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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낭만귀촌으로 섬마을 ‘일내다’

고구마도넛 명가, 욕지고메원

 


 

섬 풍경에 홀딱 빠져 홀로 귀촌한 아내. 아름다운 곳에 살면서 돈벌이도 하겠다며 노천카페를 열고 밭농사도 지었다. 경험 없는 아내의 첫해 농사는 폭망. 보다 못한 남편은 농사는 내가 짓는다며 귀농했다. 그리고 일을 냈다. 통영 욕지도 고메원도넛제조업체 욕지고메원 이야기다.

 

아내는 낭만귀촌, 남편은 현실귀농

이 자리에 딱 섰는데, 가슴이 두근거리는 거 있죠? ‘와아!!!’ 하는 감탄사만 나오더라고요.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는데, 여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욕지고메원 김민경(56) 대표는 2014년 욕지도에 놀러왔다. 여느 관광객들처럼 여객선터미널에 내려 욕지일주로를 돌면서, 출렁다리로 가기 위해 일명 태평양언덕이라고 불리는 곳에 섰다. 사방이 툭 트인 언덕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속을 시원하게 씻어 주었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바람 부는 언덕을 내려가 출렁다리를 건넜다. 그리고 펠리컨바위, 촛대바위, 해식애를 감상하며 평생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보냈다. ‘이런 데가 있구나!’ 김 대표는 처음 출렁다리를 건너서 마주한 풍경을 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가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만끽하고 다시 태평양언덕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생겼어요. 욕지도와 제가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마침 언덕 위의 밭을 팔려고 내놨더라고요.”

그 후 몇 차례 욕지도를 드나들며 고민하다 4950의 그 땅을 구입했다. 그리고 욕지도행을 결심했다. 처음에는 남편 조경래(59) 씨가 반대했다. 밭을 샀으니 농사를 지어야 된다고 나서는 김 대표는 농사경험이 전혀 없는 부산 토박이.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20155월 섬살이를 감행했다. 남편과 세 자녀는 부산에 그대로 둔 채 나홀로 귀촌이었다.

농사의 자도 모르는 사람이 농사지으면서 살겠다니, 말릴 수밖에 없었지요. 아니나 다를까, 첫해 농사를 망치더라고요. 앞뒤로 바다가 펼쳐져 있는 언덕이어서 바람이 불면 바닷물이 날아들어요. 채소나 과수 농사가 될 턱이 없지요.”

고군분투하는 아내 때문에 남편도 결국 욕지도에 들어왔다. 김해 진영 출신의 조 씨는 그나마 농사꾼 이력이 있어 아내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욕지고구마, 카페메뉴로 재탄생

아내는 태평양언덕의 밭 한쪽에 노천카페를 열었다. 카페 이름은 서므로’. 강렬했던 욕지도의 첫인상을 카페 이름에 담았다. 덕분에 농사는 남편 몫이 됐다. 제대로 되는 농사가 없었는데, 오로지 고구마농사만 됐다. 카페 옆 밭에는 모조리 고구마를 심었다. 육지 농사꾼의 어려움은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

욕지도 고구마 드셔 보셨어요? 너무 맛있지 않아요? 처음에는 그냥 삶아서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냈어요. 그러다가 고구마라떼를 만들어봤어요. 손님들 반응이 좋더라 고요.”

김 대표의 고구마라떼에 힘입어 제빵사 경력이 있는 남편 조 씨가 실력 발휘에 들어갔다. 조 씨는 농사지은 고구마를 넣은 욕지도 특산 빵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2018년 한 해를 고구마도넛 개발에 다 쏟았다. 욕지고메원이란 업체명으로 성분 및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출원도 했다. 그리고 20191월부터 고메원도넛상표를 달고 시판에 들어갔다

고메는 고구마의 경상도 사투리이자 프랑스어로 미식가라는 뜻의 고메(gourmet). (one,)은 단 하나와 으뜸을 뜻한다. 판매처는 당연히 아내의 서므로카페.

맛있다 정도의 반응을 기대했는데, 저희도 깜짝 놀랐어요. 몇 달 안 돼 소문이 확 나서 중앙일간지에서 취재를 오고, 방송도 탔어요.”

고메원도넛은 손님들의 SNS와 입소문을 타고 욕지도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먹거리가 됐다.

 

욕지도 최고, 고메원도넛도 최고

경사는 또 있었다. 지난해 5월 고메원도넛이 통영시 명품특산물 해풍내음으로 공식 지정된 것. 이어 올해 초에는 욕지고메원이 통영시로부터 ‘2020년 농산물가공산업 선도농가 업체로 선정됐다. 통영시는 고메원도넛이 욕지도 고구마의 명성을 살린 간식거리로, 고구마 재배농가의 소득증대와 섬 전체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욕지고메원은 다양한 직거래 행사와 박람회, 해외무역사절단 참가 등의 지원을 받게 됐다. 지난해 12월에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공공쇼핑몰 우체국쇼핑몰에도 입점했다. 그 외 유명 인터넷쇼핑몰이 줄지어 판매처가 됐다.

무엇보다 욕지도 고구마가 일등공신이지요. 거기다 욕지도라는 청정 이미지가 우리 도넛의 최고 인기비결입니다.”

김 대표는 지난 4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3100만 원 상당의 성품을 통영시에 기탁, 고메원도넛에 대한 관심과 지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출시 첫해인 지난해 4만 개를 판매한 고메원도넛의 비법은 재료와 제조방식. 고구마를 기본으로 식이섬유가 풍부한 다시마, 사과 등의 원재료를 특허출원한 훈증·추출방식으로 혼합해 도넛 속을 만든다. 반죽은 천연발효액종을 넣어 숙성시킨다. 성형한 후에는 바로 기름에 튀기지 않고 오븐에 먼저 굽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초벌구이 된 도넛을 기름에 살짝 담그듯 튀겨낸다. 재료의 천연 당분으로 질리지 않는 독특한 단맛을 내고, 몇 차례 손이 더 가는 제조법으로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을 낸다.

 

욕지고메원이제는 가족사업

고메원도넛을 맛본 손님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맛있다”, “이런 맛 처음이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등등. 서울서 부모님과 함께 가족여행을 온 이설리(37) 씨는 보통 도넛은 2개 이상 먹기 힘든데, 이건 자꾸 생각나는 맛이다. 더 먹을 수 있겠다고 말한다. 이 씨는 고구마

라떼 맛도 감동이라고 덧붙인다. 기분 좋은 단맛이라면서 여기 아니면 어디 가서 이런 맛을 보겠냐고 말한다.

욕지고메원은 수작업의 한계로 생산수량이 한정돼 있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도넛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 이달 말에는 통영 관광 일번지인 강구안에 고메원본점 개점도 예정돼 있다. 서므로카페 외 강구안의 본점 운영을 위해 부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큰딸 조수빈(30) 씨가 지난 4월 욕지도에 귀촌, 부모님으로부터 기술을 배우고 있다.

하루빨리 기술을 익혀 부모님께 힘이 되고 싶어요. 도넛이 인기 있어 좋은데 욕지도도 너무 좋아요. 바쁘다가 잠깐 쉴 때면 나도 모르게 욕지도 풍경에 푹 빠지게 됩니다. 엄마에 이어 2대째 욕지도앓이 중입니다.”

딸 수빈 씨가 고메원도넛을 권하며 활짝 웃는다.


욕지고메원 www.gogumi.kr 055)649-5989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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