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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하늘 위 국가대표 김현희 패러글라이더!

화려한 비상을 꿈꾸다

 



사람이 하늘을 나는 꿈은 아주 옛날부터 시작됐다. 나이트 형제가 단행한 그 꿈은 한국의 한 선수에게도 날아왔다.

몽골 고비사막을 패러글라이딩으로 횡단하고, 2018 네팔 패러글라이딩 월드컵 정밀착륙대회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건 패러글라이딩 국가대표 김현희(41) 선수를 만났다.

 

운명처럼 다가온 패러글라이딩

이른 봄, 아직 찬바람이 부는 합천 대암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정상에서 글라이더를 넓게 펼치며 출발하는 김 선수의 표정에서 긴장감보다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경쾌하게 펼쳐지는 날갯소리와 함께 해발 591m 대암산 능선을 가르며 비상한다.

“하늘을 날면 세상이 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발아래 산, 자동차, 그리고 집이 아주 작게 보이죠. 그럼 지상에서 크게 느껴졌던 고민들도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계속 타는 것 같아요.”

김 선수는 20대 후반에 패러글라이딩을 시작했다. 뒤늦게 운동을 시작한 계기가 있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바이올린을 전공했던 그는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똑같은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던 어느 날, “부모님과 함께 간 카페에서 우연히 하늘 높게 나는 패러글라이딩을 봤어요. 그 순간 이거다 싶었죠.” 그렇게 운명처럼 다가온 패러글라이딩. 김 선수는 그 길로 강원도 평창에 있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향했다.

“지상에서 발이 뜰 때 너무 무서워 이륙장이 떠나갈 것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요. 하지만 한 번 타보니 짜릿한 기분과 함께 ‘이 길이 내 길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진주스포츠클럽 지원받고 더 높이 비상

패러글라이딩은 낙하산(패러)과 행글라이딩(글라이딩)의 특징을 조합해 만든 항공 스포츠이다. 종목은 2가지, 40~60km의 장거리 코스를 신속 정확하게 통과하는 ‘크로스컨트리’와 정해진 구역에 얼마나 정확하게 착지하는지 측정하는 ‘정밀착륙’. 김 선수는 패러글라이딩에 입문한지 6년 만에 처음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다름 아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리그 여성부 종합 2위를 차지하며 첫 국가대표가 됐다. 이어 한국 챔피언전 여자부 3위를 달성했다.

“나름 긴 연습시간을 거쳐 대회에 출전했어요. 처음부터 전문 선수로 전향할 생각은 없었어요. 바이올린 강사와 겸업을 하다가 2012년 백두대간 종주 비행을 시작하면서 온전히 정착했죠.”

이어 세계 패러글라이딩 대회 가운데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 오픈 글라스 1급 대회인 2018 네팔 패러글라이딩 월드컵 정밀착륙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대회를 홀로 출전할 때도 있었어요. 시차 적응이 힘들고 경비도 부족해 35kg의 장비를 짊어지고 걸어 다녔죠. 무엇보다 혹시나 사고가 나면 나를 케어해 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으로 대회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어요. 이번 네팔 월드컵 정밀착륙대회에서는 한국선수들도 많이 출전하고 네팔도 여러 번 왔던 곳이라 마음이 편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온전히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죠.”

무엇보다 작년부터 그가 소속된 진주스포츠클럽이 대한체육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 재정적인 도움도 컸다. “비인기 종목이라 지원은 생각도 못했어요. 진주스포츠클럽의 지원으로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날이 더 많아져 감사하다”며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다

합천 패러글라이딩 파크에서 김 선수는 인기 강사로 통한다. 동승 비행을 원하는 체험객에게는 든든한 국가대표 안내자이다. 하늘을 날지만 몸은 낮추는 유쾌한 겸손함도 잃지 않는다. “평소 진주스포츠클럽 회원들과 훈련을 많이 해요. 누가 더 잘하는지 내기도 하면서 말이죠”라며 나름 재미있는 훈련법을 소개한다.

“물론 정밀착륙 훈련은 정말 집중해서 해야 해요. 반경 0.5cm 표적을 발로 찍어 착륙해야 하니 초집중 모드랍니다.”

평일은 훈련으로, 주말은 체험비행 강사로 지내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힘들어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히라키 게이코라는 일본 선수(56)를 보면서 저도 50대까지는 선수로 뛰고 싶어요”라며 각오를 다진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취약 종목인 크로스컨트리, 즉 장거리 세계선수권대회와 월드컵 대회에서의 우승을 새 목표로 잡았다.

“장거리 비행도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유럽에서 개최되는 경우가 많아 시차 적응의 어려움과 필드경기의 경험 부족으로 막막할 때가 많아요. 물론 그래서 더 하고 싶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 끝에 주어지는 성취감이 좋단다. 김 선수는 오늘도 활공장 정상에서 날아오른다. 매번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쉼 없이 도전하는 김현희 선수, 하늘 위의 국가대표 그의 꿈을 응원한다. 

 


 

 

배해귀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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