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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

[행복한 여행]살고 싶은 섬 ‘두미도’,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

 

 

통영 욕지면 두미도. 2020년 경남도가 살고 싶은 섬가꾸기 사업지로 선정한 곳이다. 하루에 들어가는 배 한 편, 나오는 배 한 편인 외진 섬이다. 그 섬에 살고 싶은 이유가 궁금하다. 궁금하면 떠난다. 가자, 두미도로!

 

뱃길 멀어 청정 섬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뱃길로 2시간. 두미도 선착장 2곳 중 하나인 두미북구에 닿았다. 대개 1시간 30분이라는 뱃길이 4·9일 삼천포장날이면 2시간으로 늘어난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 셈이다. 노대도의 탄항·하노대도·상리·산등, 두미남구선착장을 거쳐 도착했다. 완행 중의 완행여객선이다.

그나마 뱃길은 하루 두 번 열린다. 말이 두 번이지 들고 나는 것은 각각 한 번씩이다. 오전 7시 들어가고, 오후 420분 나온다. 노대도와 두미도행 여객선 바다누리는 명색이 카페리지만 승용차 기준 6대가 만선이다. 출발시각은 정해져 있어도 장날과 여름 성수기에는 불어난 손님에 따라 배시간도 늘어진다. 칼같이 출발·도착시간을 맞추는 교통문화(?)에 익숙한 도시인들은 기가 찬다. 하지만 어쩌나? 두미도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은 그것뿐인 걸. 역설적이게도 나쁜 접근성이라는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했다. 청정 섬 두 미도!

동물머리에 꼬리가 붙은 형상이라는 두미도(頭尾島)5.03면적에 해안 길이 11의 작은 섬이다. 섬 가장자리는 북쪽과 동쪽의 북구마을과 남구마을을 제외하고 깎아지른 해식애가 삥 둘러쳐져 있다. 거친 해안 탓에 선박 접근도 어렵다. 바다누리호가 카페리답지 않게 자동차를 가득 싣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아름답지만 낙도 분위기가 물씬 난다.

 

고향 섬 지키는 사람들

섬에는 약 80가구에 90여 명이 산다. 사람이 적다 보니 주민 사이 돈독함은 유별나다. 옛정이 좋아 육지로 나갔던 사람들이 돌아오는 경우가 늘고 있단다.

북구마을 고상훈(60) 이장과 섬마을에서는 귀한 청년 최석철(38) 씨가 차 없이 입도한 취재진의 안내를 맡았다. “뱃길이 멀다는 취재진의 말에 먼 길 오셨다고 답한 고 이장은 그래도 예전에 비해 세월 좋아졌다고 한다. “어선 타고 욕지도, 삼천포까지 볼일 보러 다녔어요. 임도가 닦이기 전에는 차도 소용없었지. 지게 지고 한나절씩 걸어 다니는 게 다반사였어요.”

고 이장은 마을 방파제 앞을 지나며 몽돌해변이 줄어든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한다. “놀기 좋았는데. 태풍이 오면 몽돌이 마을 위로 날아다녔어요. 방파제가 필요해서 만들긴 했는데, 길게 내다보지 못하고 몽돌해변을 반으로 뚝 잘라 버렸어요. 요즘 같으면 이렇게 하진 않았을 텐데.”

고 이장의 말투에서 섬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두미도가 고향인 고 이장은 인구 1000명에 초등학교가 2곳이나 있던 옛날 얘기를 입에 달고 살 만큼 사람으로 복작대던 옛 시절이 그립다. 100명이 채 못 되는 주민 중 태반이 두미도 태생이다. 최석철 씨도 두미도가 고향. 부산에서 학교 마치고 귀촌한 경우다.

 


 

쓰레기에서 출발한 미래계획

섬사람은 줄어들었는데, 낚시와 트레킹으로 소문이 나서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와요. 주말이면 섬 여기저기 외지인들로 시끌시끌하지. 그런데 사람이 들어오니 좋기만 한 게 아니더라고.” 사람이 많이 드나들면 좋겠다고 하던 고 이장이 쓴소리 한마디를 툭 뱉는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나면 섬이 쓰레기 천지예요. 참내. 어떤 때는 쓰레기를 주워들고 통영항으로 나가는 배를 쫓아가서 던져주고 싶다니까.”

