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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마약학 박사 1호 전경수

1회 투약이 중독의 시작


박유천, 황하나, 방송인 로버트 할리로 이어지는 마약파동이 심상치 않다. 마약은 첫발부터 늪이다. 중독은 필연적이다. 그래서 염색과 제모, 뒷거래 등 온갖 편법을 동원해 단속을 피하려 한다. 박유천도 그랬다. 그런데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박 씨의 온몸에서 60여 개의 털을 뽑아 기어코 마약성분을 찾아냈다. 이런 마약과의 전쟁도 원조가 있다. 국내 마약학 박사 1, 한국사이버마약감시단장, 한국마약범죄학회장, 마약범죄 의료 교정론의 선구자로 불리는 인물이 있다. 밀양 출신 전경수(67) 박사가 주인공이다.

몇 달 전 그가 경남공감 앞으로 편지를 보내왔다. 국회에서 마약류 등의 중독증 제거 및 재발방지를 위한 평생교육지원에 관한 법률안공청회를 연다는 내용이었다. 편지 속에는 나 이런 사람이요라는 내용도 있었다. 두고 보자며 미루는 동안 한국사회는 버닝썬 사태를 시작으로 마약오염국의 민낯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안함이 몰려왔다. 서둘러 연락을 했다. 43년에 걸친 그의 마약투쟁을 그저 자랑질정도로 낮춰본 경솔함에 대한 반성이기도 했다. 그 사이 전 박사는 마약중독 확산방지 홍보예술단을 창단했다. 마약범죄를 몰아낸다는 그의 일념은 여전히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투사로 만들었을까?

 

경찰 입문 마약수사체계 정립

1953, 그는 밀양시 단장면에서 태어났다. 이름난 항일투사들을 배출한 곳이다. 직장을 찾던 20대 평범한 청년이던 그에게 뜻하지 않는 일이 생겼다. 가까운 지인이 마약에 중독됐다. 1970년대 부산경남에 막 상륙한 필로폰의 해악을 눈으로 본 충격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는 곧바로 경찰에 입문했다. 1976년 순경으로 시작한 뒤 마약 관련 부서를 고집했다. 밀양경찰서와 부산경찰청, 중앙경찰학교와 경찰청 형사국 마약수사관(경감)으로 퇴직할 때까지 23년간 모두 마약범죄와 씨름했다. 중앙경찰학교의 마약수사교관도 그가 처음이었다. 잘나가던 45살에 경찰을 그만둔 것도 필로폰 등의 폐해와 싸우려면 경찰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마약범죄학회 창립 마약중독자 사회복귀 교육

공직을 벗어던진 그는 곧바로 연구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현직시절 국내 마약범죄학의 기초를 놓았던 경험을 살려 대체의료교정주의 교정이론으로 마약학 박사 1호가 됐다. 2003년에는 현직 경찰관 7명이 동시에 석사학위를 받는 데 산파역할을 했다.

마약범죄자를 단순 감금하는 것보다 수감시설의 환경을 바꿔 교정하는 이른바 의료교정론도 이때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국마약범죄학회를 창립하고 마약범죄수사론과 마약범죄학 시리즈 5권을 발간했다. 지난 2010년부터 한국사이버마약감시단장으로 일하고 있다.

도박을 끊는 단도박회처럼 비공개로 찾아오는 마약중독자들도 늘고 있다. 경기도 가평중앙교육원에서는 재발·재범·재중독 방지 프로그램을 통해 마약 피해자의 사회복귀를 돕는 자비량봉사를 10년째 이어가고 있다.


 

마약중독 예방이 최선

시원한 술, 크리스털, 아이스작대기 등 필로폰은 다양한 은어로 SNS를 오염시키는 요즈음, 그는 주저 없이 필로폰을 빙독(氷毒)이라 부른다. 지난 427일 대구에서 가진 마약중독 확산방지 홍보예술단 창단식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필로폰은 화공물질로 제조되기 때문에 정맥을 타고 들어가 뇌와 간을 손상시킨다. 1회 투약이 곧 중독의 시작이다. 치료보다 예방이 최선이다.”

유엔 범죄마약국(ODC)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이 20명을 넘지 않으면 마약청정국으로 지정한다. 지난해 검거된 국내 마약사범은 12613. 대한민국은 4년째 마약청정국 기준선 1만 명을 넘었다. 국내 마약중독자는 20만 명~40만 명으로 추정된다. 마약오염국에서 마약청정국으로 올라서려는 앞자리에 밀양 사람 그가 있다.

·사진 최석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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