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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탐방

[체험&탐방]이색 잠자리, 조각에 눕다 … 통영 조각의 집

 



통영 조각의 집을 찾아 가던 날, 따뜻한 겨울비가 촉촉히 내렸다.

바닷가 나지막한 언덕, 어렵사리 해풍을 가려주는 나무들과 10점의 개성 강한 조각 작품이 어우러진 공원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문패를 대신하는 바위작품의 묵직함과 주변의 고요함은 밤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연말 문을 연 이곳은 조각에 눕는 잊을 수 없는 하룻밤까지 선물하는 곳이다.

 

'조각의 집'은 가장 오래 머무는 미술관

베레모를 쓴 노신사가 손수 취재진을 맞았다. 통영이 배출한 세계적인 조각가 심문섭(77·중앙대 명예교수) 씨였다. 필자도 학창시절부터 존경해오던 분이다. 고향에 사람과 함께 숨 쉬는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심 교수의 오랜 바람이었다. 이곳은 통영 남망산 조각공원에 이어 그의 두 번째 결실이다.

조각의 집을 완성하는 데 2년 이상 걸렸다. 충무공 이순신이 학익진을 펼쳤던 현장을 내려다보며 바다와 항해를 추구하는 그의 오랜 작품세계를 고스란히 담아 설계했다. 10점의 조각들은 마치 10척의 범선이 한데 어울려 충돌과 조화를 일으키는 듯하다. 가와마타 타다시(일본), 괴츠 아른트(독일), 박상숙, 심병건, 안규철, 원인종, 윤영석, 이수홍, 최인수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유명 조각가들이동참했다.

그런데 왜 조각공원이 아니라 조각의 집인가?

심 교수는 가장 이상적인 미술관은 사람들이 최대한 오래 머무는 미술관이라며 아예 조각 안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게 해보자고 생각한 것이 조각의 집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조각이 커지자 집이 되었다

조각의 집은 나무 한 그루 해치지 않고 흙 한 줌 마음대로 퍼내지 않았다.

자연을 밀어내고 지은 것이 아니라 자연과 자연 사이, 지형에 맞게 작품을 만들었다. 그래서 기존 펜션들과는 모양새도 느낌도 다르다.

10점의 조각에는 작품설명 옆에 출입문이 있다. 손잡이를 돌리는 순간 작품 안으로 빨려들어 간다. 그 속에는 또 하나의 작은 미술관이자 아늑한 쉼터가 기다린다. 일상에 지친 심신을 뉘면 창 너머로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모자랄 만한 풍광이 펼쳐진다. 인테리어는 담백하다. 과한 실내장식이 천혜의 풍광을 해칠까 절제한 속뜻이 느껴진다.

10개의 방들은 독특한 겉모습처럼 속도 경관도 모두 다르다. 별 헤는 밤을 선물하는 방이 있는가 하면 마치 항해를 하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고요한 숲길을 명상하는 듯한 기분에 빠뜨리기도 한다. 삶에 지친 사람은 누구라도 자연과 대화하며 쉬어가는 곳이 바로 조각의 집이 바라는 희망이다

굳이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그냥 스쳐만 가도 힐링을 체험하는 곳이란다. 실내에 걸린 미술작품 감상은 덤이다.

 

예술도시 통영을 향해

통영은 윤이상, 박경리, 유치환, 김춘수, 전혁림 등 많은 걸출한 예술가들이 나고 자란 고장이다. 또한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더해졌다. 심 교수는 뛰어난 자연경관에 예술이 만나면 더할 나위 없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통영을 예술의 도시로 특화해 많은 사람이 방문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조각의 집이 그 길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조각의 집은 통영이 배출한 유명 예술가들을 기리는 문화행사를 기획해 자주 열 계획이다. 오는 328, 그 첫 번째 발걸음으로 통영국제음악제기간에 맞추어 윤이상을 기리는 작은 오픈음악회를 연다.

 


 

위치   통영시 용남면 용남해안로 186

요금   1126000~29만 원(주방 없음)

예약   https://조각의집.kr

문의   055)645-1255 

 

 

이지언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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