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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반하다

[사람에 반하다]우리동네 오케스트라에 빠지다…하동 금성하모니오케스트라

 

 

경남 하동군 금성면 화력발전소 옆 명덕마을에 때 아닌 악기소리가 요란하다. 170여 가구 대부분 노인이다. 이런 마을에 무슨 악기소리냐 싶겠지만 올해로 창단 3년째인 금성하모니오케스트라가 있다.

 

사실 하동군은 코로나19 청정지역이다. 지금까지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 마을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켰다. 오케스트라 연습도 오랫동안 중단됐다. 취재진이 찾아간 날은 5월 중순, 올해 두 번째 수업이었다. 생활방역으로 전환되면서 단원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이날 모인 단원은 20명을 훌쩍 넘었다. 악기 파트를 둘러보니 플루트와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등이다.

연습장소로는 명덕교회(담임목사 박재균)를 이용한다. 본당과 식당, 사택 거실과 안방이 모두 연습실이다. 각 연습실마다 강사가 따로 있고 합주연습 때는 지휘자까지 지원한다. 올해로 설립 25년째인 교회가 마을주민과의 화합, 저출산 대책 등으로 시작한 아이디어가 소문을 타면서 잘나가는 오케스트라로 발전했다.

 

세대 공감 오케스트라 주민-교회-전문회사 합작품

실제로 단원들의 절반은 그저 마을주민이다. 교회도 교인이 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초등학생에서 중고등학생, 청년과 장년까지 다 모였다. 10살부터 60대까지 단원들의 나이만 따져도 색다른 하모니를 이룬다. 지난 2018년 여름 창단 이후 한 해 두 번씩 정기공연을 가질 정도로 탄탄한 내공도 갖췄다.

시골마을에 오케스트라가 등장할 수 있었던 현실적인 배경도 있다. 전국 취약지를 대상으로 악기와 레슨강사를 지원하는 전문회사 뮤직홈을 교회가 연결해준 덕분이다. 회사측은 레슨비만 받고 악기는 무상으로 대여한다. 교회는 악기별 강사의 교통비를 보조하고 장소를 제공한다. 레슨비 송금도 회사계좌로 직접 처리되면서 혹시나 모를 오해를 차단했다. 레슨을 계속할지 말지도 단원들의 의사가 우선이다.

그런데 재미있다한다. 단원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김유린(1)이는 창단멤버다. 광양으로 이사를 간 뒤에도 아버지의 차를 타고 매번 이곳까지 와서 레슨을 받는다. “초등학생 때 시작한 바이올린의 재미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운동하러 가다 우연히 단원모집 플래카드를 보고 합류한 이영철 씨는 50대 후반이지만 용기를 내 도전했다. “플루트을 배우면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그와 호흡을 맞추는 동기 연습생은 모두 10대인데도 개의치 않는다.

바이올린 파트에는 60대 할머니(?)도 있다. 손자손녀들을 뒤따라가는 입장이지만 언제나 연습실을 밝게 만드는 이른바 분위기 메이커이다. 금성하모니오케스트라의 특징은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고 누구도 떠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순천에서 찾아오는 단원도 있다.

 

오케스트라는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

시골에서 오케스트라를 꾸밀 때의 과제는 단원과 비싼 악기값이 관건이다. ‘늦은 나이에 무슨 악기냐는 자신과의 싸움도 넘어야할 벽이다. 그런데 금성하모니오케스트라는 이런 편견과 선입견을 해소해 준다. 고장 수리나 튜닝 등 부대서비스 또한 무료이다.

뮤직홈을 이용하는 전국의 우리동네 오케스트라는 400여 곳으로 늘다가 코로나19300곳 밑으로 줄었다. 그런데 금성하모니오케스트라에는 단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그야말로 건재하다. 단순한 동네오케스트라 이상의 그 무언가가 있다는 얘기다.

그게 무엇일까? 사실 출발은 명덕마을오케스트라였다. 그런데 주변에서 이름을 바꾸자고 했다. 시작은 작은 마을이었지만 단원들의 주거지가 이웃 시군으로 확대되면서 이름까지 바꿔야할 정도로 공감대가 확산됐다. 젊은 사람이 찾아오고 마을을 지키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아이도 어른도 함께 즐기는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12월 정기발표회 때는 거위의 꿈을 합주하고 싶다는 이미애 단장의 얘기가 예사로 들리지 않았다.

 

 

·사진 최석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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