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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탐방

[체험&탐방]통영 욕지도 ‘노지 감귤’ 맛을 아십니까?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비탈면에 감귤나무가 옹기종기 자리를 잡고 있다. 나무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는 익을 대로 익어 황금빛으로 변했다. 남해 해풍을 맞으며 자란 감귤은 향긋한 향을 듬뿍 내뿜어 무척이나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바로 통영 욕지도에서 재배되는 감귤이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욕지 노지 감귤’. 새콤달콤함이 가득한 욕지 감귤의 매력을 소개한다.

 

제주에만 귤이 난다고?

통영 앞바다의 섬 욕지도. 통영 삼덕항에서 40여 분 배를 타고 들어가는 욕지도는 현재 한참 감귤 수확 중이다. 일명 욕지 노지(露地) 감귤이다. 노지란 한자 그대로 이슬 노(), 땅 지()로 가리거나 덮여 있지 않은 땅에서 재배한 감귤을 말한다. 감귤이 제주도에서만 난다고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욕지도의 노지 감귤의 역사는 50년을 훌쩍 넘었다.

배에서 내려 5분 정도 차를 타고 욕지도 해안 도로를 따라 이른 곳은 욕지면 도동.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감귤밭에는 남해 해풍을 맞으면서 자란 감귤이 나뭇가지가 휘어지도록 달려 있다. 한쪽에서는 감귤 따기 작업이 한창이다.

욕지도에서 40여 년 동안 감귤 농사를 지은 이숙이(78) 할머니는 사람들이 욕지도에서 감귤이 난다고 하면 놀래지요. 욕지도는 고구마가 유명한데, 감귤도 나냐면서요. 감귤농사를 지어서 자식들 공부시켰으니 한참 됐지예. 제주 감귤이 유명하지만 욕지도 감귤 한번 먹어보면 못 잊어요. 계속 생각나요. 생긴 건 우글쭈글해도 알맹이는 맛있어요라며 잘 익은 욕지도 노지 감귤을 내민다.

 

욕지도 감귤 재배환경 좋아

욕지도에서 감귤 재배는 지난 1967년에 시작됐다.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가 1950년대 섬을 방문해 감귤재배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낸 후 통영 납도에서 시험재배가 시작됐다. 이후 시험재배가 성공해 통영을 비롯한 거제, 전남 고흥 등지에서 감귤을 재배했다. 그렇게 남해안 일대에 수만 그루의 감귤을 심고 수확기를 앞둔 1970년대 초. 몇 년 동안 심한 한파가 불어와 많은 감귤나무들이 동사하고 말았다. 1980년대 초에는 감귤이 과잉 생산되기까지 하면서 가격이 폭락하자 많은 농부들이 감귤 농사를 포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통영 욕지도의 감귤은 살아남았다. 욕지도 도동 어촌계장 조광현 씨의 설명을 들어보자. “욕지도의 감귤 재배환경이 참 좋아요. 그래서 욕지도 감귤이 지금까지 남아 있었고요. 일 년 내내 영하 날씨가 드물어 감귤이 얼어 죽을 일이 적고, 또 일조량은 높고 강수량이 적어요. 무엇보다 욕지도 사람들이 흔히들 개미흙이라고 표현하는데 유기질이 풍부한 흙이 한몫하지요.” 조 계장은 땅이 좋아 가뭄을 타지 않고 따로 물을 주지 않아도 20년이 넘은 감귤나무에서도 10kg짜리 귤 10박스 정도를 수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콤달콤하고 향이 강해

욕지도 감귤 농가는 1970~1980년대 태풍과 가격폭락으로 그 수가 줄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감귤작목반이 조직되어 제주도에서 2000여 그루의 감귤나무를 들여와 다시 재배하면서 도동, 유동, 덕동 마을에서 약 50여 가구, 해마다 80~90톤가량의 감귤이 수확된다.

익기 전에 수확하는 제주와는 달리 욕지도 감귤은 다 익을 무렵 수확한다. 해거리 작물인 감귤은 한 해 수확량이 많으면 다음 해는 적게 수확된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수확량이 적지만 10kg 상자당 3~4만 원의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조 계장은 감귤의 모양을 보면 제주 꺼에 손이 가요. 보기에 반질반질 맛있어 보이니깐요. 하지만 욕지 감귤은 먹어보면 당도가 높고 새콤달콤한 맛이 강하죠. 그래서 한 번 맛본 손님들은 또 사가요. 제주보다 2배가량 비싸도 그만큼 맛있어서 계속 찾게 돼요. 주로 욕지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맛을 보고 구매해 가고, 개인농장들이 인터넷을 통해 판매해요라고 말했다.

또 농약을 적게 쳐 면역력이 높은 욕지 감귤은 껍질이 빨리 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20~30일 정도 장기 보관이 가능해 한 번 구입하면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다.

이어 욕지도 노지 감귤은 다 개인별로 판매하기에 통합처가 없어요. 그러나 욕지도 노지 감귤을 드시고 싶은 분은 욕지도농협이나 면사무소로 전화주시면 개인 감귤농장 연락처를 알려드려요라며 친절하게 알려 준다.

표면이 거칠고 거뭇하거나 윤기가 없어 보여도 그 달콤새콤한 맛에 빠지면 다시금 찾게 되는 욕지 노지 감귤’. 추운 겨울, 따뜻한 이불 속에서 손과 얼굴이 노래지도록 욕지 감귤을 까먹는 일은 지금 이 겨울에 누리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임이 틀림없다.

 

배해귀 기자 사진 옥건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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