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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탐방

[체험&탐방]식물愛에 빠지니 책임감이 생겼어요

스마트폰만 보던 아이들이 식물에 빠졌다. 이름을 부르며 동생 다루듯 한다. 혼자 사는 김경애(70·창원) 씨에게 난은 그녀의 기분을 좌우한다. 취미로 키우던 화분이 이제는 엄연한 가족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에 이어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왜 반려식물이냐구요
?

지리산 자락이 끝나는 곳에 자리한 경남 산청의 경남간호고등학교(교장 이영희)를 찾았다. 간호조무사를 길러내는 학교에서 뜬금없이 반려식물을 통한 원예치료 수업을 한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남녀 학생들 앞에는 자신들이 고른 식물들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그들이 붙여준 별명도 독특했다. 사랑이 피어나는 정원, 귀요미, 뉴브이트로이엑스, 초록이 등.

수업은 식물들이 자라는 과정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원예치료 담당 최갑숙(64) 교사는 속도감이 있는 디지털게임과는 달리 식물의 성장을 지켜본다는 것은 지루하고 심심하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내심을 배우게 되고 아날로그 감성과 책임감을 갖게 해주어 의료계 종사자로서의 인격형성에 도움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입학 당시에 다소 말썽을 부리던 친구들도 이른바 식물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시온(2학년) 군은 식물에 관심이 없었는데 꼬맹이들(홍콩야자, 백리향)을 기르면서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환자를 돌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반려식물을 기르면 소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려식물은 환자를 안정시켜 치료시간을 줄이고, 홀로 사는 노인에게는 수명을 연장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초록이 주는 위안

지루한 일상이 겹치고 심지어 우울감마저 느껴질 때는 지친 마음을 달래 줄 비상구가 필요하다. 비상구로 식물을 선택한 직장인 박성진(36·진주)씨의 체험담을 들어보자.

박 씨는 혼자 산다. 가끔씩 느끼는 외로움에 반려동물을 키워볼까 했지만 바쁜 일상을 생각하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조그만 디시디아 화분을 구입했다. 매일 퇴근 후면 아픈 곳은 없는지 벌레가 생기지는 않았는지 살핀다. “푸른 잎과 줄기가 건강하게 조금씩 자라나는 것을 보고 있으면 혼자 있다는 것을 잊어요.” 지금은 온라인 디시디아동호회에도 가입했다. 육아일기를 공유하듯 서로의 비법을 나누는 등 식물에 빠져 있다.

식물은 저마다의 일정한 주기가 있고 특색이 있다. 틈틈이 관심을 가지고 물과 양분이 적절한지 식물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건강하게 자란다. 그 과정에서 소소한 행복과 위안을 느낀다. 생체리듬을 공유하는 관계, 이른바 반려식물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지언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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