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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특집】 아름다운 청년

햇볕이 찬란하던 가을날 오후, 그 가을빛을 닮은 청년들을 만났다.

따뜻한 눈빛만큼이나 그들의 얘기는 훈훈했고, 선율과 화폭은 평화로웠다. N포세대, 청년실업 등 기성세대가 지워준 짐을 힘껏 벗어던졌다. 청년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장애를 극복한 아름다운 청년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청년

경상필하모닉오케스트라

 

혜성처럼 나타난 신생 오케스트라

지난 91일 김해서부문화센터 하늬홀에서는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음악회가 열렸다. 700석 가까운 객석은 꽉 채워졌다. 림스크 코르사코프의 스페인 기상곡과 함께 막이 오른 공연은 기립박수로 막을 내렸다. 관객들도 수준 높은 공연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공연 수익금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계시는 나눔의 집에 기부했다.

그런데 그 뒷이야기가 더 놀랍다. 이날 공연은 이름 있는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아니었다. 연주자들은 모두 2030 청년단원들이다. 더욱 놀란 것은 단체연습실이 아닌 각자의 일터에서 따로 연습했고 리허설은 겨우 몇 차례가 전부였다. 창단공연 이후 두 번째 공연을 두고 예약사이트 관람후기에는 감동과 칭찬 일색이다.

지역 음악계에 훅 들어온 이들이 바로 경상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상필)이다.

 

설 자리가 없는 젊은 음악인들 우리끼리 해보자

경상필 손성준(27) 단장을 만나러 창원 진해문화센터를 찾았다. 그는 울산대학교에서 비올라를 전공했고 현재 진해문화센터에 상주하는 경남 페스티벌 앙상블단원이다. 오케스트라 단장이 다른 앙상블 단원이라니! 궁금증이 증폭됐다. 웨딩홀 코너에서 손재민(동아대 대학원·29) 경상필 바순 수석연주자와 함께 만났다. 먼저 경상필의 결성 동기를 물었다.

요즘 젊은 음악인들이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어요. 실력은 뛰어난데 연주자로 취업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죠. 생업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연주를 포기하는 친구들을 너무 많이 봤어요. 그게 안타까워서 아예 우리끼리 뭉쳐보자고 시작했죠.”

학창 시절부터 공연경험을 나누었던 친구들을 중심으로 단원을 모집했고 예상보다 더 큰 호응을 얻었다. 불과 두 달 만에 경남은 물론 부산, 울산, 대구의 젊은 음악인 70명이 뜻을 같이했다.

자신의 실력과 끼를 대중 앞에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서로 통했다. 그렇게 201810, 경상필을 꾸렸고 올해 114일 창단공연을 가졌다. 돈이 드는 일은 단원들의 발품으로 해결했다. 창단공연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뒀다.

 

대중에게 친근한 청년오케스트라가 될 것

오로지 대중 앞에 서고 싶은 열정으로 뭉친 탓에 기성 오케스트라와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모두 고정 사례비를 받는 정규직도 아니다. 생계는 각자가 책임지고 공연 때만 뭉치는 형식이다. 어디까지는 아직은 그렇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들의 창업정신은 창의적 아이디어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손재민 씨는 우리가 즐겁게 연주해야 관객도 감동한다고 생각해요라고 했다. 오케스트라 공연 외에도 시네마콘서트, 키즈콘서트, 오페라 및 갈라, 찾아가는 음악회 등 관객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공연을 자주 열 것이라고 했다.

일 년에 한 번 이상은 기부음악회를 열어 사회에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손 단장은 연습실을 마련하고 젊은 연주자들을 더 발굴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청년 음악인들이 현실의 벽에 주저앉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는 경남대표 청년오케스트라를 꿈꾸고 있다.

경상필하모닉오케스트라 3차 정기연주회는 오는 1217일 김해문화의전당에서 베토벤 합창교향곡을 송년선물로 들려줄 예정이다. 내년에는 미국 공연을 준비한다.

