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메뉴 바로가기 본문기사 바로가기

음~ 이맛!

[음~ 이맛!]백년가게 맛집을 찾아서 2

진주 하동집 · 통영 호동식당


백년가게는
30년 이상의 역사와 전문성이 있는 점포로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선정한다.

전통을 지키면서 백년 이상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도 한다. 지난달에 이어 2곳의 백년가게 맛집을 소개한다.

복국이 대표 메뉴인 진주 하동집과 통영 호동식당이다.

 

진주 하동집 

  

64년 역사 2대째 똑같은 상차림

하동집이란 상호 때문에 진주라는 지명을 앞에 꼭 붙여 써야 되는 식당이다. 1대 사장인 변순악 씨의 고향이 하동 북천이어서 하동댁이라고 부르던 택호가 식당이름이 됐다. 복국이라는 음식을 강조하느라 하동복집이라고도 부른다.

하동집은 진주시 전통시장인 중앙시장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공용주차장에 주차하고 복잡한 시장골목을 헤집으며 찾아가야 한다. 초행인 사람에게는 난감한 시장통 밥집인데,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복집이든, 양품가게든 시장점포 어디에 물어도 단박에 알아낼 수 있다. 64년 역사를 가진 전통 맛집이라 가능한 일이다.

2대 사장인 주현숙(68) 씨는 1대 사장님의 딸. 20년 전 어머니의 골절 사고 때문에 가게를 물려받았다. “어머니가 다쳐서 식당을 못 꾸리실 정도가 됐는데, 이대로 문을 닫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대형 요양병원 간호과장으로 재직 중이던 주 씨는 쉬는 날도 없이 새벽부터 장사에 매여 있는 어머니를 봐왔던지라 이어받을 마음이 전혀 없었단다. 그런데 두 달여 어머니 없이 고전하는 식당을 보고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복 음식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어머니가 복집을 차릴 수 있었던 건 일제강점기 탄광노동자로 강제징용됐던 아버지 덕분이었어요. 아버지한테서 배우신거지. 고생하신 부모님 생각이 나서 그냥 못 있겠더라고요.”

 

복국과 복비빔밥, 그리고 아귀수육

의욕이 있다고 대물림이 그냥 되지는 않았다. 그간 식당일을 거들지 않았던 탓에 1대 손맛을 제대로 내지 못해 애를 먹었단다. “우리 식당 손님 80%가 단골인데요. 그분들이 음식을 가르칩디다. 엄마 음식 맛은 이게 아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5년 걸렸어요.”

맛 타박을 하던 그때 단골들은 아들딸은 물론이고 손주까지 데리고 여전히 찾아온다. 주 씨는 그런 손님들 때문에 어머니 손맛과 차림새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복국과 아귀수육 등 대표 메뉴 외 밑반찬까지 어머니가 하던 대로 조리하고 차려낸다. 덕분에 어머니대부터 쓰던 오래된 복국 양은냄비는 하동집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어머니와 다르게 내는 게 있다면 김 가루 대접입니다. 복국이 남자들 해장음식이다 보니, 동행한 여자 손님들이 썩 좋아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비빔밥을 생각했어요.” 주 씨가 아이디어를 낸 복비빔밥은 김 가루 대접에 공기밥을 넣고 복국 콩나물과 미나리, 밑반찬으로 나온 나물을 섞어 비비는 것을 말한다. 이제는 복국을 국물 삼아 비빔밥을 먹으러 오는 손님도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따로 비빔밥값을 받는 건 아니다.

하동집만의 비법을 들라면 복국소스 정도라고 주 씨는 말한다. 생무즙에 식초와 고운 고춧가루를 섞어 만든 소스다. 식초에 무즙이 들어가니 달고 시원한 맛이 풍성해진다. 애주가들이 좋아하는 메뉴는 아귀수육. 아귀육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귀 간을 듬뿍 올려 내는 옛날식 아귀수육이다. 담백하지만 지방성분이 많은 탓에 한 숟갈 툭 잘라 먹고 나면 저절로 술 생각이 나게 만든다. 삶아내 바로 먹어야 맛있다고 썰지 않고 김을 풀풀 날리며 상에 오른다.

하동집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한다. ·추석 당일과 이튿날 쉰다. 명절 전날은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다. 외지에 나가 있다가 명절 쇠러 온 사람들이 복국 한 그릇 먹겠다고 북새통을 이루기 때문이다. 하동집으로서는 연중 가장 바쁜 날이다






 


 

 


진주시 대안동 중앙시장 398호 

055)741-1410 

 

 

 


통영
호동식당


한자리서 반백년 세월 묵은 식당

통영항 서호시장 맞은편 도로가에 있는 호동식당은 그 자리에서 49년째를 맞았다. 전옥선 씨가 1970년 개업한 식당에 1983년 아들인 추양호(66) 씨와 그의 아내 김부자(67) 씨가 합류하면서 대물림 하는전통 맛집의 틀을 갖췄다. “식당이름에 있는 호동이는 누구냐?”는 싱거운 질문에 추 사장이 진지하게 답한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다 좋으라고 어머니가 호동으로 지었어요.”

복 음식점 대부분이 덩치 큰 밀복을 많이 쓰는데 비해 호동식당은 어린애 손바닥만 한 졸복을 주재료로 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추 씨는 별 이유가 없단다. “어항(漁港)과 시장이 바로 옆에 있어 선어(鮮魚)를 쉽게 구하지요. 덕분에 늘 싱싱한 복어로 탕을 끓입니다. 물론 선어를 못 구할 때도 있으니, 냉동복어를 쓸 때도 있고요.” 선어를 쓸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니 많이 잡히는 졸복을 쓰게 됐다는 얘기다.

 

 

 

졸복탕 깊은 맛의 비법은 통영

일단 복국을 먹어보고 얘기하라는 추 사장 독촉에 복국 한 뚝배기를 받았다. 다른 복국집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양새. 콩나물과 미나리 외에는 부재료를 일절 쓰지 않는다. 그런데 멀겋게 보이던 국물은 보기와는 달리 깊은 맛을 낸다. 미심쩍어 하는 취재진에 조미료 쓴 거 아니다고 추 씨는 손사래를 친다. “단체 관광객과 외지 손님이 많은데요. 다들 맛이 좀 다르답니다. 그냥 통영 맛이지요. 통영 맛.”

가장 잘 나가는 메뉴는 복국과 복매운탕. 두 메뉴 모두 뜨겁게 먹어야 맛있다고 뚝배기 차림이다. 작은 졸복을 쓰니 복어가 마리째 들었다. 말간 복국과 달리 얼큰한 복매운탕에서는 매운 내가 살푼 올라온다. 식성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특이한 것은 복국에 치는 양념장이 따로 나온다는 것. 역시 식초소스거니 했는데 아니다. 말 그대로 양념장이다. 국간장에 간 마늘, 고춧가루, 다진 대파, 참기름, 깨소금을 섞었다. 전통 한식상에 오르는 기름장이다. 옛날 사람들이 맛을 더하는데 많이 쓰던 양념장을 복국에도 그대로 썼다. 1대 어머니의 복국 양념이란다. 옛날식 양념장인데 식초 없이도 복국에 가미가 된다는 것이 오히려 새롭다.

호동식당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영업한다. 단체손님이 많아 시간 외 영업할 때도 있다. 휴무일은 매월 둘째·넷째 월요일이다.

 

 

 

 

 

 

 

 

 

 

 

 

 

 

 

통영시 새터길 49 

 

055) 645-3138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방문자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