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메뉴 바로가기 본문기사 바로가기

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탈북의사 조수아의 육아법

 


 

양산시 물금읍에는 조금 특별한 의사가 있다. 2006년에 탈북해 이제 만나러 갑니다’ TV프로그램을 통해 탈북 사연과 북한의 의료 실태를 눈물로 호소했던 조수아(41) 의사가 바로 그 주인공. 지금은 양산시에서 산모들에게 배꼽 잡는 웃음 태교와 육아법 전수자로 유명하다. 그가 알려주는 육아법을 소개한다.

 

북에서는 외과의사, 남에서는 육아법 전수자

한국의 젊은 사람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젊은 예비엄마·아빠들을 모시고 꼭 알아야 할 육아법에 대해 알려주죠.”

북쪽 억양이 조금 섞였지만 고운 목소리로 여유롭게 대화를 이어가는 조수아 씨는 남쪽 생활에 완전히 적응한 것처럼 보였다.

북한에서는 잘 살았어요. 아버지가 고위 간부라 상위 1%에 들 정도로 잘 먹고 잘 살았죠. 부모님 덕분에 의과대학도 졸업하고 군에서 장교 생활도 했어요. 한창 혈기가 왕성한 대학시절 때, 중국을 다녀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에 탈북했다가 중국에서 6개월 있었어요. 이후 중국 공안에 자수해 북한 정치수용소에 수용되어 정말 죽을 만큼 맞았고 자살 기도까지 했었죠라며 자신의 거친 과거를 거침없이 말했다.

조 씨는 오빠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다시 북한을 탈출해 200611월에 한국에 입국했다. 하지만 한국 생활은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자유가 주어지자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시간도 많았다. 그러나 이내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정말 하고 싶은 것도 의사라는 것을 깨닫고 연세대 간호학과와 통일선교대학 대학원을 졸업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원 가정의학과에 입학했다.

북한에서는 러시아어로 의학을 공부했는데, 한국에서 영어로 된 의학용어는 무척 생소했다. 그는 의학전문용어를 배우기 위해 ABC부터 새로 공부했다. 그리고 2010년 한국남자와 결혼해 첫아들 민권이를 낳고, 출산 나흘 만에 수업에 다시 나갈 만큼 열성적이기도 했다. 그만큼 간절했고 열심히 살았다. 꾸준한 장애인 봉사로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렇게 바쁜 날들을 보낸 후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딸 수 있었다. 그리고 2년 전 양산으로 내려와 육아법을 전수하는 의사가 됐다.

 

양산에 내려오게 된 이유

그가 양산에 내려오게 된 것도 운명적이다. 우연히 부산의 종합병원급 병원장으로 스카우트되어 내려왔다가 병원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었다.

그때 서울대 동기가 출산을 했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 친구가 양산에 있다고 한 번 오라고 하더라고요. 처음 가본 양산은 서울, 부산과는 너무 달랐어요. 물금읍은 정말 허허벌판이었어요. 무엇보다 친구가 있던 산후조리원은 아쉬움이 정말 컸어요. 그래서 산모들이 정말 편히 쉴 수 있고, 신생아의 육아법을 제대로 알려주는 산후조리원을 생각했어요.”

양산에 젊은 부부들이 몰리고 대한민국의 출산율에 대한 걱정도 양산과 산후조리원을 선택하게 된 동기로 작용했다. 그렇게 20176월에 시작한 산후조리원은 이미 400여 명의 산모들이 이용했다.

 

자연분만이 좋아요

지난 2년여 동안 산후조리원을 운영하면서 조 원장은 육아에 관한 잘못된 상식, 특히 인터넷을 너무 맹신하는 산모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예비 산모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알기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다. 그중 자연분만을 가장 강조한다.

무섭다고 제왕절개를 원하는 산모들이 꽤 있어요. 물론 전치태반이나 근종 등 자연분만 시 산모가 위험하다면 제왕절개가 맞아요. 그러나 제왕절개는 정말 피를 많이 흘려요. 자연분만이 딱 한 사발 정도라면 제왕절개는 수혈하는 피가 10팩 정도며, 수액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가요. 그 과정에서 몸의 균형이 깨지고, 1000명 중 20~30명은 전신마취 부작용으로 다리 감각을 잃은 사람을 봐 왔어요라며 자연분만이 산모에게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제왕절개를 할 만큼 위험한 상황이라면 대학병원에서 수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신생아의 경우 열을 많이 발산하기에 평균 습도 40~60%, 온도 27~28로 맞춰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방 온도에 따라 아이가 감기에 걸리거나 탈수가 올 수 있으니 온도와 습도를 잘 맞춰줄 것을 주문했다. 보호자는 손만 잘 씻어도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열고열을 구분하세요

당황하기 쉬운 초보 엄마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아이가 아프다고 무조건 병원부터 찾지 말고 고열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요. 37.5에서 38.5까지는 미열이며 39이상이면 고열이에요. 엄마들이 미열만 있어도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아요라며 기준을 알려줬다.

만약 아이를 떨어뜨렸다면? 대천문이 볼록 올라왔는지 확인하고, 체온이 고열이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아이가 계속해서 설사를 한다면? 10번 이상의 설사와 아이가 축 처져 고열이 난다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남한에서는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일도 병원을 찾는 일이 많고, 무엇보다 응급실을 찾은 아이가 괜찮다는 설명을 듣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더라도 그 아이는 이미 수많은 병균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더 좋지 않을 수 있어요라며 강조했다.

이렇듯 다양한 육아 정보를 알려주는 조 의사의 꿈은 대한민국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는 것이라며 웃으며 말한다. 사랑스런 아내와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육아법을 전수하는 의사로 쉼 없이 달려온 조수아 씨. 그는 미래를 꿈꾸는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배해귀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방문자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