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메뉴 바로가기 본문기사 바로가기

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아이 크는 만큼 어른도 성장”

거제 똥강아지공동육아어린이집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가 자라는 데는 물질적인 양육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뒷받침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부모 품을 떠나 처음 타인에게 맡겨지는 보육시설은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첫 터전이기도 하다. 거제 똥강아지공동육아어린이집(대표 장명식)은 이웃과 함께 아이를 키우고자 부모들이 설립한 경남 유일의 공동육아어린이집이다.

 

15가정 조합원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거제시 수월동 전원주택가에 있는 똥강아지공동육아어린이집(이하 똥강아지)은 겉으로 봐선 여느 어린이집과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동네 뒷산과 어린이집 앞으로 흐르는 하천 때문에 도심에 있는 어린이집보다 주변 환경이 좋다는 정도다.

어린이집 현관에 들어서자 한창 교구를 만들고 있던 서너 명의 여성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당연히 교사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란다. 모두 아이 엄마들. 아이들이 낮잠 자는 시간에 맞춰 교구 작업을 거든단다. 공동육아를 목표로 하는 똥강아지의 특성이다. 부모들은 장보기, 급식, 자연학습장 관리, 주말 청소와 빨래까지 돌아가며 맡는다. 월 평균 이틀 정도를 어린이집에 투자한다.

201611월 설립, 2017년부터 원생을 받기 시작한 똥강아지는 현재 15개 가정의 유아 15명이 원생이다. ‘15’는 부모조합원들이 출자해 설립된 이 어린이집의 조합원 수이기도 하다. 모두 출자금을 내고 매월 조합비를 부담하면서 운영에 참가한다. 아이를 맡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육에 직접 참여하고, 아이의 친구와 그 부모까지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공동육아 방식을 고수한다.

 

교사도 조합원, 모든 결정에 참여

15명이 다니는 똥강아지에는 현재 3개 반이 있다. 3~4세반, 5세반, 6~7세반. ‘20개월 이상의 잘 걷는 아이를 대상으로 운영하므로 젖먹이 영아반은 없다. 원장님 이하 3명의 담임교사와 2명의 보조교사가 아이들을 돌본다. 교사 대 아동 비율은 1:5. 일반 어린이집 평균(교사 1명당 만 25, 315)에 비해 1명의 교사가 맡는 아동의 수는 훨씬 적다. 아이의 보육 환경과 교사의 근무여건이 윈-윈 하는 상황이다.

거기다 똥강아지의 교사들은 부모조합과 고용관계인 것만은 아니다. 얼마간의 조합비를 내고, 조합원으로서 권리도 가진다. 2회 열리는 조합 총회와 월 1회 열리는 이사회 등 모든 운영회의에 참석해 교사의 입장을 밝히고 의견을 낸다.


신뢰로 함께 키우는 우리 아이들

설립 이후 계속 근무하고 있는 김정선(49) 원장은 일방적인 지시를 받는 입장이 아니어서 속 시원하게 보육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다. 조합원들은 부모이자 운영자 입장이어서 갈등할 때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 교사들이 바람직한 의견을 낼 수 있다. 재정적인 부분이 모두 공개되므로 부모와 교사 사이 신뢰는 기본이다. 오롯이 아이들 보육에만 신경 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설립 초기 재정업무를 맡았다가 얼결에 대표가 됐다는 장명식(38) 대표는 아이를 어린이집 보낼 시기가 되면서 이상적으로 생각한 것을 실천에 옮겼다. 설립 초기 9개 가정이 조합원이었는데, 조금씩 늘고 있다조합원들과 함께 아이 키우는 과정을 공유하고, 경험을 나눈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많다. 선생님들에 대한 믿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장점이다. 아이를 키우며 나도 함께 성장하는 것 같다며 활짝 웃는다.

똥강아지공동육아어린이집 055)634-1704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방문자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