알고 보니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이번 공모에 나서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고 이장은 이왕 쓰레기를 치울 바에야 아예 문을 활짝 열어 섬 발전도 함께 일구자고 마음먹었다. 주민들도 한마음으로 찬성의 뜻을 비쳤다. 섬 가꾸기 사업을 통해 마을을 단장하고 나면 어부체험, 갯벌체험, 낚시, 섬 밥상 등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고 싶은 것이 차고 넘친다.

 

매력적인 섬 트레킹

고 이장이 정비해서 관광 상품화하고 싶다고 소개한 것은 임도 트레킹. 해발 약 100m 높이인 북구마을을 출발해 설풍, 덕리, 순천, 대판, 청석을 거쳐 남구마을로 도는 구간이다. 마주 보이는 남해군 미조와 사량도 등 섬을 조망하는 재미가 쏠쏠한 길이다. 운전을 하던 최석철 씨가 트레킹을 위한 도움말을 준다.

높은 북구마을에서 출발하면 걷기가 편해요. 내리막길이 이어지거든요. 동백숲과 바다를 끼고 도는데 전망이 끝내줍니다.” 북구선착장에 내려 3시간 30분을 걸은 후 남구선착장에 도착, 통영항으로 나가는 배를 타면 된다는 것이다.

두미도 선착장은 마을이 있는 북구와 남구 2. 만약 좀 더 난도 있는 산악트레킹을 하려면 거꾸로 남구선착장에 내려서 천왕봉(467m) 등산을 하면 된다. 천왕봉은 섬 한가운데라 봉을 가운데 두고 오르내리는 능선을 걷게 된다. 임도보다 힘들긴 하지만 섬 산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양방향 바다풍경을 즐길 수 있다. 쉬엄쉬엄 간식 먹어가며 하루코스로 딱이다.

 

인심 좋은 두미도밥상에 감동

두미도에는 제대로 된 상점이나 식당이 없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7~8곳의 민박이 대부분 해결해준다. 육지에서 가져온 먹거리를 조리해 먹기도 하지만, 민박집의 가정식 한 상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인심 좋은 두미도는 있는 것 없는 것 다 차려낸다. 같은 조리법을 거쳐 차려진 밥상인데도 섬 집밥은 다르다. 싱싱한 바닷고기의 찰진 회 맛과 섬사람 특유의 감칠맛 나는 양념 조제법이 비결이다. 깐깐하게 음식값, 방값을 따지지도 않는다. 그저 두미도를 찾아준 손님이 반갑기만 하다.

남구마을이 고향인 강순엽(55) 씨는 4년 전 귀촌해 민박집을 열었다. 갑갑하지 않느냐는 육지 친구들의 질문에 너무 재미있다고 대답한다는 강 씨는 이번 살고 싶은 섬선정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섬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지지하고 있다. 두미도의 아름다운 경치와 싱싱한 먹거리를 자랑하고 싶다. 두미도 방문 손님은 그냥 보내지 않을 작정이다며 환하게 웃는다. 강 씨가 취재진 앞에 차려낸 밥상은 평범한 가정식. 하지만 어느 것 하나 평범한 맛은 없었다.

 

 

 

경남도 살고 싶은 섬가꾸기 사업

도는 해마다 2개 섬을 선정하는 살고 싶은 섬가꾸기 사업을 올해 첫 공모했다. 주민 주도형으로 필요한 마을사업을 지원해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소득, 주민취업을 목표로 한 그린뉴딜형 사업이다. 더불어 생태 여행지로 조성, 지자체의 명소로 키우는 섬 재생사업이기도 하다. 첫해인 올해 경쟁은 치열했다. 도내 유인 섬 77곳 중 23곳이 신청해 12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 중 통영 두미도와 남해 조도·호도(본지 20178월호 참조)가 주민들의 열정과 화합으로 당당히 대상 사업지가 됐다.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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