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호에 이어) 2016년 10월 27일, 새벽 2시 32분 지리산 중산리탐방안내소를 출발했다. 이날은 천왕봉 괴짜 산행가 김요섭(63) 씨가 ‘하루 4회 등정’을 선언한 날이다. 김 씨는 아예 5개월 전에 ‘당일치기 4회 도전’을 공약하며 소문을 냈다. 중도포기를 방지하려는 자구책이었다 한다. 그는 이날 장터목코스와 법계사코스로 2번씩 왕복했다. 천왕봉 첫 네 바퀴 도전은 12시간 이내에 무사히 마쳤다. 이날 산행을 지켜본 탐방안내소 직원 문봉석 씨는 “5, 6바퀴도 가능하겠네요”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는 인생 60, 이순(耳順)을 이렇게 새로운 천왕봉의 기록으로 자축했다.
2019년 5월 11일 그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구상했다.
성삼재에서 천왕봉 사이 종주코스를 하루에 왕복하기로 했다. 새벽 2시 20분 성삼재를 출발해서 천왕봉에는 아침 8시 40분에 도착했고 다시 성삼재로 돌아갔을 때는 오후 5시였다. 지리산 산길 56.8km를 시간당 4.7km의 걸음걸이로 이동했다. ‘뛰는 산행’이기에 가능했다. 사실 그의 괴짜 산행을 두고 ‘부러움’과 ‘우려’가 교차한다. 광복절 트리플 등정 성공 이후에도 천왕봉 등산은 이어지고 있다. 2017년에는 273회를 기록했다. 주말을 뺀다면 매일 천왕봉에 오른 셈이다.
천왕봉 산행 2014. 5~2019. 9. 15
“멸치, 고추장이 비결” 종합검진 결과 이상 무
그래서 그의 건강비결에 관심이 모아진다.
“주로 무슨 음식을 드십니까?”
“고추장과 멸치를 항상 먹죠. 물린다 싶으면 멸치 먹고 고추장을 먹습니다.”
그의 재치 있는 답변에도 ‘설마’라는 의심은 해소되지 않았다. 지인이 보내준 멧돼지 뼈를 가루로 만들어 먹는다는 얘기를 슬쩍 흘리기도 했다. 우려의 시선을 대변하면서 ‘관절에는 이상이 없는지’를 물었다. “별 다른 이상이 없으니까 아직 산을 다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래도 종합건강검진을 받아보시라 했더니 9월 초 실시한 검사결과를 보내왔다.
“체지방, 당뇨, 혈압, 위, 간, 관절… 정상, 특이 소견 없음”
혹한에도 반바지 차림 산행
교회 관리인과 쌀가게 운영 등으로 뛰듯이 살아가는 그에게 한 가지 소망이 있다. “천왕봉 정상에 마음 편히 누워 그 맑은 공기를 실컷 마시고 내려오는 것”이라 한다. “쌀 배달이 밀렸다는 전화를 받고 산행 중에 내려온 기억은 두고두고 아쉽다” 했다.
그는 하루에 한 번 천왕봉을 오를 때는 모래주머니를 찬다. 무거운 것은 한 쪽에 3kg짜리다. 한 번으로는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한겨울에도 그는 반바지 차림이다. 그의 종아리를 만지고 싶다는 등산객들의 반응은 너무 뜨겁다 한다.
“700여 차례 천왕봉에 올랐다”는 김삼용(72) 씨나 “30년이 걸려 천왕봉에 1000번 올랐다”는 이정숙(63) 씨도 그를 ‘김해 선수’라 부른다. 산에 가는 것을 ‘병원에 간다’고 말하는 ‘지리산 선수’에게 ‘당신의 괴짜 산행을 설명하라’는 요구는 너무 이기적이지 않을까?
그는 오늘도 지리산 천왕봉에서 자유와 치유를 만끽하고 있다.
글 최석철 편집장 사진 천왕봉 트리플 등정 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