.

그림 같은 풍경 속에 눈에 확 띄는 조형물이 있다. 바로 연인등대다. 깔끔하게 단장된 구조라수변공원 방파제에서 빨간색 등대와 유람선선착장을 지나 구조라방파제에 있는 흰색의 등대 한 쌍이다.

연인등대 중 빨간 등대의 이름은 몽순이’, 흰 등대는 몽돌이. 거제시의 대표캐릭터 이름에서 따왔단다. 멀리서 보면 주전자 모양의 깡통로봇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몽순이는 몽돌이를 향해 손을 흔들고, 몽돌이는 몽순이를 품에 안으려는 듯 두 팔을 벌리고 있다. 꼭대기의 항등과 팔 형상 때문에 주전자라는 착각을 일으킨다. 폼 나게 두른 나선형의 장식띠는 마치 바닷바람에 설레는 연인들의 마음을 보는 듯하다.

구조라수변공원은 201512월에 완공됐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널따란 공원마당과 캐러밴, 캠핑카 정박이 가능해 알음알음 찾는 이가 많다. 몽순이가 서 있는 80m 길이의 방파제도 볼거리다. 파도를 튕겨내는 방파제가 아니라 파도를 통과시켜 힘을 약화시키는 잠제(潛堤)로 수변공원 분위기를 말끔하게 하는데 한몫한다.

 


바다 아닌 산 위에 있는 서이말등대

구조라항 연인등대를 구경하고 서이말등대를 찾아 나섰다. 서이말등대는 바다가 아닌, 산 위의 등대로 소매물도등대와 함께 도내 2곳뿐인 유인(有人)등대 중 하나다. 1944년에 설치돼 역사도 길다. 구조라항에서 7km 남짓, 자동차로는 15분 정도면 도착 가능하다.

와현을 지나면 바로 서이말길 들머리인 누우래재삼거리. 완만하게 커지는 도로는 트레킹족을 위해 데크 로드와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잠깐 차를 세우고 지심도와 해금강을 바라보며 차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곳이다.

아스팔트길이 끊어지고 숲길로 접어들면 초입의 초소 때문에 살짝 당황한다. 관광객인지 확인 후 통과시켜준다. 지세포자원비축국가산업단지를 관리하는 초소다. 이곳을 지나면 차량 교행이 어려운 숲길. 계속 보이던 바다도 보이지 않는 온전한 숲길이 4km가량 이어진다. 나무터널과 새소리, 멀리 보이는 가을하늘이 세상과 동떨어져 나온 기분을 안긴다.

길은 망산 와현봉수대로 오르는 갈래 길, 봄날 인기 여행지인 수선화 정원 공곶이 가는 샛길을 지난다. 곧이어 국방과학연구소 서이말시험소와 서이말등대 뒷머리가 보인다. 서이말(鼠耳末), 쥐 귀 끝 모양의 섬 끄트머리에 서서 삼면의 바다로 빛을 보내는 등대는 달랑 15m 높이지만, 불빛은 37km 밖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존재감을 뽐낸다.

등대는 등대관리소 내부에 있다.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도 들어가 등대 인증샷을 찍을 수 있다. 등대가 주인공으로 찍히는 아름다운 풍경을 기대했다면 살짝 실망한다. 등대 외형도 흰색 원통형으로 평범하다. 대신 등대 앞에 서서 바라보는 해금강 풍경은 압도적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대마도까지 조망된다는 등대원의 말에 까치발을 하고 먼바다를 바라보게 된다.

 



예항 통영을 쓴다, 두 곳의 연필등대

통영에는 예술작품이 된 두 자루의 연필등대가 있다. 한 자루는 통영해양스포츠센터와 유람선터미널을 마주보고 있는 도남항동방파제 끝단에, 나머지 한 자루는 미수동 통영운하방파제 끝단에 있다. 많은 문예 거장을 배출한 통영의 문학적 위상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등대들이다.

도남항동방파제등대는 2006년 전국 현상설계공모를 거쳐 세운 통영문학기념등대.

높이 22m의 등대는 투명재질로 제작돼 낮에는 햇빛을 반사하며 빛을 내고, 밤에는 등대 본연의 빛으로 온몸을 밝힌다. 통영이 배출한 시인들의 시구가 새겨진 기념비가 있다. 인근 해양스포츠센터의 요트와 항구를 드나드는 여객선, 어선과 어우러져 이색 풍경을 만들어낸다.

미수동 연필등대는 2009년에 설치됐다. 관광자원화를 위한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연필 모양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빨간색 연필대에 연필심까지 붙어 있어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낸다. 등대 근처 해저터널, 통영대교, 도천동 횟집거리 등 보고 즐길 관광지가 있다.




이순신 장군의 바다 지키는 거북선등대

바닷길을 오가는 선박의 안전항로를 책임지는 표지로는 등대만 있는 게 아니다. 등표와 입표, 부표, 무신호소 등의 시설이 있다. 그중 바닷물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등대가 바로 등표이다. 등표는 바다 속 장애물이나 항로의 소재 등을 알리기 위해서 암초나 수심이 얕은 곳에 설치된다.

한산도에는 등대로도 불리는 유명 등표가 있다. 정식 명칭은 한산항등표’. 1963년에 설치됐는데, 한산대첩을 기리기 위해 거북선 모양으로 만들었다. 한일관계가 예민해진 지난 8월 해양수산부 선정, 이달의 등대로 뽑혀 매스컴의 재조명을 받기도 했다.

흰색의 원통형 등탑 아래 거북선 형상의 기초부가 있어 거북선등대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높이는 13m에 이르지만 등탑의 덩치가 등대에 비해 작다. 통영에서 남동쪽으로 6.8km 떨어져 있는 바다 속 암초 위에 설치돼 있어 통영~한산도 제승당을 오가는 여객선 위에서 제대로 볼 수 있다. 뭍에서는 제승당 성루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정도다. 해안지형과 해류, 암초를 전략적으로 이용한 이순신 장군의 지략에 바치는 트로피 같은 등대다.

 

 


드라마를 빛낸 대방진굴항 등대

삼천포유람선터미널 인근 대방진굴항 선착장에는 드라마로 이름을 알린 한 쌍의 등대가 있다. 2007년 방송된 드라마 환상의 커플속 주인공 이름을 따서 장철수등대로 불리며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를 모은 대방항서방파제등대와 동방파제등대다.

창선·삼천포대교를 배경으로 예쁜 풍경을 완성하는 등대는 선착장 깊숙이 들어앉은 대방진굴항의 둑 벤치가 감상의 적지다. 대방진굴항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져 임진왜란 때는 이순신 장군이 수군기지로 이용했다는 인공항구. 바깥 바다에서는 보이지 않는 굴항은 인공연못처럼 고요하게 바닷물을 품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서있는 굴항 둑에는 연인들을 위한 벤치가 여럿 있다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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