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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5050 부부의 사랑 노래…시 낭송 부부 정재훈·강정희

 

시를 좋아하는 아내, 음악을 사랑하는 남편. 이들 부부가 새로운 인생에 함께 들어섰다. 이른바 시 합송(合誦). 주거니 받거니 시 낭송으로 행복을 찾은 동갑내기 정재훈(50)·강정희(50) 부부를 만났다.

 

노래하리라 

                              오세영 시인

 

수억만년 전 까마득히 하늘이 처음 열리고

이 땅이 생명의 감동으로 전율하던 날

 

지구의 동쪽 찬란히 해 뜨는 곳에

한 목소리가 울렸나니

 

그로 하여 한 민족이 태어났고

그로 하여 한 세계가 깨어났노라

 

아아 한국어 그가 꽃을 부르면 꽃이 되고

그가 구름을 부르면 구름이 되고 

 

시를 좋아한 산골소녀,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나다

아내가 시를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시 낭송을 함께 배웠어요. 호흡을 맞추면서 시를 읊으면 부부의 정도 쌓이고 대화도 많아지죠.”

지난해 123·1운동 100주년 기념 1회 전국 시 낭송 경연대회에서 정재훈·강정희 부부는 대상을 차지했다. 시 낭송법을 배운 지 2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남편은 진주에서 잼 문화홀을 20년째 운영하는 음악인이고, 아내는 인문 스피치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시인이다. 아내는 시를 좋아하던 하동 산골소녀였다

그러나 직장 생활로 바빠지면서 시를 잊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인생의 전환점 같은 사건이 생겼다.

“20184월에 하우스 콘서트에 갔다가 김태근 선생님의 시 낭송을 접하게 됐어요. 잊고 지냈던 시심이 한순간에 싹트게 됐어요. 그 길로 김 선생님이 지도하는 산청도서관 시낭송아카데미에 등록했어요.”

남편도 매주 수업을 받으러 다니면서 시 낭송 부부의 길로 접어들었다.

 


매일 자전거 타며 합송 연습

정 씨 부부는 시 한 편 외워볼까하던 마음이 어느새 시 낭송대회에 참여해 볼까로 바뀌었다.

호흡, 발성, 발음, 포즈, 공명법을 배우면서 시 낭송은 확연히 달라졌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회에 참여하게 됐죠. 혼자서 장려상도 여러 번 받았어요. 이후 선생님께서 남편과의 합송을 권유하셨어요.”

이들은 오세영 시인의 노래하리라를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며 주거니 받거니 연습했다. 합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흐름이다. 끊기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애를 썼다. 또한 클라이맥스 부분을 절제된 감정으로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꿈꾸면 이뤄진다

물론 고비가 있었다. 남편은 노래기술을 아내에게 가르치려 했고, 아내는 스피치 기술로 맞서다 마찰이 생겼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11개월에 걸친 합숙(?)훈련을 거치면서 서로의 장점에 익숙해졌다. 무려 1만 번의 연습을 거친 결과였다.

입상에 실패한 여러 대회도 요긴한 경험이었다. ‘1회 전국 시 낭송 경연대회당일. 남편은 감기로 힘들어했고 아내는 시가 좋아서 시작했다가 상에 연연하는 자신의 모습에 힘들어했다.

우리가 너무 목표만 위해 달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2019년 버킷리스트 목록이 눈에 들어왔어요. 시 낭송가 대상. 그래서 이번까지만 참여하자고 남편을 설득했죠.”

여행가는 기분으로 가자던 남편의 말처럼 부부는 편안한 마음으로 시를 읊었고 결국 대상을 수상했다. “정말 간절히 꿈꾸고 노력했더니 이뤄지더라고요. 원석이던 우리를 보물로 키워주신 김태근 선생님께 감사드린다는 보은도 잊지 않았다.

동갑내기 시 낭송 부부는 새로운 꿈을 꾼다. 아내는 시집을 내고 남편은 그 시에 곡을 붙이고 싶단다. 행복을 노래하는 이들 부부의 새로운 꿈도 이뤄지길 소망한다.

 

 

글 배해귀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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