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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책 들고 떠나는 여행의 품격

『경남의 기억을 걷다』 저자들

 

지난 9월 출간된 경남역사교사모임의 답사기 경남의 기억을 걷다(살림터 출판). 지역서가 인기 없다는 출판계의 정설에도 불구, “여행에세이의 품격을 높였다”, “경남의 인문지리지다등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화제작이다. 저자인 6명의 고교 역사교사 류형진(54·창원용호고) 유원숙(51·산청 덕산고) 옥서연(42·창원봉림고) 하상억(43·김해제일고) 정혜란(45·김해가야고) 김정현(42·김해고) 씨를 만났다.

 

여행에세이가 된 선생님들의 답사기

우리는 역사서로 냈는데, 여행에세이로 분류되더라고요. 여행기처럼 읽히는 모양입니다. 역사든 여행이든 많이 읽어주면 그 이상 감사한 일이 없지요.”

김정현 교사는 이제 심화편을 준비해야 된다면서 웃는다. 모임의 리더인 류형진 교사가 정정한다. “글쎄, 우리가 심화편을 내기는 그렇고, 증보판은 생각해볼 만하지.” 류 교사는 낮은 필력과 얇은 지식, 학생들을 가르치는 본업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다보니 모자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들이 속해 있는 경남역사교사모임은 1988년에 시작됐다. 경남의 기억을 걷다저자 6명은 2005년부터 시작한 소모임인 답사회 회원들이다. 10회씩 진행된 답사의 후기가 쌓이면서 의미 있는 작업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것이 5년 전이다. 책은 경남을 해안과 내륙으로 구분해 147개의 꼭지로 소개한다.

 

영웅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역사 속 인물

섬은 물을 그리워하고 뭍은 섬을 향한다는 부제를 단 거제 첫 편은 견내량이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곳을 보통 량()이라고 한다는 지리적 상식에서 출발해 폐왕이 된 고려 18대 왕 의종과 이순신 장군, 그리고 거제대교로 이어지며 1000년도 넘는 역사를 가볍게 넘나든다. 미역과 굴 양식장이 있는 사람살이의 터전이라는 소개도 빠뜨리지 않는다. 왕과 영웅의 역사에다 왕을 처음 보고 우러르는 백성들, 목숨을 건 전투를 치르는 수병들, 해상 다리를 지나는 운전자들, 어민들 등. 견내량에서 삶을 이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2페이지 남짓에 담긴다.

 


배우는 것 아닌 체감하는 역사 경험해보기를

경남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로서 중앙에 종속된 역사가 아닌 지역의 역사를 바로 살펴보고 싶었다는 저자들은 직접 가봄으로써, 배우는 역사가 아니라 체감하는 경남의 역사를 경험해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역사는 기록되는 것이지만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도 살아왔고, 그들도 역사의 한 장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책 속을 관통하는 저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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