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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탐방

[체험&탐방]진해근대문화역사길을 걷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인데도, 가치와 의미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먼 곳까지 수고롭게 갈 필요는 없겠다. 그래서 근대문화유적이 많은 진해 도심에서 한나절 걸어보기로 했다

진해사람으로 애향심이 남다른 두 사람의 길 안내를 받으며 비대면 역사탐방을 즐겨보자.

정영숙·이애옥 독자    사진 이윤상 작가



작지만 큰 미래를 꿈꾸다, 진해역

 진해역은 192611월 건립됐어요. 일본이 해군기지를 유지하고, 마산과 진해항을 연결하기 위해 건설했다는데요. 2015년부터 역사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군사용 화물 수송열차가 간간이 지나다니므로 철도가 폐선된 것은 아닙니다. 신항으로 가는 물류도 가끔 거쳐 간다고 합니다.

 진해역은 근대화 초기 전형적인 간이역사의 형식과 규모를 보여주는 역사적 건축물입니다. 국가등록문화재 제192호로 지정됐어요. 지금은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로 사용하고 있는데, 곧 센터를 이전하고 당시 모습대로 내부까지 복원해 개방한다고 합니다.

 ​진해에 대형 항만이 완공되고 배로 싣고 들어온 화물이 진해역을 거쳐 전국으로 나가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역사는 작지만 철로가 8개 선이나 되는 알찬 곳입니다.

 


진해 앞바다 지키는 이순신 장군

 ​북원로터리에는 창원시 근대건조물 제1호로 지정된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어요. 1952년에 세워졌는데요.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 동상입니다. 높이가 4m82, 너비는 1m40입니다. 당연히 이순신 장군의 동상으로도 최초입니다. 

 ​진해가 해군의 도시라 상징성이 있지요. 진해 앞바다는 임진왜란 해전 현장이기도 해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여기 오면 6·25가 발발하고 얼마 되지 않아 터진 마산방어전투가 떠오릅니다. 6·25한국전쟁에서 가장 길고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전투지요. 그런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기 때문에 1952년 이순신 동상이 여기에 세워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60일간 계속됐다는 그 전투 말입니까? 동상 건립 연도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군요.

 

 

108년의 세월 기억하는 진해우체국

 ​여기는 국가사적 제291호로 지정된 진해우체국입니다. 191210월에 준공한 단층 목조건물입니다. 삼각형태의 대지에 지었기 때문에 반듯한 현대식 건물과는 좀 다른 느낌을 줍니다. 일본식에 러시아풍이 혼합돼 있다고 합니다. 당시의 정국을 반영하는 것 같아서 좀 씁쓸합니다.

 ​초록색 지붕 위 반원형 채광창이 있어요일명 뻐꾸기창이라고 하는데요일본식 지붕형태의 전형이라고 합니다.

 ​진해 거주 일본인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우편과 통신 업무를 도맡았다고 하는데요. 광복 후 1970년대까지도 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우편업무는 물론이고, 전화 설치를 포함한 통신업무도 했다네요.

 ​108년이 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우체국 건물입니다. 현재는 새 우체국 건물이 옆에 있는데요. 아직도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9, 10월에는 진해역사토크콘서트가 열리기도 했어요.

 ​일본제국주의를 표상하는 건물로 남아 있어 늘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만,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우리 역사를 재정립해 나가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백범김구친필시비 앞에서 진해를 생각하다

 ​남원로터리 한가운데 설치돼 있는 백범김구친필시비는 우리나라 유일의 백범 선생 친필 시비입니다. 광복 직후인 1946년 손원일 제독이 해안경비대(해군 전신)를 창설한 것을 격려하기 위해 진해를 방문하고 이듬해 친필로 보내주신 글이라고 합니다.

 ​그 글을 돌에 새겨 비석으로 만들었군요. 여기 설명이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우국한시(憂國漢詩) ‘진중음(陣中吟)’ 중 일부라고 하네요. 서해어룡동맹산초목지(誓海魚龍動盟山草木知), 바다에 서약하니 물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아는구나.

 ​이순신 장군과 김구 선생의 우국충절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합니다. 창원시 근대건조물 제2호예요. 앞서 이순신 장군 동상은 1호고요. 진해역과 진해우체국을 거치면서 일본제국주의의 손을 탄 진해의 아픈 역사를 되짚어 봤어요. 그런데 북원의 이순신 장군 동상과 남원의 백범김구친필시비는 진해가 호국의 도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군요.

 ​제가 진해의 벚꽃이란 책을 번역하면서 진해 근대역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오늘 몇 군데를 둘러보니, 진해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걸으며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문화역사길이 지역별로 있더라고요. 경남공감 독자분들도 자기 지역 알기 차원에서 한 번 걸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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