 

-김해에서 이러한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신생단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연주실력과 지자체 교향악단에서도 하기 힘든 레퍼토리다음 공연이 기다려진다.- sjs9***(예매자)

-사실 김해에서 한다고 해서 기대는 안 하고 갔지만 보고 나서 정말 감동받고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정말 돈이 아깝지 않네요.^^ - rnrydn2**(예매자)

 

이지언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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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발달장애 청년화가 정현욱

 



그림 그리기 위해서 살고
,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행복한 사람. 장애인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세상 밖으로 나온 정현욱은 스무 살 청년이다. 어눌한 말투와 행동이지만 마카와 붓을 잡으면 어느새 심오해진다. 정현욱 작가의 작품은 너무나 선명하고 밝아서 마치 동화 속에 들어간 듯한 마법을 부린다.

 

장애 극복을 위한 미술치료로 시작

어릴 적 열성 경련을 심하게 앓아 발달장애가 된 그는 2018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다섯 살 정도의 지적 수준. 유아기 때 공룡을 좋아해 공룡에 관한 책을 사주었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가 미술치료를 시작한 뒤 스스로 공룡을 그리기 시작했다.

스케치와 색감을 예사롭지 않게 생각한 어머니 이은하 씨는 아들이 중학생이 되던 해 미술학원에 보냈다. 장애가 있음에도 발달수준에 맞추어 지금껏 지도해 준 선생님 덕에 밀양시 삼문동 한 미술학원에서 매일매일 내일의 꿈을 그리고 있다.

 

미소 짓게 하는 그림으로 인기

정 작가는 고등학생 때인 201712밀양시립도서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따뜻한 미소를 자아내는 그의 그림이 소개되자 격려와 찬사가 쏟아졌다. 올해 5월 영화 밀양촬영홍보관인 카페 밀양에서 앙코르 개인전을 열 정도로 지역에서는 알아주는 인기 화가가 됐다.

현재 발달장애 청년작가들의 산실인 서울 아트림 작가로 활동하면서 정기적인 그룹전에 참여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이달 12~17일에는 밀양시립도서관 미리내갤러리에서 제3회 개인전을 가진다. 20202월 미국 LA 한인타운 Lee Lee 갤러리에서 개최되는 아트림 정기전도 준비하고 있다.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작가

정 작가의 올해 활동상은 굉장하다. 2019년 아트림 정기 전시회(4월 부천평생교육원, 7월 춘천KBS방송국, 9월 신중동역)를 이어가며, 7월에는 더 스페셜아트 윙스주관 아름다운 100인전’(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도 선정돼 참여했다. 8월에는 ‘Bridge the Gap-세계시민이 바라보는 인권’(부산 유엔평화기념관) 전시에도 출품했다. 10월에는 인사동 토포하우스갤러리에서 아트림 정회원전이 LA 전시를 앞두고 열렸다.

그는 밀양 내이동 행복복지센터에서 서예를 배웠다. 그의 글씨는 현재 밀양장애인복지관의 소식지 제호(題號)로 쓰일 만큼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다.

 

화가의 가장 큰 배경 어머니

작가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단연 어머니이다. 그의 어머니는 부드럽고 상냥한 여성의 모습이지만, 아들에 관해서는 용감하고 적극적이다. “형편이 좋지 않아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작업실을 마련해 주지 못해 미안했는데,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작은방을 작업실로 꾸며 주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작업실에 들어가면 나올 줄 모른다그래서 더 미안하고 고맙다고 웃는다.

어머니의 웃음은 아들이 가장 사랑하는 언어가 아닐까. 정 작가가 어머니를 바라볼 때면 그 믿음과 사랑으로 가득한 눈빛이 따사롭게 반짝인다. 발달장애를 이겨낸 따뜻하고 행복한 내면이 청년화가의 그림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건 아닐까.

 

송문희 명예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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