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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탐방

[체험&탐방]미리彌離미동彌凍국國

밀양 진장 문화예술플랫폼


문화예술의 진을 치다

경남 밀양 진장마을은 조선시대 밀양부 관아에 속한 조총부대 별포군의 주둔지였다. 지난해 11월 진장마을에 문화예술플랫폼 미리미동국(彌離彌凍國)’이 문을 열었다. 군영처럼 문화예술이 진을 치듯 오방색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미리미동국은 밀양시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공간이다. 전시와 체험을 통해 문화예술로 소통하는 곳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적 도시재생사업 공모가 계기가 됐다. ‘진장거리 문화예술의 진을 치다가 당선되면서 여섯 채의 빈집이 5년간 무상으로 지역예술인들의 레지던시 공간이 됐다.

진장은 시내에 있어서 학생들과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장소였다. 그런데 대학이 떠나고 도시화 물결이 일면서 오랫동안 방치됐다. 공모사업을 계기로 진장의 후미진 거리는 문화예술거리로 탈바꿈했다. 비록 작은 공방과 좁은 거리지만 예부터 철이 풍부하여 그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문화의 꽃을 피웠던 밀양문화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미리미동국, 진장 문화예술플랫폼

미리미동국은 삼한시대 밀양의 지명이다. 삼한시대에 관한 선행연구 중 이병도의 점패방지진(鮎貝房之進)에서는 삼국지-위서 동이전(三國志-魏書 東夷傳)에 나오는 병진 24국의 국명 중 미리미동국을 지금의 밀양이라고 고증하고 있다. 그 근거로 미리미동국의 미리(彌離)’에서 유래한 것으로 용() 또는 장()의 뜻이고, 미동(彌凍)은 물동·물둑 즉 밀양의 수산제(守山提)와 같은 큰 둑이 있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밀양강 둑에서 내려다보면 진장 문화예술플랫폼 미리미동국이라는 현판이 정면에 보인다. 아래로 내려가서 미리미동국나무문을 열고 들어서면 미리벌관이 보이고 좌우로 밀주관, 추화관, 밀성관과 10개의 공방(시작은 9개였음) 위치를 알리는 푯말이 있다.

정면의 미리벌관이 본관이며 <구상아뜨리에>, <그림꼬방>, <두루거리> 공방이 있다. 미리벌관에서 왼쪽으로 추화관이 있고 <꽃물>, <실꽃 by 송강>, <아난새> 공방의 예쁜 쪽문이 보인다. 추화관 오른쪽 골목에 있는 밀성관에는 <토우도방>이 우아한 도자기 작품들과 생활도자기를 전시해 놓았다. 미리벌관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밀주관에는 <뜰안애>, <고재, 꽃 피우다>, <뽈딱 은공예> 공방이 있다.

각 공방은 작가들의 작업 및 전시 공간으로 생활공예, 목공예, 원예, 도예, 그림, 캘리그라피 등 작품들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판매와 체험도 겸한다. 또한 입구에는 소공연장이 설치되어 있어 언제나 누구나 협의를 통해 공연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주민과 예술가가 늘 함께 누리고 소통할 수 있는 문화예술창작센터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진장의 오랜 이야기를 담은 벽화

미리미동국에서 밖으로 나오면 진장 문화예술의 거리가 보인다. 입주 작가들이 허물어지거나 심심한 담벼락에 진장거리의 오래된 이야기를 담은 벽화를 그려 놓았다.

미리미동국 지붕 위에 설치된 고철로 만든 피아노와 누에를 비롯해 조선시대 이전의 생활상과 일제와 맞선 조선 병사들, 밀양읍성 남문, 진장다방과 의자, 자취방, 개구리, 우산 등의 벽화가 있다. 거리를 돌아가면 동네 할머니와 아이, 풍성하고 아름다운 장미를 그린 벽화를 만날 수 있다. 벽화를 통해 진장의 환경적 특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고, 오랜 세월동안 진장 거리에 담긴 희로애락을 추억할 수 있다. 할머니와 아이의 웃음이 인상 깊은 마지막 벽화가 거리의 지난 이야기를 환하게 마무리한다.

정면의 거리에는 아크릴로 만든 투명한 네모 상자가 줄지어 진열돼 있다. 그 속에는 빈집에 버려져 있던 물건들 즉 솔방울, 모자, 인형, 전화기 등을 넣어두어서 옛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빈집을 정리하며 그냥 버려질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모아서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내 감동을 주 었다.  

그리고 진장 문화예술의 거리에는 어린이들이 무더운 여름날, 집에 있는 장난감 레고를 가져와 만들었다는 작품이 있다. 미리미동국 모형을 레고로 만들어 벽에 붙인 것이다. ‘경태’, ‘동형’, ‘수아’, ‘지연’, 아이 작가들의 이름을 한참 바라보았다. 미리미동국은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아니 그보다 더 오래오래 그 이름을 그 자리에 지켜주기를 바란다.

진장 문화예술의 거리는 외양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설치된 작품 하나하나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진장다방에서 커피 한 잔 사들고 동네 할머니와 걸으면서 벽화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문희 명예기자 사진 밀양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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