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메뉴 바로가기 본문기사 바로가기

아하! 경남역사

[아하! 경남역사]공동체 밥상, 한 달 내내 마을잔치

농번기 ‘효자손’ 마을공동급식

 


 

‘모내기 때는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속담이 있다. ‘봄철 하루 놀면 겨울철 열흘을 굶는다’는 말도 있다. 모내기철은 바쁘고, 일 년 농사의 근간이 되는 시기라 한 시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뜻이리라. ‘농번기 마을공동급식 지원사업’은 이런 농촌 사정에 딱 맞춘 사업이다.

 

“바쁜 일철에 2~3시간 번 셈”

‘농번기 마을공동급식 지원사업’은 20명 이상 공동급식이 가능한 마을을 대상으로 연간 25일 부식비와 조리원 인건비가 지원되는 농촌복지사업이다. 올해는 경남도 지원 급식소 211곳을 포함, 18개 시군에서 모두 515개 마을에서 시행되고 있다. 공동급식은 마을 사정에 따라 모내기철이나 추수철에 운영된다.

“이거 좀 더 길게 하면 안 되나? 밥 먹으러 집까지 오고가고, 차리고 치우고 2~3시간은 걸린다. 일할 사람은 없제, 바빠 죽겄는데, 시간도 벌고 몸도 편코.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

난 5월 말 점심 급식시간에 맞춰 찾아간 사천시 정동면 화암리 화암마을(이장 이영섭). 공동급식소가 된 마을회관에서 만난 최전덕(64) 부녀회장의 말이다. 

공동급식에 참여하는 마을사람은 28명. 남녀 비율은 5대 23으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밥 먹는 데도 농촌인력의 부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남녀 중 누가 밥을 하느냐’를 따지지 않더라도 마을공동급식의 가장 큰 수혜자는 여성농민들인 셈이다.

올해 사천시의 마을공동급식 마을은 모두 31곳. 2015년 11개 마을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후 매년 사업량은 늘고 있다. 마을당 200만 원이 지원된다.

 

농사일 집중해서 좋고, 이웃 보니 좋고

2012년부터 경남도의 사업 첫해부터 마을공동급식을 시작한 진주시는 올해 50개 마을에서 사업이 펼쳐진다. 마을당 250만 원이 지원된다.

경남공감이 찾아간 이반성면 대천리 대동마을(이장 허남소)은 3년째 사업 선정지다. 급식인원은 40명. 마을농가 대부분이 벼농사를 하므로 급식인원이 다른 마을에 비해 많은 편이다. 그래서 허 이장은 급식인원에 상관없이 같은 액수가 지원되는 것이 좀 아쉽단다.

“하루 5만 원꼴의 부식비를 지출해야 25일간 급식이 가능한데, 우리 마을은 사실상 많이 모자란다. 

쌀과 채소류는 마을사람들이 대고, 그 외 특별한 반찬류는 십시일반 각 가정에서 내놓는다”며 “그래도 이웃끼리 얼굴 한 번 더 보고, 밥 먹고 얼른 털고 나가서 다시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공동체 밥상으로 情 듬뿍 ‘매일 잔칫날’

진주시 황미옥 생활자원팀장은 “사실 조리원 구하기가 힘들다. 농촌인력이 모두 고령화돼 매일 대규모 급식을 담당할 사람이 드물다. 이장님과 조리원의 역할은 거의 봉사에 가깝다”고 이장님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사천시 송혜경 농촌인력육성담당은 “마을공동급식은 농번기 한 끼 해결로 일손돕기 차원의 사업이기도 하지만, 느슨해져가는 마을공동체를 살리는 역할도 한다”며 “꾸준히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먹는 것보다 잘 먹는다. 동네잔치가 뭐 별건가. 공동급식할 때는 매일 잔칫날이에요.” 공동급식소에서 만난 농민들이 이구동성 하는 말이다.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방문자 통계