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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슈퍼히어로의 이유 있는 출동

S.A.V.E.캠페인 모델 양산소방서 박수민 소방관

 

 2020 새해 소방청 달력에 경남의 소방관이 모델로 나왔다기에 누군지 궁금했다.

3월과 11월 달력에서 두 번이나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해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에서 몸짱 소방관으로 뽑힌 양산소방서 박수민(29) 소방관이다. 그는 소방청 S.A.V.E. 캠페인에 경남대표 모델로 발탁됐다.

그를 찾아간 날. “찰칵~ 찰칵~.” 양산소방서 앞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음과 플래시가 터졌다. “, 카메라 보고 웃어 볼까요.” 처음도 아닌 촬영이건만 박 소방관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때 누군가가 우스갯소리를 흘리자 박 소방관이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그를 닮아 참 따사로운 웃음이었다.

  

소방관 복리증진 위한 캠페인 참가

박수민 소방관은 지난 2017년 소방학교에 입교, 20181월부터 양산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직 신참이라고 할 수 있는 소방교.

소방청과 베스티안 재단이 공동주관한 S.A.V.E.캠페인은 Superheroes Attract Valuable Energies의 약자로 슈퍼히어로들이 가치 있는 에너지를 끌어 모으다는 뜻이다. 캠페인은 소방관을 모델로 캘린더, 소화기, 에코백, 목걸이 등 리워드 제품을 제작하고 온라인 펀딩을 통해 판매한다. 마련된 기금은 소방공무원 복리증진과 화상환우 치료를 위해 사용된다.

소방관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하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에 펀딩은 목표액의 448%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몸짱 소방관은 마음도 짱

박 소방관이 소속된 안전예방과의 신명범 과장은 모델 발탁 당시를 기억한다. “다들 우와~’ 했다가 고개를 끄덕였죠. 수민 씨가 예전에 양산시종합사회복지관에 소화기를 사서 기부한 것도 있고요.”

박 소방관은 지난해 9월 제31회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에서 몸짱 소방관으로 뽑혀 부상으로 150만 원을 받았다. “저는 원래 보디빌딩을 했는데 얼결에 나간 대회에서 상금도 받아 고민을 했어요. 출근할 때 늘 보이는 종합사회복지관 어르신들이 생각났죠. 소방서에서도 주택용 소방시설 같은 걸 많이 기부하니까 저도 동참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소방관 박수민입니다"

직업 소명의식이 투철해 보이는 그였으나 처음부터 소방관을 꿈꾼 건 아니었다. 고교 때부터 미스터코리아를 꿈꾸며 운동했고 마침내 보디빌딩 실업팀 선수로 성장했다. 그러나 체육계 보디빌딩 종목 축소로 인해 이 시대 여느 청춘처럼 길을 잃었다. “막막했어요. 그때 아버지가 소방공무원이 어떻겠느냐고 권하셨고 전부 새로 시작해야 했어요. 체력은 자신이 있지만 제가 잘할 수 있을까 고민도 했습니다.”

발령 반 년도 채 지나지 않아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2018년 여름이었다. 물금의 한 물류센터에서 소방관 300여 명과 함께 화마를 진압했다. 신속한 대처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폭염 속에 방화복을 입고 진화작업을 한 데다 잔불 처리까지 7시간이 걸린 고된 기억이다.

제가 정말 튼튼한데, 생전 처음으로 더위를 먹었어요. 진화도 힘들었지만 바로 눈앞에서 불길이 이니까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소방관 업무는 불을 끄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교통사고, 자살, 산악, 추락 등 구조업무, 동물포획, 행사장 근접대기 등 민원업무도 막중하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직업 1소방관의 이면에는 현장의 어려움 외에 인간적인 고뇌가 짙다. 3년차인 박수민 소방관 역시 출동했을 때 4살배기 아이가 숨지는 걸 봤다.

더는 고민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미 소방관이니까요.”

현장에서 활동하며 만난 사람들이 건네는 고생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에 감동하는 그는 소방관 박수민이다. 그리고 올해 봄에 태어날 어여쁜 자식이 있는 예비아빠이기도 하다.


배해귀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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